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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 문화 보존한 '왕의 무덤'③ 함안 말이산고분군
  • 수정 2017.11.02 14:35
  • 게재 2015.09.30 11:51
  • 호수 241
  • 5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은 삼한시대부터 아라가야가 멸망한 6세기 중엽까지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분군이다. 100기가 넘은 고분으로 구성돼 가야의 고분군 중 최대 규모다.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함께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하지만 대다수 경남도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김해에서 자동차로 남해고속도로를 40분 정도 달리면 함안 가야읍에 도착한다. 가야읍을 둘러보면 4~5층의 낮은 건물들 뒤로 완만하게 솟은 나지막한 구릉이 눈에 띈다. 곳곳에 곱게 머리를 깎아 놓은 동자승 머리 같은 봉우리가 보인다.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사적 제515호 말이산고분군이다. 고분들은 가야읍 도항리, 말산리에 있는 해발 40~70m 낮은 산의 남북 1.9㎞ 지역에 흩어져 있다.

 

 

   
▲ 함안박물관 입구의 불꽃무늬토기 조형물.

52만㎡ 면적에 확인 봉토분만 113기
원형 상실분 포함하면 1천기로 추정

'철기의 왕국' 성장 짐작케하는 유적
일제 발굴 이후 방치돼 극심한 훼손

신문배달 소년 신고 덕 마갑총 발견
"남문외고분군 규명할 발굴조사 필요"




함안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곳을 말이산이라고 불렀다. 말이산은 '머리산'의 소리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우두머리 산', 즉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말이산고분군은 조선시대까지 지역사람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조선 후기인 1587년 함안군수로 부임했던 한강 정구(1543~1620)가 편찬한 사찬읍지 <함주지>는 말이산고분군에 대해 '우곡리 동서쪽 언덕에 고총이 있다. 높이와 크기가 언덕만한 것이 40여 기다. 세상에 전하기를 옛 나라의 왕릉이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후반~6세기 초 만들어진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무덤군이다. 아라가야가 독자적으로 형성해서 발전시켰던 아라가야의 문화와 고대 한반도 남부 주변국과의 교류, 갈등 등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철기의 왕국'이라 불렸던 아라가야의 성장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삼한시대에 변한의 여러 나라가 성장해 가야의 여러 나라가 됐다. 아라가야(안라국)는 삼한시대의 소국인 안야국이 모체다. 함안박물관 조영한 학예사는 "삼한시대 안야국이 성장해 포상팔국 전쟁 이후인 3~4세기 안라국이 됐다. 안라국은 칠원의 칠포국, 마산의 골포국을 병합하면서 진동만을 통해 해안으로 진출했다.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말이산고분군의 면적은 약 52만 5천여㎡다. 축구경기장 면적의 7배 이상이다. 조 학예사는 "1991년 창원대박물관의 정밀지표조사 결과 봉토분 113기가 확인됐다. 발굴조사 결과를 미뤄 짐작해 보면 원형을 잃어버린 것까지 포함해 약 1천 기 이상의 가야고분군이 조영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말이산고분군은 기원전 후반기부터 아라가야 멸망 때까지 약 550년 간의 고분들이 모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말이산 능선을 따라 늘어선 높고 봉긋한 말이산고분군을 보면 그 크기와 모습에 절로 숙연해진다. '구릉지에 어떻게 이런 고분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이 같은 생각을 한 건 일제강점기 식민지사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까지 경외의 대상이었던 말이산고분군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 동경제국대학 세키노 다다시, 도리이 류조 등에 의해 처음 발굴됐다. 일제의 고분군 조사는 임나일본부설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조 학예사는 "말이산고분군은 일제의 마지막 발굴 이후 20여 년 가까이 방치됐다. 그 과정에서 유적은 극심하게 훼손됐다. 위기를 느낀 조선총독부가 1933년 '조선 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 보존령'을 제정했다. 일제는 말이산고분군이 한 구릉에 만들어진 가야시대의 고분군임에도 1940년 7월 고적 118호 '도항리고분군'과 고적 119호 '말산리고분군'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에 분리돼 만들어졌던 그 이름은 70년이 지난 2011년 7월 '말이산고분군'으로 바뀌었다.

   
▲ 5세기 후반~6세기 초 아라가야를 호령했던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무덤인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전경.

말이산고분군에서는 지금까지 17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토기·철기 각 2천여 점, 장신구 3천여 점 등 총 7천90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유물들은 말이산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함안박물관에 전시돼 아라가야의 위상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에서는 주로 통모양 굽다리접시와 불꽃무늬 굽자리접시, 손잡이 잔, 문양뚜껑 등 4~5세기 아라가야 특유의 토기가 출토됐다.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불꽃무늬 토기는 다른 가야나 신라, 왜 등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어 아라가야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가늠하게 한다. 함안박물관에 들어서면 불꽃무늬의 커다란 토기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불꽃무늬는 아라가야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5세기 대 굽다리접시와 그릇받침 등의 다리 부분에는 무늬가 새겨져 있다. 조 학예사는 "지형적으로 늪지대가 많은 탓에 자원인 뻘흙으로 다양한 토기를 만들었다. 이런 재료로 토목기술도 크게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말이산고분군의 북쪽 능선에 있는 가야읍 해동아파트 공사현장에서 1992년 6월 마갑총이 발견됐다. 주민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마갑총은 재미있는 일화를 가지고 있다. 조 학예사는 "당시 신문배달을 하던 학생이 아파트 공사현장을 지나다 토기와 쇳조각을 발견한 뒤 신문보급소 소장에게 알렸다. 창원대학교 사학과 출신이었던 소장은 심상치 않은 유물이라고 생각해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에 알렸다. 그곳에서 말갑옷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갑옷은 말의 몸통뿐 아니라 목까지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일부 파손된 부위를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상태로 출토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고구려 고분벽화 중 쌍영총에 묘사된 것과 아주 유사해 고구려와의 관계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말갑옷이 있던 마갑총에서는 둥근고리큰칼도 함께 출토됐다. 둥근고리큰칼은 89.6㎝의 긴 칼이다. 둥근고리와 칼등에 지그재그 무늬를 금으로 상감하고, 둥근고리의 지그재그 무늬 사이에는 점무늬를 은으로 상감했다. 금은제 고리장식이 화려해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 수레바퀴모양토기.

말이산 서쪽으로 약 400~500m 거리에는 경남도기념물 제226호인 남문외고분군이라는 또 하나의 아라가야 왕릉군이 있다. 이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일제 식민지사학자인 이마니시 류에 의해 말이산고분군과 같은 시대, 같은 성격의 고분군으로 기록됐다. 그때 남문외고분군은 고적으로 지정되지 못했고 아직도 그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남문외고분군은 1980~1990년대 마산대학교, 창원대학교 박물관 등의 지표조사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오래 전부터 행해진 도굴과 경작, 묘지 조성 때문에 많이 파괴됐다. 조 학예사는 "남문외고분군이 일본에 의해 파헤져진 지 100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 손으로 발굴조사한 고분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 정식 발굴조사를 통해 남문외고분군의 성격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학예사는 "말이산고분군은 1천500년 동안 아라가야의 정신적·물질적 문화가 온전하게 보존된 고고유적이다. 고대 가야문명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물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함안(경남)=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52만㎡ 면적에 확인 봉토분만 113기
원형 상실분 포함하면 1천기로 추정

'철기의 왕국' 성장 짐작케하는 유적
일제 발굴 이후 방치돼 극심한 훼손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후원으로 마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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