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몰라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게라르도 콜롬보·마리나 모르푸르고 글
김현주 옮김,일라리아 파치올리 그림
책속물고기
120쪽
1만 2천 원

법·규칙에 대한 아동·청소년 길잡이
다양하고 비판적인 사고 확장에 도움

"여러분은 나만 행복한 세상을 꿈꾸나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나요?"
 
이 책은 미래사회의 주인인 어린이들이 법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법 길잡이책이다. 법과 규칙이 무엇이며 규칙이 없어지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권력과 돈이 승리하는 세상은 어떻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책에서 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은 '거만한' 아저씨, '나몰라' 아저씨, '무식한' 부인, '어쭈' 아들, '뻔뻔한' 아저씨, '화가 난' 아저씨이다. 이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법을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보여주는 인물들의 특징은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름 그대로 법을 무시하거나, 자기 편한 대로 우기거나,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어린이들이 스스로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함을 쉽게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법과 규칙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반면 법이 모두 정의로운가 하는 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법과 합법성에 대한 개념을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똑같은 행동이 시대에 따라 '합법'이기도 하고 '불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법이 항상 정의로운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1865년까지 미국에서 노예 소유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주가 있었지만, 그 이후 법이 개정 되면서 노예 소유는 불법이 되었다. 그런 예를 통해 어린이들도 법이 언제 어디서나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탈리아 철학자 아감벤은 저서 <호모 사케르>에서 '호모 사케르'를 '법으로는 허용되지 않지만 죽일 수는 있는 존재'라 정의한 바 있다. 아감벤은 정치권력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법은 이렇듯 한 개인을 지키는 데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이 어떤 것이며,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어떻게 악용했는가 하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법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말하면서, 부정적 측면에서의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줌으로써 다양한 관점으로의 사고 확장과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고 있다.
 
쉽고 재미있는 책에만 길들여지면 무거운 주제를 가진 책은 기피할 수 있다. 문제의식을 토대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비판력을 키우는 일은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수평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수직사회와 수평사회는 어떠한 사회며, 수평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법이라 해도 개인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법은 정의로운 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수평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주변사람들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것은 물론, 괴롭히는 것을 보면 알려야 하고,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해뉴스

이애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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