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시인, 김해도서관 초청강연
부산문화상 받은 부산작가회 회원
"낯섦은 문학 등 예술 전반에 적용"

벨라에세이연구회는 지난 2일 김해도서관에서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장을 역임한 강영환 시인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강 시인은 1979년 <현대문학>에 '천료',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공중의 꽃'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 <칼잠>, 지리산 연작시집 <그리운 치밭목>, 시조집 <북창을 열고> 등 20여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지금은 '열린시'와 '얼토' 동인, <남부시> 편집위원, 부산작가회 회원, '그림나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주홍문학상, 부산작가상, 부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강영환 시인이 벨라에세이연구회 초청강연에서 '시적 표현과 낯설게 하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 시인은 '시적 표현과 낯설게 하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내년이면 등단 40주년을 맞는다. 여학교에서 교단생활을 30여 년간 했지만 사실 말주변이 없다. 말은 잘 못해도 시를 쓸 수 있다. 그래서 시를 썼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이들이 TV를 볼 때 광고에 빠지는 이유는 내용이 자주 바뀌며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어린 아이와 같아서 식상한 것을 싫어한다. '낯설게 하기'는 그래서 작가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강 시인은 낯설게 하기는 문학은 물론이고 예술 전반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일상에서 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책을 읽는 것도 일상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시인은 독자에게 낯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시인은 "서정주 시인이 '국화 옆에서'에서 국화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고 처음 노래했을 때 그것은 국화를 낯설게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제는 누가 '어머니 같은 꽃'이라 해도 독자들은 그 표현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여긴다다"고 예를 들었다.
 
강 시인은 낯설게 하기가 러시아 형식주의에서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으나, 사실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낯설게 하기의 역사는 오래됐다. 플라톤이 '시인 추방론'을 주장한 것은 시인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시인은 서정시 기교로서의 '낯설게 하기'의 개념은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본적 작업은 언제나 대상을 새로운 의미론적 계열에 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대상을 이름에서 해방시켜 순수한 자체의 경험적 차원에서 묘사해 보는 것이다. 대상을 비일상적인 시각으로 제시하거나 대상과 주제의 거리를 극대화하며 바라보는 방법도 있다. 때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대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볼 수도 있다. 하나의 대상을 매우 낯선 다른 대상과 함께 놓고 보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대상의 특성을 날카롭게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 시인은 원인과 결과라는 익숙한 기대를 역전시키는 아이러니 기법도 낯설게 하기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가 긴장을 유지하고 신선한 감동을 독자에게 전해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표현이나 다른 의미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낯설게 하기'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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