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열풍이 불었다가 최근 다시 식고 있다. 담배 판매량이 반으로 줄었다가 다시 예전의 80%선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담뱃값을 올리면 판매량이 34% 줄 것이라던 정부의 예측은 빗나가고, 담뱃세만 3조 원 가량 더 걷힐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담뱃세만 올려놓고 '먹튀'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금연 열풍이 식은 것과 금연의 정당성은 당연히 구별해야 한다.

담배는 15세기에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가져가면서 유행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담배가 소개된 초창기에는 약 등의 치료목적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류 건강에 최대의 적이 됐다. 흡연은 우리나라 사망률 1위인 암, 2위인 심혈관질환, 3위인 뇌혈관질환의 공통적인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30~40년 전만 해도 안방에서 담배를 피우던 아버지의 모습은 당연했다. 버스에서도, 사무실이나 병원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산모 앞에서도 당당히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기호품이라고 생각했고, 개인의 선택이라고 여겼다. 담배를 끊은 사람은 독종 중에서도 상독종이니 상종하면 안 된다는 식의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1988년 우리나라에 처음 금연운동협의회가 창립될 당시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무려 80%에 이르렀다. 간접흡연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담배와 간접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잘 알고 있다. 아파트 위아랫집 남자가 테라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가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관리실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래저래 흡연자는 오갈 데가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흡연에 관한 여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42%)은 선진국(평균 30%)보다 훨씬 높다.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흡연율(18.1%)은 홍콩(12%), 일본(8%), 싱가포르(3%), 태국(1%)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 청소년들보다 엄청나게 높다. 여성 흡연율도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담배 연기에는 4천7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한다. 이 중에는 기관지 섬모운동을 저해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유해물질과 40여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인 600만 명의 사망이 담배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만여 명이 흡연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 폐암 환자의 90%는 담배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알려져 있다. 폐암뿐만 아니라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췌장암, 방광암, 자궁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자가 담배를 피우면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이 더 잘 생기며, 흡연자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급사와 심근경색, 부정맥의 위험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4배나 높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흡연은 또한 가임여성과 남성의 수정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불임비율이 더 높고, 자궁 외 임신이 2.2배 높다고 보고돼 있다. 산모가 흡연을 하면 태아의 성장을 방해해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배 이상 높다. 태아 사망과 영아 사망이 25~50% 증가한다.

간접흡연도 주변사람에게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흡연자와 같이 사는 아동의 폐 기능 발달은 느려진다. 흡연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는 5세가 될 때까지 약 102갑의 담배를 피운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흡연자와 함께 사는 부인의 경우 폐암과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30~50% 증가한다고 한다.

흡연은 이제 기호가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며, 의료비 지출의 주범이다. 질환으로 인식해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동안은  금연 진료에 대해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의사들은 금연 진료에 소극적이었다.

흡연자 한 명에게 금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일이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금연했던 사람이 다시 담배를 피우더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의사들도 흡연을 질병으로 보고 금연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금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리라고 본다.

새해 늘 하는 결심, 금연! 개인의 결심, 의사의 적절한 상담과 처방, 정부의 금연정책이라는 3박자가 잘 맞아야 금연에 한 발짝 더 가가갈 수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은 금연구역 확대, 물가상승률에 맞춘 담뱃값 인상, 담뱃갑에 강력한 경고문과 사진 부착 등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금연, 올해에는 꼭 성공합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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