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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책을 사랑한 서적 중개상<27>책쾌 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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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6.07 09:18
  • 호수 27
  • 11면
  • 박현주 기자(phj@gimhaenews.co.kr)

   
 
서가에 꽂혀 있기만 한 책은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읽혀져야 한다. 책이 읽혀지기 위해서는 유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즘처럼 유통 사업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책이 유통되고 읽혀졌을까. 조선에는 '책쾌'라는 직업이 있었다. 이는 서적 중개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고정된 가게를 차리지 않고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책을 팔던 일종의 서적 외판원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중국에서 각종 경서와 신간 사상서, 중국 통속소설이 대거 유입되었다. 조선에는 문학시장과 독서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해 영·정조 시대에 그 결과가 나타났다. 독자가 늘어났고, 문화 창달의 욕구가 높아졌다. 2백~3백년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운 꽃이다. 그러나 서점은 서적을 필요로 하는 정서만큼의 기능을 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책쾌는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활동한 사람들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송신용은 마지막 서적 중개상이다. 그는 1884년 조선시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겪었고, 1962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적을 중간에서 구입하고 판매하는 전문적인 서적 중개상이었지만 결코 이익만 내세우지는 않았다. 책을 통해 지식을 확산한 선구자였고 커뮤니케이터였으며,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그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이 나라의 백성이었다. 그의 호는 '필관(반드시 본다)'인데, 일본이 망하는 꼴을 반드시 보겠다는 신념을 담아 지은 호이다.
 
책을 파는 이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그 책이 좋은 책이면 값을 더 주고 구입했다. 윤종의라는 이가 '증보산림경제'를 팔면서 5천환을 요구하자, 송신용은 그 책의 가치를 볼 때 너무 싸다고 여겨 두 배인 1만환을 주고 책을 구입했다. '증보산림경제'는 1766년 영조의 내의였던 유중림이 집필하여 편찬한 책으로, 조선시대의 식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척도가 되는 중요한 고문헌이다.
 
송신용이 우리 문학계에 끼친 공적 중 하나는 19세기 서울의 풍물을 읊은 가사 '한양가'를 교정하고 주석을 달아 풀이하여 1949년 정음사에서 간행한 일이다. 송신용은 '한양가'의 경우 헌종 때인 1844년 '한산거사'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고 고증했다. '한양가'는 19세기 중반의 한양과 조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1939년 경성제국대학에서 열린 조선어학·문학 고서전람회에 출품될 정도로 그 희귀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한양가'를 보고자 하는 이가 많았고, 송신용은 사명감을 가지고 이 책을 교주(校註 : 문장을 교정하여 주석을 더하는 일)하였다. '한양가'는 송신용이 펴낸 책을 기점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가 교주하거나 필사하여 세상에 알린 책은 '한양가' 외에도 '강도몽유록' '피생명몽록' '여용국전' '배시황전' 등의 작품으로 국문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송신용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러 장서를 연구자와 기관에 기증해 자료를 공유하기도 했다. 연세대 고문헌실에서 보관중인 '불설대보부모은중경'(정조 20년 용주사 간행)은, 당시 연세대 총장인 백낙준의 환갑을 축하하는 의미로 송신용이 기증한 것이다. 그가 귀한 귀중본 고서를 대학 도서관에 기증한 것은 후학들이 이 책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함이었다. 그의 이런 소신은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요, 소중한 서책 수집가이자, 훌륭한 재야 민속학자나 다름없다고 여러 학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소수의 특정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책을 흥정하고 매수하던 서적 중개상인 책쾌는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그 후 서적이 대량 인쇄 보급되고, 서점이 들어 서 새로운 유통 방식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점마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해 내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김해점 내 KG북플러스 서점도 부도로 인해 철수했다(본지 1,4면 참조). 그 자리에 다시 서점이 들어오길 바라며, 평생을 책과 함께 한 조선의 책쾌들과 송신용을 독자들께 소개한다.
 
책을 구입하기 편리해지긴 했지만,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책쾌 손신용의 삶과 소신을 담은 이 작은 책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민희 지음/역사의아침/175p/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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