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을 보는 재미있는 상상력

조상들은 달에서 토끼가 절굿공이로 무언가를 찧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조금만 더 펼쳐보면 다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경남과학교육원 천체관측 지도강사를 맡고 있는 진영 금병초등학교 이정호 교사의 도움을 받아 달 표면에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구름이 없어 둥근 보름달을 관찰할 수 있을 겁니다."

▲ 환한 달표면, 절구를 찧는 토끼, 집게를 펼친 꽃게, 마녀의 얼굴 모습, 비상하는 용 모양, 고양이와 강아지

금병초등학교 천문동아리 '천상열차' 단원들이 학교의 공식 별 관찰 장소인 옥상에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기상예보를 안내하는 기상캐스터로부터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단원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별자리 관찰 재미에 푹 빠진 단원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해 줄까'라며 저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일단 "흠흠"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달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보름의 만월은 농사의 풍작, 풍요, 다산을 상징했습니다. 만월인 보름달을 수확하기 직전 알이 꽉 찬 곡물의 모습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예로부터 추석에 달맞이를 함으로써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내년 농사의 풍작과 못다 이룬 소망을 기원했습니다.

달에는 산, 계곡, 고원지대, 평야가 있습니다. 지구에서 달을 보면 시커멓고 평평한 곳이 바다입니다. 달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움푹 패인 거대한 크레이터(달 표면에 움푹 파인 큰 구덩이)에 용암이 흘러 들어가 메워지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추석 날 보름달은 맨눈으로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을 만큼 표면 전체가 밝습니다. 달 전체가 보이므로 달의 바다를 보며 여러 가지 그림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조상들은 달을 보며 옥토끼와 계수나무, 두꺼비를 떠올렸습니다. 풍요의 바다와 감로주의 바다가 토끼의 두 귀가 되고, 맑음의 바다는 얼굴이 됩니다. 비의 바다, 폭풍의 대양, 구름의 바다, 습기의 바다로는 절구통과 절굿공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조상들은 토끼가 약초를 짓이겨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는 선단을 만든다고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인간들이 범접할 수 없는 달에서 불사(不死)의 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신선들이 토끼에게 선단을 찧게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여기서 절구통과 절굿공이 대신 두꺼비를 그려 넣으면 실제 두꺼비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설명을 듣던 단원들이 스스로 달의 무늬를 보고 직접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달 무늬에 새로운 그림을 그립니다.

"선생님, 마녀가 보여요!", "선생님, 저기에 도깨비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요."

이것 외에도 다양한 상상이 가능합니다. 쉽게 상상하기 위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달 표면의 토끼 얼굴과 귀 모양을 꽃게의 큰 집게발이라고 보고 절구통을 꽃게 몸통이라고 생각하면 달 무늬 속에서 꽃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옥토끼의 절구를 용의 머리로 생각하면 용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용의 머리로는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도깨비 치우천왕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면 고양이와 강아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보름달이 환하게 세상을 비춘다는 이번 추석날에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면서 동시에 가족끼리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해뉴스 /이정호 금병초등학교 교사 (경남과학교육원 천체관측 지도강사)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