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2011년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여성친화도시'다. 김해시는 여성의 사회적 평등 실현, 여성 일자리 확대 등 다양한 정책으로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김해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김해 여성복지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시, 2011년 여성친화도시 지정
실태조사 한번 없이 성과내기 급급

'젊은도시' 불구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첩첩산중
결혼이주여성 욕구조사·취업도 미진

 
■ "김해가 여성친화도시라고?"
김해시는 2011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친화도시란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여성정책을 운영하는 행정단위를 뜻한다.
 
시는 여성친화도시 지정 이후 여성영화제, 여성단체 회원 지도자 역량 강화, 안심귀가 지킴이, 여성친화도시 과제 발굴을 위한 시민참여단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김해시의 여성친화도시 사업들이 실태조사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성과 내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사회복지사 A 씨는 "김해지역 거주 여성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욕구 파악을 한 이후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시의 사업들은 대부분 다른 시·도에서 하는 일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거나 여성단체에 위탁해 운영한다. 이러다 보니 보여주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김해여성회가 운영했던 여성영화제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나. 여성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행사를 운영했는지 의문이다. 김해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양성평등행사 등은 단순한 캠페인 형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모(52·여·안동) 씨는 "김해가 '여성친화도시'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여성 복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성친화도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 B 씨는 "여성화장실 늘리기 등을 통해 인프라는 확충됐다. 그러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잘 살 수 있는 김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 개발, 홍보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젊은 도시'에 부족한 돌봄시설
김해는 비교적 '젊은 도시'로 불린다. 김해시민 평균연령은 35.7세로 전국 평균 38.1세보다 2.4세 정도 낮다. 젊은 도시여서 유아, 어린이 인구도 많다. 그런데 김해지역 전체 어린이집 890여 곳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21곳에 불과하다. 직장 어린이집은 1곳 뿐이다.
 
주부 손 모(35·여) 씨는 "지난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교육비가 저렴한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학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학부모들끼리 이야기할 정도"라면서 "장유, 진영 등 신도시에서 젊은 인구는 늘어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은 늘지를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야대 사회복지과 손지아 교수는 "미취학 자녀를 둔 젊은 인구가 장유지역으로 많이 유입됐다. 민간 보육시설은 크게 늘었지만 인구에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직장 보육시설은 김해에 한 곳 뿐이다. 그나마 공무원 자녀만 이용할 수 있다. 젊은 인구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가 공적교육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또 "김해에는 장애인, 노인, 청소년 등을 위한 시설이 다른 도시에 비해 적다.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소외계층을 위한 집약적 돌봄서비스 시설은 미약하다. 여성들이 '돌보는 노동'에서 벗어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 지난 7월 16일 김해시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김해시 여성 취·창업 박람회'.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애로
김해의 여성 인구 26만 1천여 명 가운데 30~55세의 취업가능 인구는 전체의 43.8%인 11만 4천여 명이다. 김해시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김해시동부여성새로일하기센터, 김해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높은 학력과 전문성에 비해 낮은 임금, 전문 일자리 부족 등으로 여성들은 재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 김 모(37·여·삼방동)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가정 살림에 힘을 보태려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대부분 청소, 아이 돌보미, 노인요양보호사 등이었다. 결혼 전에 했던 사무직 일자리를 알아봤더니 비정규직인데도 불구하고 취업 경쟁률이 높았다. 경력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복지사 C 씨는 "육아와 출산 후 재취업을 위해 나선 여성들은 전문직을 선호한다. 하지만 김해지역 기업들은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재취업교육 이후 여성들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해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관계자는 "전문직 출신 경력단절 여성이 많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들은 서비스직인 3차산업 취업을 선호한다. 시에서 서비스 관련기업을 적극 유치하거나 소상공인센터와 연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 실태·욕구조사부터
김해의 외국인 주민 수는 2만 3천여 명이다. 이중 근로자가 1만 4천442명, 다문화가정이 2천516명, 유학생이 342명 등이다. 다문화가정 중 여성은 2천290명이다.
 
시는 2006년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열어 결혼이주여성 한글교육, 다문화가정 부모교육, 결혼이민자 취업 알선 등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김해지역 결혼이민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욕구조사를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복지사 A 씨는 "정부에서는 전국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지표조사를 실시한다. 그에 따라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해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지역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욕구 파악조차 안 되니 결혼이민자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점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취업도 쉽지 않다. 결혼이주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막상 취업을 해도 중도포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C 씨는 "사무직을 선호하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취업시키기 위해 200여 개 중소기업에 전화를 걸었다. 일자리를 내주겠다는 중소기업이 1곳 밖에 없었다. '미덥지가 않다'는 이유로 결혼이주여성보다 한국여성에게 일자리가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 뿐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업체,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문화, 근로환경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을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김해시민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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