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을 때 50대 중반의 여성이 외래로 찾아 왔다. 말을 들어보니 모호한 상복부 통증으로 수 개월째 위장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증상이 지속돼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다른 병원에서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시행해 보니 경미한 위염 외엔 특이 소견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복부초음파, 복부전산화단층촬영(CT)도 해 보았는데 간외담도(총담관)가 약간 늘어난 것 외에 특이 소견이 없었다. 담도에 결석이나 종괴 등도 확인되지 않았고 혈액검사도 정상이었다. 그래서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 개월째 위장약을 복용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상복부에 간헐적인 불편감 등이 남아 있어 필자를 찾아 온 것이었다.

CT를 검토해 보니 역시 특별히 확인되는 것은 없었다. 담도가 약간 늘어나 있는 것을 보고 추가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담도 MRI(자기공명영상) 시행을 고려했지만 비용 부담을 꺼린 환자가 다른 검사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내시경 초음파를 해 보았다. 원위부 담도에서 7㎜ 가량의 담석이 확인돼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로 담석을 제거했다. 이후 환자에게서 증상이 사라졌다.

담도 결석은 대개는 담낭 결석으로부터 흘러 내려오거나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담낭 결석 없이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담도 결석은 완전히 담도를 막지 않으면 혈액 검사에서 빌리루빈 검사 수치나 간기능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간헐적으로 상복부에 심하지 않고 참을 만한 불편감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에서 담도, 특히 원위부 담도를 확인하기란 매우 어렵다.

복부전산화단층촬영이 담도 결석을 확인하는 유용한 검사이긴 하지만, 콜레스테롤 담석의 경우에는 방사선이 투과돼 잘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담도 MRI를 시행해 담석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비용이 고가여서 최근에는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유용하게 원위부 담관을 확인한다. 내시경 초음파는 담낭, 췌장, 간의 일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상당히 많은 정보를 동시에 준다.

최근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게 되면서 담석 제거, 담도 배액 외에도 담낭제거술에 앞서 담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나 경미한 담도 확장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술 후 담관염, 췌장염,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무조건 시행하기보다는 먼저 내시경 초음파로 담도나 담낭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담도 결석이 있어도 증상이 없을 경우 꼭 제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의 연구 경향들을 보면 담도 결석이 결국 지속적인 만성 염증의 유발인자가 돼 담도암과 연관된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제거해 주는 게 안전하다. 지금은 증상이 없더라도 앞으로 갑작스럽게 담관염이 진행돼 심한 패혈증까지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에 담관석을 제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관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복부 불편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시경 초음파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ERCP로 제거해 주는 게 미래의 합병증이나 담도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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