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식 인제대 교수
지난 9월 14일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가야왕궁으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유적에서 학술발굴조사의 첫 삽을 떴다. 매장유적인 가야 고분 일변도의 발굴에서 벗어나 가야인의 생활유적에 대한 본격적 발굴이란 의미가 있다. 봉황동유적의 발굴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반천에 접한 가야민속촌 부지 조성이나 패총단면전시관 건립을 위한 발굴과 봉황토성의 존재가 확인된 회현동주민센터 인근 소방도로 확장을 위한 발굴처럼 땜질식의 긴급 발굴이 전부였다. 이제 금관가야 곧 가락국 왕실의 중심생활유적이 3년의 보장된 기간 동안 전액 국비로 진행되는 계획발굴조사라는 의미는 중요하다.
 
더구나 이번 발굴조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토제는 지난 9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주 월성의 발굴현장을 찾았다는 뉴스가 전해진지 꼭 1주일만의 일이었다. 40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발굴현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문화재청과 고고학계 뿐 아니라 역사·문화·관광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국민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경주의 월성유적과 김해의 봉황동유적은 동일한 국가사적이며, 발굴담당의 경주문화재연구소와 가야문화재연구소는 동일한 문화재청 산하의 국책기관이다. 가야왕궁의 발굴이 신라의 그것과 비슷하게 인정된 듯한 느낌으로 내내 '차별받는 가야사의 복권'을 외쳐온 필자를 감개무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좋아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김해 봉황동유적의 발굴조사가 오는 2018년까지 3개년 계획인데 반해, 경주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월성을 포함한 신라왕경의 조사·연구·정비에 약 9천400억 원이 집중 투입될 계획이란다. 양쪽 발굴조사의 기간과 예산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봉황동유적의 완전한 발굴조사를 위해서는 월성유적에서는 필요치 않은 거액의 토지매입비가 요구된다. 민가가 들어 차 있는 곳과 이미 매입이 끝나 정비된 유적의 차이다. 경주에서는 이미 정비까지 언급하고 있지만 김해에서는 발굴조사계획만 공표되었다.
 
가야왕궁은 발굴조사만으로 끝낼 대상이 아니다. 발굴조사와 연구결과에 따른 유적의 정비가 필요하고, 국민의 가야사교육과 문화관광자원의 확보, 그리고 김해의 원도심 재생을 위한 어느 정도의 복원도 필요하다. 경주와의 비교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예를 보면 그 엄청난 스케일과 지속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일본의 도읍이었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평성궁의 발굴~정비~복원의 사이클은 이미 1924년부터 시작되어 80년을 이어 오고 있다
 
1959년부터는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 전담으로 50만평이 훨씬 넘는 지역을 바둑판같은 사이트로 나누어 발굴과 정비, 그리고 복원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천도 1300주년 기념으로 10년 동안 추진된 태극전의 복원은 2010년의 낙성식으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경제대국이라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도성장이나 버블경제 이전은 물론, 전쟁 중이나 패전직후에도 발굴~정비~복원의 사이클은 단절 없이 지속되었다.
 
물론 이런 사이클의 지속은 국가사적의 보존과 국영사적공원의 조성이란 국책사업이라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김해를 비롯한 가야문화권 자치단체들이 추진하려는 '가야문화보존특별법'의 제정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의 선정과 국비확보에 중요하다고 우리들 자신이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김해는 경주에 비해 압도적인 인구와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문제이다. 3년간의 발굴조사는 국비로 하더라도 완전한 발굴조사의 전제가 되는 토지매입과 정비복원에 필요한 예산은 김해시도 적극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경주는 신라왕성을 발굴하고 김해는 가야왕궁을 발굴하는 셈이다. 월성을 쌓기 시작했다는 파사왕은 가락국 수로왕의 실력을 인정해 삼척의 실직곡국과 안강의 음즙벌국 간 국경분쟁 해결을 부탁했고, 해결 후 접대에 불만을 품은 수로왕은 당시 신라세력의 1/6이었던 한기부주를 죽이고 낙동강을 건너 김해로 돌아 왔다. 수로왕 때 비롯되었을 가야왕궁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자못 기대가 크다. 김해시도 전 방위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예산편성으로 완전한 발굴~정비~복원의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