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년 전, 수렵생활을 했던 인간은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정보화사회 다음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덴마크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 대표를 지낸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일찍이 "꿈과 감성을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래는 물질은 풍요롭지만 물질 자체보다는 재미와 꿈을 소중히 여기고 희망을 주는 상상력의 이야기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격과 품질이 엇비슷한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함께 또 다른 덤을 주어야 하는데 이 덤이 바로 스토리라는 것이다.

사실 미래는 확실성이 아닌 꿈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실현시키고 싶은 인간의 끊임없는 기대와 희망이 존재하기에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모든 혁신적인 기술과 신제품 뒤에는 항상 꿈이 있었다.

불과 수 년 전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인자동차 시장은 현재 글로벌기업들의 최대 전장이 되고 있다. 사막 위에 스키장과 인공섬을 만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수천 편의 시를 발표한 경력을 가진 풍부한 상상력의 시인이었다.

글로벌기업들의 게임 법칙은 변화하고 있다. 20세기를 지배하던 저비용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글, 애플처럼 새로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위 '게임 체인저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자회사였던 소니, 휴대폰 대기업이었던 노키아, 카메라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 게임기업체였던 닌텐도의 몰락을 보라. 우리나라 최강기업 삼성은 중국의 스마트폰 신생업체이며 좁쌀의 상징 브랜드 샤오미에게 중국시장에서 혼쭐이 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안주의 몸부림을 칠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참신한 벤처기업의 DNA를 수혈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때가 왔다.

코닥은 디지털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상용화하지 못해 몰락했다. 기업이 새로 개발한 기술을 고품질의 디자인으로 어떻게 상용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머지 않아 무인차가 상용화되면 무인 운전석 뒷자리의 공간을 어떤 스토리와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지가 제품경쟁력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미래학의 대부인 짐 데이토 하와이대학 미래전략센터 소장은 "한국이 한류를 통해 드림 소사이어티에 진입한 세계 1호 국가"라고 칭찬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명 스타를 앞세운 단발적 마케팅으로 한류를 끝내고 있다. 한류를 스토리로 엮어내 제품에 입히는 작업까지는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중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인 제주의 천연원료 스토리로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상하이 20~30대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은 다른 기업들이 배울 점이다.

문제는 꿈의 상상력과 스토리를 어떻게 창조적 발상으로 산업에 연결시키는가에 있다. 현 정부의 국정 목표는 창조경제다. 엄밀히 말하면 '창조(creation)'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영역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창조적(creative)'이다. 2001년 창조경제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 서비스, 유통, 엔터테인먼트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의 조직컨설턴트인 스티븐 코비는 저서 <마지막 습관>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이 제3의 창의적 대안이 된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했다. 20세기 중반 말라리아가 창궐할 때 모기를 박멸할 살충제 DDT가 구세주처럼 출현했지만,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을 죽이고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적극 반대했다. 첨예한 찬반 양론이 이어지자 한 과학자가 레이저로 모기를 쏘자고 농담삼아 제안을 해 장내의 비웃음만 샀다. 그러나 황당했던 아이디어에 착안해 마침내 공중에서 레이저를 이용하는 박멸기를 만들어 말라리아를 막았다고 한다.

창의적 대안은 주입과 지시, 받아적기 식의 교육현장에서는 꽃피우기 어렵다. 갈등과 토론, 자유분방한 상상력에서만 가능하다. 상상력과 스토리를 담당할 대학의 문학, 철학, 역사학 등의 인문학은 현재 교육부의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일방적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문학에 소프트웨어 등의 융복합적 교육을 보태 과정을 개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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