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아내와 군에 입대한 아들, 대학교 2학년 딸을 둔 모범가장입니다. 그의 성격은 그야말로 대쪽 같고, 천 원짜리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절약을 미덕으로 아는 사람입니다. 가족이 전화를 걸어도 첫마디가 '빨리 말하고 끊어라'입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고 일해라, 는 의미가 함축된 말이지요.
 
아울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의 기념일이나 자식들의 생일은 별로 챙기지 않았습니다. 다 쓸데없는 사치이고 낭비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은 이런 성격 덕분에 회사에서 일을 철두철미하게 잘 하고 자기관리도 엄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어느 날 김 부장에게 객지에 나가 공부하는 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빠, 저예요."
 
"응, 그래. 용건말 말하고 끊어라. 아빠 일해야 하니까."
 
"아빠가 꼭 들어 주셔야 할 부탁이 있어요."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아도 무척 딸을 귀여워하는 김부장)뭔데, 빨리 말하고 끊어라."
 
"'꼭 들어주셔야 말할 수 있어요. 들어준다고 약속해 주세요."
 
"아이, 이 녀석이. 그래, 들어줄 테니 빨리 말하고 끊어라."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실 때 몇 만 원 정도만 써 주세요. 비닐로 포장한 장미 한 송이와 제과점에서 파는 제일 작은 샴페인, 제일 작은 케이크 하나면 3만 원도 안 될 거예요. 집에 가서 벨을 누르고 엄마가 문을 열어 주면 말을 시켜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씽긋 웃기만 하고 있어 주세요."
 
"별 부탁을 다 하는구나. 그래 알았다. 빨리 끊자."
 
딸은 퇴근 무렵 또 전화를 했습니다. 부탁을 꼭 들어달라고 확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부장은 퇴근하자 마자 딸의 부탁대로 장미꽃 한 송이, 샴페인 한 병, 작은 케이크 하나를 사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집으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아내가 평소처럼 문을 열어 주며 김부장을 맞이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손에 들려 있는 꽃과 샴페인, 케이크를 보자 "어머나, 당신이 웬일이에요? 꽃과 술, 케이크를 사 가지고 들어올 때도 다 있고…"라며 물었습니다. 김 부장은 '응, 딸이 그러라고 신신부탁을 해서'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려던 것을 꿀꺽 삼키고 그냥 딸이 시키는 대로 씩 웃기만 했습니다.
 
아내는 김 부장의 손을 이끌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네. 얼른 씻고 식탁에 앉으세요" 라더니, 열심히 요리를 해서 저녁상을 차려 줍니다. 그는 김 부장이 좋아하는 소주에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만들어 술을 한 잔 부어 주며  "오늘이 내 생일인지는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 참 뜻밖이에요. 고마워요" 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소주, 샴페인, 장미꽃, 작은 케이크를 앞에 놓고 마주 앉아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김 부장은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아! 얼마 안 되는 조그마한 것을 보고 내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는 줄 알고 저렇게 감격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그의 내면에서 큰 각성과 반성이 일어났습니다. '이때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참으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구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부장은 이후 아내의 생일은 물론 결혼기념일, 자녀들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기며 자신의 삶에서 고마운 존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고, 가정에는 서로에 대한 긍정성(OK-ness), 고마움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자!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김 부장 가정에서 긍정성(OK-ness)이 넘쳐나도록 만든 오케이 보스(OK-BOSS)는 누구일까요? 그는 바로 '김 부장의 딸'입니다. 가정과 조직에 긍정성을 퍼뜨리고 느끼게 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보스 역할을 하는 사람, 상대와 자신이 속한 환경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오케이 보스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사람의 삶의 태도는 '아이 엠 오케이, 유 아 오케이(I'm OK, You're OK)'입니다. 이것은 나와 타인을 인정하고 수용할 줄 하는 균형 잡힌 태도를 말합니다.
 
모두가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긍정성이 넘쳐나도록 만드는 오케이 보스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분명 더 행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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