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고래 골격이 전시돼 있는 고래박물관. 장생포 옛마을을 복원해 놓은 고래문화마을.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묘기(사진 오른쪽부터).

모험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다.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다. 그는 약 100년 전 '악마고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울산 장생포에 머물며 고래 연구를 했다. 그곳에서 목격한 귀신고래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계 최초로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울산시 남구도시관리공단의 도움을 받아 귀신고래로 유명한 울산 고래투어를 다녀왔다.

국내 최초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멋진 묘기 아이들 환호

고래박물관 고래유물 한눈에
13.5m 귀신고래 모형 전시
관람객 공룡 보는 것처럼 탄성

옛마을 복원 고래문화마을
1970년대 마을보며 향수에 쏙

장생포에는 새끼와 동행한 고래들이 자주 출몰했다. 새끼의 원활한 분기(噴氣·공기를 내뿜는 것)를 돕기 위해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는 환경인 장생포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1962년에는 장생포 앞바다가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장생포는 귀신고래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밍크고래, 참고래도 많이 서식한다. 그만큼 고래가 살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고래문화특구'라는 이름은 이러한 장생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울산은 탁 트인 장생포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 장생포고래박물관·생태체험관·고래문화마을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돌고래수족관인 고래생태체험관은 어린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돌고래가 조련사와 함께 관람객들에게 멋진 묘기를 보여 준다. 돌고래와 악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체험관의 묘미다. 높이 뛰어오른 돌고래가 입수하며 튀기는 물보라에 어린이들은 즐거워한다.
 
바로 옆 건물은 고래박물관이다. 고래 관련 유물과 자료 등을 수집·보존해 전시하고 있다. 장생포의 고래잡이는 지역 주민들의 꿈이었다. 박물관은 당시 고래를 꿈으로 삼던 장생포 고래잡이의 생생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 포경선단이 장생포에 들어왔다. 일반 어업과 달리 포경업의 경우 포경선의 정박, 고래 해체 등을 위해 육지에 포경기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 일본도 동해 일대에서 포경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일본원양어업주식회사는 장생포에 포경기지를 새로 확보하는 동시에 러시아가 설치했던 포경기지까지 차지했다. 이후 장생포에서는 본격적인 포경시대가 막을 올렸다. 포경선 포수가 울산군수보다도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울산의 포경 전성시대를 확인할 수 있다.
 
고래들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박물관에는 브라이드고래의 골격과 수염, 범고래의 골격, 귀신고래의 두개골과 13.5m 크기인 한국계 귀신고래의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공룡이라도 보는 것처럼 커다란 고래의 골격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TV나 책에서만 봤던 고래의 실제 수염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마치 천을 겹겹이 붙여놓은 것 같다. "이런 모양이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박물관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장생포 옛마을의 전경을 복원해 놓은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1970년대 장생포 마을의 가게, 가정집 들이 실제처럼 만들어져 있다. 책방, 다방, 연탄가게, 철공소, 참기름집, 이발소, 국수공장, 목수간, 우체국 등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건물들은 나이가 많은 관람객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옛 장생포초등학교는 옛날 영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바로 옆 건물에서는 교복을 빌려주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관람객들이 몰려 와 너도나도 교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고래문화마을에는 앤드류스가 귀신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묵었던 하숙집도 복원해 놓았다. 작은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하숙생들 사이에 유명한 모험가 앤드류스가 끼여 있었을 장면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래 해체장과 착유장, 고래막집의 생생한 모습을 보면 당시 활발했던 포경사업이 머리에 떠오른다.
 
박물관에서 나오자 다시 장생포 앞바다가 보인다. 흐릿하게 저 멀리서 귀신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바다 깊은 곳에서 새끼고래와 어미고래가 분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박물관에 이어 간 곳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울산의 신화마을이었다. 신화마을은 원래 1960년대 울산공단 형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만든 '공단 이주민촌'이었다.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를 찍을 때 이 마을의 일부 골목을 벽화로 조성했다.
 
이후 문화관광부에서 공모한 '2010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미술마을로 변화했다고 한다. 언덕으로 올라가 보니 집집마다 여러 가지 주제로 재미있고 예쁘게 꾸민 벽화, 조형물 들이 눈에 띈다.
 
신화마을을 뒤로 하고 차를 달려 선암호수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의 명소는 '초미니 종교시설'이다. 선암호수공원의 테마쉼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종교시설 3곳이 있다. 성베드로 기도방은 '하느님의 자비와 진리를 간구하는 기도방'이다. 뒤로 돌아가면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기도방이 있다.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도량인 안민사에는 이미 등산객이 들어가 향을 꽂고 절을 하고 있었다. '마음과 정성을 거두어 하나님에게 기도를 드리는 은혜의 자리'인 호수교회도 있다. 

울산=김해뉴스 /어태희 인턴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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