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식 인제대 교수
지난 달 30일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중도하차했다. 차기 시장 선거 도전을 위한 지역 정가의 움직임이 활발한 모양이다. 15개월이나 끌었던 법정 공방에 시정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자치제에서 선출된 3명의 민선시장 모두 유죄판결을 받는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은 김해시민들에게 한없는 수치심과 무력감을 안겨 주었다.
 
<김해뉴스>의 표현대로 시정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안하무인'의 권력을 휘두른 시장의 과오는 본인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불상사의 시작은 우리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됐다. 잘못 선택하고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우리는 원인 제공자이자 방관자였던 셈이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물러난 시장 반대로만 하면 좋은 시장이 될 것이다"라고도 했다. 같은 착오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김해시장이면 좋겠다'는 희망 한두 가지를 그려 본다.
 
우선 감옥에 가지 않는 시장이면 좋겠다. 아예 법정에 설 필요도 없는 시장이면 더욱 좋겠다. 김해는 '삼갈 경(敬)'과 '옳을 의(義)'를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30년 동안이나 후학을 가르쳤던 고장이다. 옷에 성성자(惺惺子)란 방울을 달아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리에 초심을 되새기고, 경의검(敬義劍)을 차서 안으로 흐트러지려는 자신을 끊고 밖으로는 의를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겠다는 가르침을 줬던 곳이 대동의 산해정이었다. 욕심과 부정에 물들지 않을 참 용기를 가진 사람이 김해시장이면 좋겠다.
 
성성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인물이면 좋겠다. 위정자의 잘못은 대개 소통이 없는 독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론과 언론에 귀를 기울이고 해당 업무 담당자나 소관위원회의 의견을 잘 청취할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김해도호부의 관노였던 어무적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상소문에서 '비 새는 지붕은 위에 있지만 비 새는 줄 아는 사람은 밑에 있다'는 옛말을 인용했다. 윗자리에 있는 자가 제 구멍 난 것을 알기 어려우니 뚫린 구멍 때문에 아래에서 비 맞는 백성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셀 수 없이 많은 위원회가 기능하고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사람이면 좋겠다. 젊은이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손해득실을 따지는 시장보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시장이면 좋겠다. 돈이 신앙이 되는 세상이 되다 보니 모든 결정에 경제적 타산을 우선시 하는 풍조가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시민들의 행복이 반드시 튕겨지는 주판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득실의 계산보다 시비를 가리는 선택이 시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김해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공장 유치와 산업단지 유치를 통한 김해의 발전은 녹색과 생존의 권리라는 시민의 행복을 무시한 대가이기도 하다. 돈만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도 셀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고 시정에 보다 더 비중을 둘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왕릉대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김해의 역사를 충분히 안다고 여기거나, 김해문화의전당 한가운데 자리에 앉아 시민들과 콘서트·뮤지컬을 관람하며 문화시장이라 외치면서 박수를 받으려 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미래 김해 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어려운 독립운동 활동 중에도 김구 선생이 원했던 나라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였다. 문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라 했다. 경주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가 그만큼 투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북이나 대구, 근년의 부산시장처럼 문화의 힘을 의식할 수 있는 김해시장이면 좋겠다.
 
선거는 사회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게 하는 정치 축제다. 과거에 선거 부정의 죄업으로 도중하차했던 사람을 다시 뽑았던 것도 우리였다. 감옥 간 시장들이 흘린 떡고물에 정신 팔려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도 우리들이었다. 내년 4월 13일까지 우리 모두 나의 손해득실에 따른 계산이 아니라 김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런 김해시장이면 좋겠다'의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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