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을 지역의 정치적 지형은 독특하다. 우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이 대승했던 18대 총선에서, 그것도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남지역에서 야당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러나 지난 4·27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예상을 깨고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연고가 없었지만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태호 의원의 인물론이 먹혔던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지지도는 여전히 강하지만 인물론을 앞세운 여권 인사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한나라당 인사들은 인물론에 막혀 정치적 좌표를 수정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다수의 인사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직인 김태호(48) 의원은 재출마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경전철 적자와 부영임대아파트 분양전환 문제, 제2창원터널 개통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친동생까지 지역구에 상주시키며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정치를 포기하고 재선에 '올인'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호 의원은 지난달 말 본사를 내방한 자리에서 "수 년 이상 끌어오면서 해결되지 않은 지역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한 뒤 내년 총선에 반드시 재출마할 것이다"면서 "'김해시민들 덕분에 큰 인물이 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해를 바탕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입지를 다져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김태호의 인물론에 막혀 정치적 진로를 수정한 다른 여권 인사들과는 달리 황석근(48) 한국폴리텍Ⅶ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은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4·27보궐선거에서 김태호 의원과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최종 여론조사 경선까지 가는 선전을 펼친 그로서는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미련을 접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황석근 학장 역시 김해교육포럼을 만들어 지역인재 유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등 물밑 행보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황 학장은 "김태호 의원은 잘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타향 출신으로 김해에 연고가 없고 지역정치 기반이 부족하다"면서 "(저는)처가 본가 외가가 모두 김해에 있어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고, 교육계에서 20여 년 간 몸담아온 경륜을 살려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며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4·27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 경선에 참여했던 김혜진(60)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단 회장도 내년 총선 후보로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역 한나라당 대의원들에 대해 나름대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김 회장은 최근 중앙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을 오르내리며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김혜진 후보가 여전히 내년 총선에 뜻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 선거에서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를 희망한다. 그래서 내외동에 냈던 선거 사무실도 폐쇄했다"면서 진로 수정을 암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치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현재 상황에서 미래를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한나라당과 달리 두터운 바닥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다양한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사는 곽진업(66) 전 국세청 차장이다. 지난 4·27보궐 선거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곽 전 차장은 선거 직후 장유면 대청리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지역 인사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또 지난 3월 만든 '김해생활경제연구회'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대안 모색에 몰두하고 있다.
 
곽 전 차장은 "오랜 세월 국세청에서 일했고 공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두터운 중앙 인맥을 가지고 있다"면서 "경륜과 인맥을 살려 김해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 장점을 발휘해 김해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밝혔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본인의 불출마 의사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강한 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 4·27보궐선거에서도 출마를 고사한 적이 있는 김 국장이지만 한나라당에게 빼앗긴 지역구 의석을 되찾아 올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서거 2주기를 앞두고 한나당에 의석을 내어준 뼈아픈 경험을 한 친노 인사들의 강력한 권유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국장의 불출마 의지는 확고하다. 최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를 차분하게 치러낸 김 국장은 "지금까지 정치권 진출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봉하마을을 가꾸고 노 대통령 추모기념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소속의 김근태(47) 진보정치연구소 소장도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김 소장은 최근 진보정치연구소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진보정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4·27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서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김 소장은 내년 선거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정세 상 내년 총선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 연대의 틀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진보정당 후보로 나설 것이지만 야권연대라는 큰 틀 속에서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아쉽게 낙선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도 재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낙선 후 생업인 농사일에 집중하며 몸을 추스르고 있는 이봉수 후보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주변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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