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누구나 바라는 전원 속 별장
부산서 횟집하다 김해로 이전한 주인
"민물고기 즐기면 체질 개선에 도움"

잡냄새 안 나는 향어회 식감도 그만
고기·초장에 환경까지 '자연정 삼합'

무더위가 지나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날씨는 청명하고 구름은 아름답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쉽다.
 
이럴 때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있다. 김해 도심에서 가을날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신어산 밑자락의 삼방동 영운마을이다. 영운마을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에서 향어 등 민물고기 요리를 다루는 '자연정'을 찾았다.
 
가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손님을 가게 안으로 인도하는 '돌계단'의 자태 앞에서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랄 것 같은 '전원 속 별장'의 느낌이 확 다가왔다. 가게 안으로 곧장 들어가기에는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바깥에 머물렀다. 잘 정돈된 조경수, 항아리, 작은 폭포 등이 담벼락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주변 풍경과의 조화도 절묘했다.
 
눈으로 자연의 맛을 즐긴 후 돌계단에 몸을 맡겼다. 한 계단 씩 올라설 때마다 귓가에 들려오는 친근한 '7080 음악'이 흥을 돋웠다.
 
식당의 작은 마당에 도착하니 수많은 분재들이 호위병처럼 가게를 둘러싸고 있었다. 여느 민물횟집과 달리 향어, 장어, 메기 등 많은 물고기들을 '자연식 수족관'에 풀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주인장의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 김윤구 희망사업기술개발협회장이 가을의 향미를 자랑하는 향어회를 맛보고 있다.

자연정을 추천한 사람은 김윤구(59) 희망사업기술개발협회장이다. 기자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했는데, 그 덕분에 '나만의 가을 낭만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김 회장은 젊은 시절에는 군 장교였다. 미국과 합동작전을 할 때에는 통역장교 역할도 수행했다. 1980년에 김해로 근무지를 옮긴 뒤 김해에서 전역을 했다.
 
그 후 1992년에 '경남중장비자동차정비학원'을 설립했다. 2005년에는 학원 이름을 '김해기술직업전문학원'으로 변경했다. 그는 1998년 김해중소기업소상공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활천 기업체 협의회 회장도 맡았다. 그러면서 <자동차정비공학 실무정복> <차량정비공학 실무완성> 등 전문서 7권도 펴냈다.
 
혼자서 가게의 작은 마당 귀퉁이에 앉아 있는 기자를 발견한 자연정 안태윤(60) 사장이 "어떻게 오신 것이냐"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김 회장과 약속을 했다고 하자 안 사장이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가게 안에도 작은 분재들이 많이 있었다. 가게 운영 등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졌다.
 
김 회장이 도착하기 전에 안 사장에게 가게에 대해 물어봤다. 함안이 고향인 그는 35년 동안 횟집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부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다 28년 전 김해로 이사와 삼방동에 '소양강 횟집'을 차렸다. 그 후 삼정동에서 '자연산 횟집'을 운영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영운마을로 들어왔다. 신어산의 물과 공기, 정취가 좋아 땅을 사서 건물을 지었다. 신축 당시에도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부인 최해숙(52) 씨와 함께 13년 동안 조금씩 계속해서 가게를 단장하고 있다고 했다. 안 사장은 "신어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1급수다. 이 물을 먹은 향어, 장어, 메기는 힘이 정말 좋다"라며 "신어산 물이 흐르는 '자연식 수족관'에서 민물고기들이 체질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민물고기가 체질을 개선한다'라는 그의 말이 흥미로웠다.
 
마침내 김 회장이 도착했다. 그는 안진용(54) 희망사업기술개발협회 운영위원장과 같이 왔다. 세 사람은 안 사장의 안내를 받아 한자리에 앉았다. 김 회장은 "이 집 향어회가 일품이다. 소주가 생각나는 날이면 이곳이 머릿속을 맴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금상첨화"라면서 "신어산의 신선한 물을 먹어서 그런지 향어회에서 잡냄새도 안 나고 식감도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잠시 후 안 사장이 향어회 한 상을 차려왔다. 여느 민물횟집에서 봐왔던 그저 그런 그림이었다.
 
▲ 자연정이 자랑하는 향어회 한상.

하지만 향어회 한 쌈을 먹고 난 후에는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김 회장과 안 사장이 말했던 '그 맛'이 그대로 전달돼 온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미룬 채 일단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식객들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안 사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안 사장은 "가을에는 생각나는 음식이 전어회다. 하지만 민물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어회가 아니라 바로 '향어회'다. 향어회는 말복 이후부터 그 다음해 5월까지가 제철이다. 이때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라며 "우리 집에는 '삼합'이 있다. 신어산 1급수를 먹은 향어와 아내가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만든 특미 초장,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더해져 '자연정 삼합의 결정체'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름철에는 오리·닭백숙 등 다른 음식을 주로 손님상에 올리는데 메기불고기는 특히 별미"라고 덧붙였다.
 
안 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김 회장에게 근황을 물었다. 김 회장은 "2년 전에 협회를 창립했다. 초기에는 회원 수가 20명이었지만 지금은 4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제조업·자영업 사장, 취업준비생, 교수 등 구성원도 다양하다. 모든 분야의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라며 "회원들과 요양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풍광이 좋은 자연정 전경.
그는 그러면서 "사람은 친한 친구를 두 명 사귈 수 있으면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믿음을 갖고 인간관계를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기를 나눠줄 수 있다"고 말했다.
 
향어회를 다 먹었을 때 쯤 안 사장이 매운탕과 밥을 가져왔다. 진한 육수로 끓인 얼큰한 국물이 입안을 달큰하면서도 향긋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연정/인제로 398번길 22-18. 055-336-8656. 향어 1관 6만 원, 옻닭 4만 5천 원, 오리백숙 4만 원, 닭백숙 4만 원.

김해뉴스 /남태우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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