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벌에 쏘여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러 갔다 벌에 쏘인 사람들도 늘어난다.

벌에 쏘이면 대개 가려움, 통증을 호소하지만 일부에서는 호흡 곤란, 저혈압, 안면부종 등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벌침에 의한 독작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벌침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환자가 특이체질이어서 생기는 반응들이다. 이런 경우를 아나필락시스 또는 아나필락틱 쇼크라고 부른다.

아나필락시스라는 용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두드러기, 비염 등의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이 아주 심각해져서 호흡 곤란, 저혈압과 같이 생명과 관련된 활력 징후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반응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아나필락시스는 신체의 특이반응이기 때문에 특정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특정인에게서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알레르겐에 의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Ig E, Ig G라는 항체가 생성된다. 인체에서 형성된 면역 글로불린이 다시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비만세포와 염증세포의 표면에서 결합하면서 수많은 화학물질들을 분비하게 된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평활근 수축, 쇼크 등의 반응을 일으킨다.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노출 이후 수 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주로 음식, 약물, 곤충 등을 들 수 있다. 음식 중에서는 해산물, 우유, 견과류 등을 꼽을 수 있다. 약물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주로 진통소염제, 항생제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려서도 생길 수가 있다.

증상이 가벼울 경우 두드러기, 가려움증, 홍조 등의 단순 피부반응만 생긴다. 심할 경우에는 호흡을 할 때 기관지 수축에 따라 쌕쌕거리는 호흡인 천명이 나타나게 된다. 후두 부위의 심한 혈관 부종으로 호흡 곤란이 심해질 수도 있다. 저혈압으로 두통,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된다.

피부에만 증상이 나타난다면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제재로 치료를 할 수 있다. 큰 걱정없이 집 주위의 피부과 등을 찾아가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호흡 곤란, 어지러움, 의식불명 상태가 되면 아나필락시스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때는 재빨리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인공호흡기 등을 달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강한 혈압을 상승시키고 기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때는 산소를 투여하면서 에피네프린이라는 강심제를 투여한다. 이후에도 증상이 이어지면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필요하면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견과류, 우유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이런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진통제나 항생제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 약물 알러지를 경험한 환자들은 꼭 약물 성분과 이름을 알아놓았다가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을 때 알러지 여부를 알려야 한다. 응급실에는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지갑 등에 알러지가 있는 약물을 적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진통제에 알러지가 있는 환자가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왔다. 약은 복용하지 않고 무릎이 아파 파스를 붙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호흡 곤란이 생겨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통해 완치됐다. 이처럼 약물 복용 뿐만 아니라 파스 제재나 연고를 통해서도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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