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쌓인 나쁜 기운·독 빼줘 항암효과 뛰어나
음식 궁합으로 ‘화’는  내려주고 ‘열’은 더해

매년 제철 4~5월 직접 산지 방문해 재료 구매
밥맛 살려주기 위해 주문 후 곧바로 요리

담백한 표고버섯무침·동치미로 입맛 돋워줘
붕어뼈 고아 쓰는 어탕육수는 맛·보신 모두 탁월

▲ 표수현 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곤드레밥을 한숟갈 들어보이고 있다.
대청동 코숨동방한의원의 표수현(49) 원장을 만난 건 지난해 2월 피로로 굳은 어깨를 풀기 위해 환자로 한의원을 방문하면서다. 당시 표 원장의 세심한 진료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코숨동방한의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기자로서 그에게 점심을 하자고 했다. 그가 추천한 맛집은 코숨동방한의원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어탕'이었다.
 
어탕은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롯데마트를 지나 '덕순할매전통돼지국밥'과 '짜장면' 사이에 난 골목에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어탕국수'와 '곤드레밥'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탕은 7년 전 문을 열었다. 장석환(55) 사장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음식은 손님에게 낼 수 없다'는 철학 때문에 직접 혼자서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표 원장은 곤드레밥을 주문했다. 곤드레밥은 주문을 받는 즉시 냄비에 흰 쌀과 곤드레나물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표 원장의 고향은 마산이다. 동국대학교 한의과를 졸업했고, 올해로 한의사 경력 23년 째다. 1993년 통영에 동방한의원을 개원했고, 1998년 창원에서 원심제당이라는 한의원을 운영했다. 2002년에는 전미침술·동양의학협회(NCCOAM)로부터 미국 한의사자격증을 취득해 미국 뉴욕 뉴저지에서 원제한의원, 해림한의원을 운영했다. 지난해 1월 김해로 온 그는 코숨동방한의원을 개원했다. 비염·축농증을 전문으로 하는 전국 코숨네트워크 한의원 20개 가운데 하나다.
 
표 원장은 평소 채식을 즐긴다.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에게 채식을 권하기도 한다. 처음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서 들었던 말도 "채식을 하세요"였다. 그는 "한약과 양약의 원료는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한다. 왜 채식이 우리 몸에 이로운지 알 수 있다. 채식을 하면 각종 식품첨가물과 고기 때문에 장에 쌓인 나쁜 기운과 독을 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물들은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 곤드레나물 등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밑반찬.
밑반찬이 나왔다. 들기름, 소금으로 간을 한 표고버섯무침, 곤드레나물,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양파 장아찌 등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표고버섯무침과 곤드레나물은 짜지 않고 담백했다. 이어 막 지은 곤드레밥과 된장찌개가 나왔다. 따뜻한 곤드레밥 위에 표고버섯무침과 곤드레나물을 얹고 양념장을 조금 넣어 비볐다. 입안 가득 쌉싸름한 곤드레나물 향이 퍼졌다. 처음에는 쌉싸름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감칠맛이 돌았다.
 
표 원장은 "곤드레나물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기 때문에 육식으로 인한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면서 "곤드레나물의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양념장 없이 먹는 게 좋다. 곤드레나물밥 한 입에 된장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꿀맛"이라며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 쌉싸름한 곤드레나물 향이 살아있는 곤드레나물밥
어탕이 곤드레밥을 만들 때 쓰는 곤드레나물은 장 사장이 제철인 매년 4월~5월 강원도를 직접 방문해 1년치를 한꺼번에 구입해 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나물은 집에서 직접 삶아 냉동 보관한다. 밥이 가장 맛있을 때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밥을 짓는다"고 말했다. 
 
표 원장의 말대로 된장찌개는 곤드레밥과 궁합이 잘 맞았다. 시골 할머니댁에서 먹던 깊고 구수한 맛이었다. 양파 장아찌와 동치미도 곤드레밥과 함께 입안을 즐겁게 했다. 표 원장은 "곤드레나물에서 느껴지는 쌉싸름한 맛은 심장의 '화' 기를 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곤드레나물은 찬 음식이기 때문이다. 어탕의 된장찌개는 다른 곳보다 약간 매콤한 맛이 난다. 이 것은 열을 더해 준다. 사장이 음식 궁합을 잘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표 원장은 인공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특이하게도 잠이 온다고 했다. 그는 "어탕의 음식을 먹으면 잠이 안 온다. 인공조미료를 안 쓰는 것 같다"며 웃었다.
 
▲ 장유 '어탕' 전경.
어탕은 곤드레밥 외에도 '어탕국수', '참게메기매운탕', '산채비빔밥', '산더덕구이' 등을 손님 상에 낸다. 장 사장은 "어탕국수에 쓰는 육수는 매년 9~10월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잡은 붕어로 만든다. 붕어를 뼈가 녹을 때까지 고와 육수를 만들기 때문에 보신에 탁월하다. 더덕은 강원도에서 난 것만 쓴다"면서"어탕 문을 연지 7년이 됐지만 한 번도 광고를 낸 적 없다.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모여들었다"고 자랑했다.
 
곤드레밥을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다. 다 먹고 나자 몸에서 땀이 났다. 표 원장의 밥그릇도 깨끗이 비워졌다. 그는 "맛있게 한 끼를 먹고 돌아서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몸에 이로운 곤드레밥을 먹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탕/삼문로 9(대청동 301-5) 트윈스빌딩 1층. 055-323-5553. 어탕국수·수제비·산채비빔밥 각각 7천 원, 곤드레밥(2인 이상) 1만 원, 참게메기매운탕 2만 5천~3만 5천 원, 산더덕구이 1만 5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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