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에 빵, 국수 등을 자주 찾는 직장인 김진현(32·여) 씨는 최근 들어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소화가 잘 안 되기 일 쑤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김 씨의 증상이 밀가루 음식의 글루텐 성분 때문일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과연 밀가루가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일까. 동방한의원 표수현 원장의 자문을 얻어 밀가루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차가운 성질… 주식으론 안 좋아
소변 돕고 갈증·화병을 개선
자체만으론 비만·질병 원인 안 돼
설탕·소금·지방 등 첨가물이 주범
체질에 맞춰 우리 밀 섭취를

■밀의 효능
밀가루의 원료인 밀을 한의학에서는 '소맥(小麥)'이라고 한다.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나 러시아 남부 캅카스지역이며, 주로 온대 지방의 밭에서 재배된다.
 
한의학에서는 밀의 성질이 약간 차갑다고 말한다. 밀은 소변 배출을 돕고, 갈증을 멎게 하며 화병을 개선한다고 본다. 밀은 종기를 없애는 데도 사용된다. 또한, 밀의 밀기울에 포함된 다량의 섬유소질은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증가시켜 변비를 예방하기도 한다.
 
표수현 원장은 "밀을 제분한 밀가루는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있는 사람이나 체질적으로 위장이 뜨거운 사람이 먹었을 경우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처럼 자주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밀가루의 오해
밀가루는 탄수화물 92%, 단백질 8%로 구성된 탄수화물 식품이다. 밀가루의 쫄깃한 식감은 글루텐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글루텐은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결합해 만들어졌으며 밀, 보리 등 곡류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최근 밀가루 속 글루텐이 소화기능장애, 호르몬불균형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밀가루 자체가 비만이나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밀가루를 섭취한다고 해서 당장 살이 찌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밀가루 자체보다는 밀가루를 주 재료로 해서 만드는 빵, 라면, 만두 등에 들어가는 설탕, 소금, 지방 등 각종 첨가물이 건강에 안 좋다고 말한다.
 
식품 섭취 후 혈당상승 반응을 수치로 나타낸 값을 당지수(GI) 라고 한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체내 흡수가 느려 천천히 에너지화 된다. 지방이 저장 되는 것을 막고 오래도록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당지수가 높을수록 체내 흡수 속도가 빠르다.
 
체내에 흡수 된 식품은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때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척된다. 당지수 50이하면 당지수가 낮다고 보고 70이상이면 높다고 본다. 밀가루의 당지수는 55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밀가루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식빵은 91, 바게트는 93, 라면은 73 등으로 당지수가 높다. 이 때문에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할수록 비만, 당뇨병, 지방간 발병률이 높아진다.
 
표 원장은 "밀가루음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음식에 들어있는 각종 첨가물 때문이다. 설탕, 식품보존제 같은 첨가물들이 배설되지 않고 몸에 남으면서 대장에 곰팡이균이 증식되고 알레르기 비염, 당뇨병, 지방간 등 각종 질병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표 원장은 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글루텐 프리 제품은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약 1%의 극소수를 위한 대체식품이다.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하게 밀가루 먹기
그럼 밀가루는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표 원장은 수입 밀 보다 우리 밀을 섭취하고 자신의 사상 체질에 맞게 밀가루음식을 가려 먹을 것을 권했다. 
 
우리 밀은 통밀을 빻은 것이기 때문에 수입 밀에 비해 칼슘·철·마그네슘 등 영양소와 섬유질이 풍부하다.
 
또한 통밀은 입안에서 까칠까칠한 식감을 제공해 저작 작용을 증가시키고,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배변 활동을 돕는다.
 

한국인은 4분의 3이 소음인이라고 할 정도로 소음인 비율이 높다. 소음인은 신대비소(腎大脾小)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음인은 신장기능은 좋지만 비위의 기능이 약해 음식 욕심은 없고 설사를 자주 한다. 그래서 소음인 중에는 평생 위장병을 앓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소음인이 밀가루를 섭취할 경우 위를 처지게 하고 차갑게 만들어 소화불량, 설사 등 소화기능 장애를 앓는 경우가 흔하다.
 
표 원장은 "간과 위장 기능이 좋은 태음인은 밀가루를 섭취했을 때 무리가 없다. 하지만 밀가루 자체가 찬 성질의 음식이기 때문에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만 섭취할 것을 권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소화를 돕는 신선한 채소, 해조류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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