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상대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진심어린 사과, 소통, 배려, 화합에 대한 갈증이 유난히 큰 것 같습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소통과 화합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경제와 생활복지 측면에서 간격이 갈수록 벌어지고 중산층이 점점 아래로 내려앉는 양극화는 이미 사회에 고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그리워하고,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힘을 얻고자 상담을 받습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철'이 들어 자신만의 가치를 고집하며 중심을 잡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랜 기간 푼푼이 모은 돈을 연말에 기부하는 천사, 추운 날씨에도 방범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택시에 놓고 내린 지갑을 찾아 주려고 애쓰는 운전기사,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경찰을 돕는 시민 등….
 
언론에서 이런 기사들을 접하면 '세상은 아직 살 만한가 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가깝게 살고 있는 이웃,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아는 진정으로 '철든' 사람입니다.
 

우리는 한 해를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신년 다짐에 대해 못내 아쉬움을 가지며 헛되이 보내버린 시간들 때문에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얼마나 더 살아야 의연하게 철이 든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가장 아쉬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달하였나 하는 것입니다. 혹시 가장 편하고 만만한 상대라고 마음대로 하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니까, 자식이니까, 또는 아내·남편이니까, 친한 친구니까, 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정서들을 거침없이 쏟아낸 적은 없을까요. 때로는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요. 그런 상처들조차 '가까운 사람이니까 감당해 줘야한다'며 합리화하지는 않았을까요.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늘 그들보다는 좀 더 먼 다른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대하곤 합니다. 어쩌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 남들에게는 예의를 지켜라' 하는 가르침이 우리에게 강하게 각인이 돼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란 단어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의를 지키거나 깍듯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고, 화가 난다고, 절망을 느낀다고, 그런 기분을 가까운 이에게 짜증이나 화로 표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역할은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고 하소연을 들어주며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하는 것이 맞는데 말입니다.
 
이제,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나이에 맞게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직도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아 있네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고 가족들과 무릎을 맞대고 진솔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 더 뜻있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해 봅시다. 자녀들과 함께 부모를 만나러 가거나, 친구를 만나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를 나누거나, 자선남비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후원을 하거나, 춥고 힘든 겨울나기를 하는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나눔의 시간을 가져보거나…. 정말 철든 사람들의 용기와 행동입니다. 이 시간에도 철없는, 철들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네요. 또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제발 이제 철 좀 듭시다!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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