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한주 서예가 '벽암시서화집' 출간
20년 동안 지은 시 200여 편 묶어

김해의 서예가 벽암 허한주(84·사진) 씨가 최근 <벽암시서화집>을 펴냈다.
 
허 씨가 2012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아티스트인김해전' 작가로 선정돼 전시한 작품, 김해문화원에 전시한 작품 외에 20여 년 동안 지은 한시 등 200여 편이 수록됐다. 그의 서예 인생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긴 셈이다. 검은 표지로 장정한 책을 펼치면 묵향이 그윽하게 풍긴다.
 
허 씨는 "한시를 짓는 모임인 '금관이우회'에서 활동하면서 200수가 넘는 시를 지었다. 금관이우회 2대 김장휘 회장이 책을 발간한 뒤 시서화집을 내 보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책을 묶었다"고 말했다.
 

허 씨는 "시들은 제가 평생 남긴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펼치자 오언절구, 칠언율시가 이어진다. 그의 한시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관, 가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시 한 편에는 같은 한자를 두 번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시 아래에는 한글로 뜻풀이를 실었다. 누가 보더라도 뜻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허 씨는 시편을 천천히 살펴보며 쓰다듬었다. 시편 뒤에는 시를 지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초서지 5편도 실렸다.
 
그는 "시들을 보면 오언절구에서 칠언율시로 변모하며 발전해 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금관이우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한시를 짓고 서로 강평을 하면서 틀린 것을 고치거나 스승의 지도를 받았다. 초서지를 보고 있으면 그 과정들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허 씨는 책을 발간한 뒤 김해는 물론 전국의 지인들에게 일일이 발송했다.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붓글씨 한자로 정성껏 적었다. 그는 "열심히 써서 우체국에 갔더니 '한자를 못 읽을 수도 있으니 한자 아래에 다시 한글을 써 달라'고 해서 다시 볼펜으로 음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붓글씨로 쓴 봉투 하나를 보여 주었다. 붓글씨로 정성을 다해 쓴 봉투에 든 책을 받는 순간 옷깃을 가지런히 하고 봉투를 열어야 할 것 같았다.
 
허 씨는 시서화집을 낸 후에도 매일 아침이면 서실에 나가 글씨를 쓴다. 3년여 전 '공간&' 취재를 위해 만났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아직 마음에 드는 글을 써 본 적이 없어.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들고 글을 써야지. 멈출 수 없는 길이야." 그 때처럼 그는 다시 붓을 들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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