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한편이 많은 관심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5월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트루맛쇼'가 그 주인공입니다. '트루맛쇼'는 TV맛집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하며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식당 간의 검은 유착 관계를 고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TV의 맛집 프로그램이 식당으로부터 어떻게 돈을 받는지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경기도 일산에 가짜 식당을 차렸습니다. 그리고는 SBS '생방송 투데이'와 MBC '찾아라! 맛있는 TV'의 '스타의 맛집' 코너에 직접 출연을 했습니다. 맛집 홍보대행사를 통해 프로그램당 협찬비 900만~1000만 원을 건네고 말입니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가짜 손님의 대사를 만들었고, 행동과 표정도 '맛있게' 연출했습니다. 이 과정이 식당 곳곳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니 해당 방송사에서는 '정당한 협찬이다', '일부 외주 제작사의 문제다', '함정 취재였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기야 MBC는 6월 2일 개봉 예정인 영화에 대해 지난 5월 25일자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부르짓던 방송사 스스로가 자신들의 신념을 부정한 것입니다. 그 만큼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트루맛쇼'의 제작자인 김재환 감독은 영화의 본질에 대해 "'맛'의 프레임으로 본 미디어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맛집 프로그램은 그저 소재일 뿐,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간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와 방송의 공정성에 감추어진 허상을 폭로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논의는 엉뚱하게도 주제보다는 소재에 더 집중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신문은 물론이고, 최근 맛집 정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블로그에까지 비난이 쏟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김해뉴스의 '맛을 찾아서' 역시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고자 합니다. 누구를 비난할 처지는 못되기에, 실상을 정확히 밝히고 솔직한 자기 반성을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을 한번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맛집 프로그램 실체 폭로 영화 기폭제
한해 1만개 이상 소개되는 음식점 대상
조작·홍보성 정보 불편한 진실 공방
언론·방송 못지 않은 위력 떨치는
블로거와 동호회 폐해도 심각
좋은 맛과 음식점은 자신의 기준으로

창간 이후 '맛을 찾아서'에서는 총 24곳의 음식점을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만 음식값을 지불했습니다. 음식점 취재에는 취재 사실을 밝히는 경우와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사전조사는 필수이고 사전조사 때는 전부 음식값을 지불합니다. 일단 지면으로 소개해도 좋을 음식점이라 판단되면 취재 사실을 밝힐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합니다. 암행취재가 원칙이지만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꼭 필요하다 판단될 경우에는 취재 협조를 구합니다. 이렇게 취재 협조를 구하고 취재를 할 경우에는 음식점 측에서 음식값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이기는 해도 못이기는 척 그냥 나온 경우가 절반 정도였습니다.
 
음식점이 신문에 실리고 나면 업주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이 옵니다. 이 경우 술을 한 잔 대접하겠다거나, 식사라도 한 번 하러 오라는 말씀을 잊지 않습니다. 술을 얻어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식사를 위해 들렀다가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은 경우는 두어 번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시식은 물론이고 촬영용으로 사용된 음식까지 모두 언론사에서 계산을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김해뉴스의 '맛을 찾아서'는 비공개 취재를 원칙으로 함은 물론, 설사 공개 취재를 하더라도 반드시 음식값을 지불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뒷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몇 가지 사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취재협조를 구하기 위해 음식점에 전화를 하면 반드시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신문에 돈주고 실을 처지가 못된다." 혹은 "신문에 실어주고 나중에 광고비 내라는 것 아니냐?" 등입니다. 예외 없이 모든 음식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재 의도를 설명하기보다 의혹을 해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얼마전에는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 기관과 기획기사를 게재할 목적으로 전화로 사전 설명을 드렸습니다.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 받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문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통화 막바지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 쪽에서 취재비는 얼마나 책정하면 되겠습니까?" 대체 어느 언론에서 그런 요구를 하더냐고 물었지만 결국 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자 개인이나 신문사로 어느 정도의 홍보비를 지급하면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종종 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디냐고 묻지도 않고 그냥 원론적인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기자나 음식평론가가 취재를 가면, 한상 거나하게 차려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두툼한 봉투까지 건내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오히려 요즘은 방송이나 신문의 취재 자체를 달가워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협찬이나 광고비 등을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부조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 영화 '트루맛쇼'의 공식 포스트(위)와 트루맛쇼 스틸 컷. TV 뿐만 아니라 신문과 블로그에서도 맛은 맛이 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기준과 미각을 더 신뢰하십시오.
더군다나 최근에는 맛집 소개에 언론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블로거와 동호회의 폐해 또한 심각합니다. 몇 해 전부터 파워블로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영향력을 가진 유명 블로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는 홍보대행사로부터 사례금을 받고 특정 음식점을 홍보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동호회는 협력음식점 선정을 명목으로 운영비와 할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블로그나 동호회를 통한 홍보를 빌미로 음식점 측에 과도한 청탁과 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일부의 문제지만 정작 심각한 사실은 많은 업주들이 이러한 부조리를 보편적인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실은 더디가지만 루머는 빨리 퍼지고 오래 기억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네티즌의 자정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김해뉴스는 좋은 음식점에 대한 추천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기사 게재를 위한 청탁과 민원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대신 저희들이 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서 업주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음식점을 고르기 위해서는 방송·신문·블로그 등에서 '맛집'이라는 소재가 인기있는 이유부터 헤아려야 합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하루 세 끼 밥을 먹습니다. 과거의 식사가 생존이었다면 요즘은 식사 자체가 오락이고 관계이며 또한 사회적 신분을 확인하고 과시하는 수단입니다. 세상에 음식점은 넘쳐 나지만 본인이 직접 가 본 곳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볼펜을 하나 사더라도 미리 사용한 후 선택할 수 있고, 옷을 살 때도 직접 입어보고 색상과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조차 모델하우스를 통해 그 면적과 구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만큼은 그것이 불가합니다. 일단 맛을 보는 순간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장 필수적인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경험할 수 없으니 타인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신문의 맛면은 열독률이 높고,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되며, 맛집 블로그는 영향력을 갖게되는 것입니다.
 
보시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다만 정보로서 받아들일 뿐 섣불리 신뢰하지는 마십시오. 신문·방송·블로그에 소개됐다고 해서 당장 그 음식점을 찾아가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풍경만 사라져도 뒷돈을 받고 음식점을 소개하는 풍토는 많이 개선될 것입니다.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가 워낙 발달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식당 평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어디 소개됐다고 해서 당장 신뢰하기보다는 이미 경험한 평범한 고객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스타마케팅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요즘은 방송마다 스타의 단골집을 소개하거나, 스타를 앞세운 프랜차이즈가 유행입니다. 더불어 유명인사들의 사인지로 도배된 음식점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타마케팅의 한 방편입니다. 고객들은 이러한 스타마케팅을 통해 '나도 저런 유명인사와 같은 곳에서 밥을 먹구나'하는 심리적 안도감과 '동일시효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합니다. 방송에 소개되는 스타의 단골집은 거의 대부분 연출된 경우고, 유명 인사들이 방문한 음식점 역시 그들이 직접 선택했다기보다는 주변의 권유에 의한 정치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루맛쇼'를 제작한 김재환 감독에 의하면 "2010년 3월 셋째주 지상파 TV에 나온 식당은 177개.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천229개"라고 합니다. 여기다 신문과 잡지를 포함하면 한 해 최소 만 개 이상의 음식점이 언론의 이름으로 소개됩니다. 일반적인 생활인이라면 이 가운데 1%도 가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언론을 좇기보다는 '자기 결정권'을 키워야 합니다.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점을 꼼꼼히 따져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될 것입니다. 그 공통점을 정리해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겁니다. 어디서든 그 기준에 합당한 음식점을 선택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더러 실패도 하겠지만 경험이 축적될 수록 실패 확률은 낮아집니다. 이처럼 경험으로 축적된 개인의 기준이 사회적 합의 수준으로 발전한 경우가 '처음 가는 지역에서는 무조건 관공서 주변 음식점으로 가라'는 속설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외식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누리시라는 겁니다.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좋은 음식점과 나쁜 음식점을 구분할 수 있는 미각은 직접 조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터득 됩니다.
 
한국의 음식점들 가운데 95% 이상이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를 두고 좋은 음식점이냐 나쁜 음식점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왜 사용하느냐는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나쁜 재료를 감추고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두가지 경우는 반드시 구별돼야 합니다. 신문도 방송도 블로그도 이것을 구분해서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경험으로 터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슬로푸드협회의 세 가지 사명 가운데 하나는 "다음 세대에 대한 미각 교육(Taste Education)"입니다. 올바른 미각이 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환경도, 좋은 먹을거리도, 좋은 음식점도 기대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이에 비하면 조작된 맛집 프로그램이나 홍보성 맛집 소개는 작은 문제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신문·방송·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을 좇기보다는, 당신과 당신의 자녀의 올바른 미각을 위하여 한번 더 음식을 만들어 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신문에 맛집 기사를 소개하는 기자이자 블로거로서 드리는 진심어린 조언입니다.
 
다음 주 '맛을 찾아서'에서는 영화 '트루맛쇼'의 감상평과 김재환 감독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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