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지역의 산업단지 비리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개별공장 허가를 둘러싼 비리의혹까지 불거졌다. 김해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구속되거나 검찰·경찰 조사를 받는 공무원 수도 늘고 있다. 산업단지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비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계획 승인 때까지 평균 2년 걸려
관련 기관 무려 40여 곳과 협의

가산산단부터 무더기 승인 시작
대기 중인 곳 등 합쳐 19곳 추진

김맹곤 전 시장 허가 남발 상황
뇌물수수설 등 계속 터져 나와
시 공무원 2명 등 현재 7명 구속


■공무원 2명 구속, 1명 소환조사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8일 산업단지 시행사 대표한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해시 최 모(56) 국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최 국장이 2012~2013년 사이 주촌면에 이노비즈밸리 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시행사 대표 이 모 씨로부터 인·허가에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9일 김해시청 허가민원과를 압수수색하고 이 모(47) 계장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 계장에 대해 공장 설립 허가를 대가로 2명에게서 7천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뇌물수수)를 두고 있다. 이 씨에게 5천만 원을 건넨 안 모(51) 씨와 2천만 원을 준 고 모(41) 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일 허가민원과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11일에는 A 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A 국장은 과거 허가민원과 과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공장 설립 허가와 관련해 부하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김해지역 산업단지 인·허가 및 공장 설립 비리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모두 7명이다. 이중 시 공무원은 2명이다.
 

▲ 김해의 한 산업단지 전경. 조성 및 분양에 성공할 경우 큰 돈을 벌 수 있어 산단 조성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산업단지 난립 현황·이유는
김맹곤 전 시장은 2010년 말 난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을 종전 경사도 25도 이하에서 11도 이하로 강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2011년 7월 오척산업단지 허가를 내준 이후에는 2년여 동안 산업단지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시가 산업단지 승인을 무더기로 내주기 시작한 것은 2013년 6월 13일 가산산업단지부터였다. 이어 같은 해 8월 29일에는 이노비즈밸리산업단지를 승인했다. 이 외에 덕암2산업단지, 김해사이언스파크산업단지, 신천산업단지 등에 대한 승인이 이어졌다. 현재 김해에서 추진 중인 전체 산업단지는 승인을 받은 곳, 대기 중인 곳 등을 합쳐 19곳에 529만㎡에 이른다.

기업인들이 회사 운영보다 산업단지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산업단지 특례법에 따라 시가 엄격히 제한한 경사도 조례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례법은 또 산업단지 사업자가 땅 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할 때 멀쩡한 남의 땅이라도 줄만 그어놓고 행정기관의 허가만 받으면 강제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허가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김해의 경우 신항만, 김해공항이 가까운데다 고속도로 등이 많이 개통돼 있어 입지 조건이 좋다는 점이 유인 요인기도 하다. 산업단지를 만들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분양에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산업단지를 만들려는 기업인들이 김해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산업단지 비리 왜 발생하나
산업단지는 한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인식돼 있다. 김해시가 출자해 설립한 김해시도시개발공사 조차 산업단지를 만들면 돈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해 산업단지 조성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대개 산업단지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보상비, 공사비 등을 합쳐 규모에 따라 400억~1천억 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산업단지를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 조성을 마친 뒤 분양에 성공할 경우 총사업비의 30~40%에 해당하는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기업체들이 의기투합해 산업단지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규모 산업단지 하나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200억~300억 원을 벌 수 있다. 기업인들 중에서는 '굳이 힘들게 회사를 꾸려봐야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산업단지를 통해 땅 장사를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단지를 개발하려면 투자의향서 제출부터 계획 승인 신청·협의,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 계획 승인에 이르는 데 평균 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환경·농지·산지 관련 기관 등 무려 40여 곳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 절차를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사업의 승패는 물론 수익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들은 산업단지 사업비 400억~1천억 원 중에서 절반 이상을 은행 대출로 충당한다. 대출을 해 줄 거래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은행들은 산업단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시행사로서는 사업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사업 기간을 줄여야 수익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한 기업인은 "김 전 시장의 재임 1기 후반기에 산업단지 허가가 남발되는 과정에서 뇌물수수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터져 나온 배경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난개발을 막겠다면서 경사도 강화 조례를 만들었던 김 전 시장은 산업단지 조성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

이노비즈밸리산업단지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거액의 외자를 유치했다며 직접 홍보를 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자 유치 주장은 사실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