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봉사 마치면 모두 "옥이네 가자"
값 싸고 양 많고 맛 있는 '일거삼득'

시원한 동치미 곁들인 아구찜 일품
청도 메주로 끓인 된장찌개에 침 꼴깍
각종 나물로 버무린 보리밥도 '환상'

"정성으로 만든 푸짐한 한끼 식사처럼
어르신들께 든든한 힘 되어주고 싶어"

"노래도, 힘도, 사랑도 든든한 밥 한 끼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옥이네 보리밥' 같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 드리고 싶어요."
 
'소리사랑어울림'은 노래자랑대회에서 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다. 이들이 자주 활동하는 곳은 요양원이다. 몸이 불편하고 기력이 없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김해제일요양병원, 김해청솔요양병원, 김해천사요양병원, 김해서원요양병원을 차례로 돌며 음악 봉사를 한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단체봉사활동 외에도 개별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 소리사랑어울림단체 회원들이 식사에 앞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소리사랑어울림의 고경수(58) 회장과 나행자(54) 총무, 백선봉(55) 고문, 회원 이성희(49) 씨를 장유에서 만났다. 봉사활동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옥이네 가야지"라며 웃었다. 이들이 말하는 '옥이네'는 장유 삼문동 장유바울교회 옆에 있는 '옥이 보리밥 칼국수'였다.
 
가게로 들어가니 음식 종류가 꽤 많았다. 보리밥, 칼국수, 아구찜, 대구뽈찜, 아구수육, 아구탕, 칼국수, 들깨칼국수, 땡초부추전 등. "원래 식단이 많은 집은 맛집이 아니던데"라고 하자, 고 회장은 "일단 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구찜과 보리밥을 시켰다. 옥이네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보리밥이고 아구찜은 소리사랑어울림의 단골메뉴라고 했다. 고 회장은 "이 집 아구찜을 좋아한다. 회장이 좋아하니 회원들이 별 수 있나. 다들 먹어야지"라며 껄껄 웃었다.
 
회원들도 아구찜과 보리밥에 관한 한 최고의 맛집이라고 말했다. 백 고문은 "맛집의 기준이 뭐겠는가. 가격이 싸면서 양이 많고, 양이 많으면서 맛있는 집이다. 옥이네가 그렇다. 푸짐하고 맛있으면서 비싸지도 않다"고 자랑했다. 이 씨도 "택시기사들이 점심 때 많이 온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날도 있다"고 거들었다.
 
김연옥(54) 사장이 아구찜을 들고 왔다. 붉은 아구찜에서 미더덕 특유의 바다 냄새와 매운 양념 냄새가 코에 부딪혔다. 양념이 잔뜩 발린 콩나물을 면에 감듯이 싼 뒤 통통한 아귀 한 점을 입 안에 넣었다. 아구찜을 먹는 요령은 어디서나 똑같다. 절대 콩나물과 아귀 살점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고 회장은 한입에 콩나물과 아귀고기를 입에 넣었다. 음식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 "하~하~" 소리를 내더니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크으~ 이 맛이지." 고 회장이 탄성을 내며 잔을 내리자 회원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이 씨는 아구찜 한 번에 시원한 동치미 한번 하는 식으로 아구찜을 먹었다.
 
사실 동치미는 매콤한 음식과는 찰떡궁합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동치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밑반찬은 아침에 직접 만든다고 했다. 쌈 거리나 땡초는 텃밭에서 기른다고 했다. 단골들은 가게 뒤에 있는 텃밭에서 알아서 쌈이랑 고추를 따오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리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글쎄요. 서리 좀 해 가라고 해도 안 해 가네요"라며 시원스레 웃었다.
 
▲ 나물과 계란을 넣은 보리밥과 김치묵은지. 매콤한 맛이 일품인 아구찜(시계방향으로).

아구찜에 이어 보리밥이 올라왔다. 나물 반찬들과 고등어조림도 함께 올라왔다. 가만히 침을 꼴깍 삼키고 있으려니 김 사장이 보글보글 끓는 된장을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된장은 경북 청도의 친정집에서 가져온 메주로 만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예전에는 어머니에게서 얻어먹기만 했다. 이제 가게를 하니 메주도 직접 쑨다"고 말했다.
 
된장이 올라왔으면 이제 보리밥을 먹을 준비가 끝난 것. 나 총무가 고슬고슬한 보리밥 위에 고사리, 호박, 콩나물, 무채를 올리고 매콤한 된장을 퍼 담았다. 여기에 참기름과 양념장을 조금 넣었다. 대개 여기서 끝나지만, 나 총무는 반찬으로 나온 호박무침과 열무물김치도 넣어 섞었다. 이것을 꾹꾹 눌러서 퍼니 푸짐한 한입이 되었다.
 
나 총무는 "보리밥을 먹으니 노래교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단체봉사활동 외에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 강연을 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는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를 가르쳐 주면서 책에서 본 이야기를 하나 했다. "옛날에 50대 아들이 80대 중반 노모를 내다버리려고 지게에 지고 갔다. 노모가 계속 콩을 뿌렸다. 아들은 노모가 나중에 집을 찾아오려고 버리나 보다 해서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런데 노모가 콩을 계속 뿌리기에 아들은 왜 콩을 뿌리느냐고 물었다. 노모는 '네가 길을 잃어버릴까봐 그런다"고 대답했다.'
 
나 총무는 "부모는 다 그렇다. 무덤에 누울 때까지 자식 걱정이다. 보릿고개의 가사도 그렇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노래를 부르며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자식 생각에, 어머니 생각에…. 회관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소리사랑어울림 회원들은 노래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고 회장은 "노래는 희로애락을 짧은 시간에 표현하면서 상대에게 전달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 봉사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정신적으로 노쇠하거나 기력이 없는 사람들. 그들이 우리 공연을 보면서 젊은 사람들 같은 호응을 보내 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귀로는 듣지만 표현하기가 힘든 분들이다. 노래와 사랑을 통해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봉사를 하러 갈 때마다 어르신 한 명 한 명을 꼭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준다고 했다. 백 고문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되어주고 싶다. 우리에게 보리밥 한 그릇이 큰 힘이 되듯이 어르신들에게 푸짐한 보리밥이 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김 사장이 국수를 들고 왔다. 식단에 없는 음식을 "서비스"라면서 내밀었다. 이 씨는 "배 터질라. 고만 먹읍시다"라며 웃었다. 옥이네는 국수도 유명하다. 식단에 없지만 다들 알아서 찾는다고 했다. 국물을 떠먹었다. 맑은 멸치 육수에 얼큰한 양념장이 들어가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났다. 예사롭지 않은 국수 맛에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청도에서 국수집을 한다.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너무 배가 불러 음식을 완전히 비우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옥이네처럼 정성스럽고 푸짐한 사랑'. 이들의 바람처럼 푸짐한 사랑이 요양원 어르신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키길 빌어보았다. 


▶옥이보리밥칼국수/055-322-9799. 삼문로 44번길 19. 보리밥 7천 원, 아구찜 2만 5천~3만 원, 칼국수 4천500원, 들깨칼국수 5천 원.

김해뉴스 /어태희 인턴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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