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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그때 그 바닷가' 부산관광 1번지 옛 명성 되찾다(2) 새로워진 송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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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5.09.16 09:49
  • 호수 239
  • 13면
  • 박현주 기자(phj@gimhaenews.co.kr)

   
▲ 우리나라의 첫 공설해수욕장으로 바다를 열었던 송도해수욕장 전경.

60~70년대엔 최고의 피서지·신혼여행지로
물 더러워지고 모래 줄어 80~90년대에 쇠락

2000년부터 민관합심 피나는 노력으로 부활
분수대·인공폭포 등 설치 … 수질도 좋아져

가수 현인 기리는 동상·노래비·조성비도 볼만

1천230m 해안산책로 걸으면 풍광에 매료1913년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첫 공설해수욕장이었다. 당시 푸르게 우거진 송림 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바다, 얕은 수심과 맑은 바닷물, 흰 모래가 반짝이는 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했다. 1960~70년대에는 최고의 피서지 겸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봄·가을은 동래온천, 여름은 송도'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송도해수욕장은 1980∼90년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물이 더러워지고 모래가 줄었던 탓이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가 좁아 교통도 불편했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여름을 보낸 유년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송도의 쇠락을 누구나 안타까워했다.
 
그랬던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부활했다. 해수욕장 주변 주민들과 부산 서구청의 노력 덕분이다. 변화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먼저 연안 정비사업으로 하수와 빗물이 구분된 덕분에 해수욕장의 수질이 나아졌다. 평균 20m였던 백사장 폭은 60m로 넓어졌다. 2005년 바닥분수대, 2008년 인공폭포, 2013년 해상다이빙대가 차례로 들어섰다. 2014년 놀잇배인 포장유선이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구름산책로(해상산책로)가 개방됐다. 송도해양레포츠센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해양레포츠도 송도해수욕장의 부활에 한몫을 했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들어선 송도해수욕장에는 관광객, 피서객의 발걸음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은 송도해수욕장은 '철 지난 바닷가'가 아니었다.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지만 어디서나 사람들과 부딪혔다.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하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마치 순간적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부터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관광객들의 뒤를 따라다녀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거북섬을 지나 구름산책로를 걷는 길을 골랐다. 구름산책로는 오전 6시~오후 11시에 개방한다.
 
거북섬은 해안로와 구름산책로를 잇는 낮고 작은 바위섬이다. 원래 이름은 송도였다.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고 해서 '송도'(松島)라고 불렸다. 소나무가 육지로 옮겨진 뒤 민둥 바위섬이 됐다. 이때 거북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거북섬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송도라는 본래 이름을 주변의 넓은 곳으로 내어 주고 거북섬이 된 것이다.
 
거북섬으로 가려면 작은 동굴을 지나야 한다. 동굴에는 거북섬에 얽힌 이야기, 지난 시절 송도해수욕장의 모습 등이 패널로 만들어져 전시돼 있다. 동굴을 지나 섬에 가면 어부와 인룡(人龍)의 사랑을 담은 조각상이 보인다. 효성 깊은 송도의 어부와 용왕의 딸인 공주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조각상이다. 용왕은 어부를 거북섬으로 만든 뒤 반인반룡이 된 공주와 함께 바닷가에 머물게 했다는 전설이 새겨져 있다. 거북섬에 함께 오는 연인들의 사랑을 이루어 주고, 장수복과 재복을 함께 준다고 한다. 앞서 걷던 젊은 남자들이 "다음에는 꼭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야겠다"며 웃었다. 하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만큼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스토리텔링이 또 있을까.
 

   
▲ 오랜 침체를 딛고 최근 부산관장 1번지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어부와 인룡의 사랑' 조각상. 거북섬에 있는 거북이 '다복이'. 어린이들을 위한 송도해수욕장 포토존(위에서부터).
인어와 공주의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구름산책로에 올라서며 감탄을 지른다.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다리다. 우아한 곡선으로 휘어지며 바다를 향해 내뻗은 구름산책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바다 위 산책로이다. 총296m. 바닥의 일부는 강화유리와 매직그레이팅(철제망)이다. 5.5~8m 아래로 짙푸른 바다, 하얀 파도가 그대로 보여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마치 바다 위에 붕 떠 있는 착각마저 든다.
 
구름산책로 끝에는 전망대가 있다. 다리가 아니라 광장처럼 둥글고 널찍한 공간이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먼 바다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눈앞의 바다는 더 넓어진다. "여기가 태평양이지?" 서울에서 왔다는 남자 대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누군가 "여기에 카페가 있으면 최고겠다"라고 하자 친구들이 일제히 나서서 나무란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봐야지. 카페가 뭐냐?" 그렇다. 이 바다는 모두의 바다여야 한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예전 송도해수욕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막이 달린 포장유선을 타고 바다 위를 유유자적 누비던 추억이 있다. 포장유선은 다시 바다를 달리고 있다. 노를 저어 뱃놀이를 했던 포장유선이 이제는 4∼8인승 동력 수상레저선으로 바뀌어 부활한 것이다. 거북섬을 출발해 해상다이빙대~어촌계양식장~혈청소~방파제~동섬~코굴~용굴~송도반도~두도로 이어지는 왕복 약 5.4㎞ 구간이다. 4명 이상이 타면 배가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약 40분이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다. 요금은 일반 1만 5천 원, 초·중·고 1만 3천 원, 유아(7세 이하) 1만 원이다.
 
좀 더 빨리 짜릿하게 바다 위를 날고 싶다면 2인용 스피드보트를 2만 원에 빌릴 수 있다.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1만원을 주고 2~3인용 수상자전거를 빌려 바다 위에서 페달을 밟아볼 수도 있다.
 
혼자서 간 터라 하릴없이 서성이다 스피드보트를 타는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했다. 왜 혼자 왔을까, 다음에는 꼭 일행과 같이 와야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바닷가를 따라 다시 한참을 걸었다. 해수욕장 중간 즈음에서 인공폭포를 만났다. 송도폭포다.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이 걷느라 더워진 몸을 순식간에 식혀 주었다.
 
   
▲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른 가수 현인의 동상.
가수 현인을 기리는 현인광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현인 동상과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 현인광장 조성비가 함께 세워져 있었다. 마이크를 잡고 서 있는 현인이 금방이라도 되살아나 노래를 부를 것만 같다. 이곳에서는 매년 현인가요제가 열린다. 현인광장 옆 쉼터에는 어르신들과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었다. 넓은 정자지붕이 그늘을 드리워 주고, 벤치의자가 원형으로 늘어서 있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사이 현인의 대표곡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왔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한 어르신이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송도해수욕장에 자주 나들이를 나온다는 김복수(72·부산 충무동) 씨다. "어린 시절 암남동에 살았어. 여름이면 아침에 눈만 뜨면 바닷가로 내려와 놀았지. 요즘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살아나서 기분이 좋아. 2007년 현인광장이 생긴 이후로는 가끔 와서 바다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곤 해."
 
김 씨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바다가 마치 흥남부두인 것처럼 여겨진다. 노래가 끝났다. 금방 일어서기가 아쉬워 미적거렸다. 잠시 후 다른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꿈속의 사랑'이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라는 첫 구절이 애절하면서도 경쾌하다. 자전거를 옆에 세우고 쉬던 한 중년남성이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다시 일어나 길을 걷는다. 해수욕장 끝에서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산책로를 찾던 중에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을 만났다. '나무섬'이나 '형제섬'으로 나가 손맛을 즐기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 해수욕장 끝부분에 있는 선착장 뒤로 가면 바닷길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송도해안볼레길 구간 중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1천230m의 산책로인 송도해안볼레길 중 해안산책로는 선착장 뒤편에서 출발한다. 이 길은 갈맷길 구간이기도 하다. 사층리, 절리, 정단층, 역단층으로 형성돼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기암절벽 옆으로 다리와 계단이 나 있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바닷길을 걸을 수 있다. 오른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서 있고 왼편에서는 짙푸른 바다가 달려든다. 이만한 풍경을 부산 시내 인근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남공원까지 가지는 못하고 돌아서려는데 금발에 벽안의 눈동자를 가진 외국인 여성 세 명이 나타났다. "원더풀!" 그들은 바다를 보랴, 발 밑을 보랴 눈이 바쁘다. "한국 친구가 송도해수욕장을 소개하며 꼭 가보라고 했다. 너무 아름답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시 돌아 나오는 길. 부산관광 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송도해수욕장이 멀리 보였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송도해수욕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 볼거리, 즐길거리는 기대이상이었다. 여름은 지나갔지만, 요즘 송도해수욕장의 낭만은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바다는 제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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