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대(김해버스 대표) 시인이 장유 삼문동 '탕탕탕'에서 오리탕 국물을 맛있게 먹고 있다.

시험 삼아 넣어본 전복 반응 좋아
무수한 시행착오 후 지금 국물 맛
인공 조미료 안 쓰고 매실로 잡냄새 싹
기름기 거의 없어 속풀이에 제격

이 시인 1990년  문학지 <심상> 신인상 등단
매주 트위터에 시 게재… 팬들 큰 호응
한때 소말리아 해적 악연 삼호해운서 근무

▲ 식당 전경.
"장유 삼문동에 있는 '탕탕탕'에서 만나죠."
 
김해시의회 이정화(새누리당) 의원에게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더니, 문자로 이런 답변이 왔다.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 상호만 봐서는 보신탕집인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신탕을 먹어 본 적이 없을뿐더러, 먹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웠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장소를 바꾸자고 하려다 생각을 접었다. 늘 하던 대로 삼계탕을 주문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문사에서 30여 분을 달려 삼문동에 도착했다. 멀리 '탕탕탕'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간판에는 오리, 닭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집에서 말하는 탕은 보신탕이 아니라 오리탕이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식당 한쪽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이근대(김해버스 대표이사) 시인이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조만간 '나와 맛집' 시리즈와 관련해서 점심이나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며칠 뒤 이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장유 삼문동에 있는 '탕탕탕'에서 만나죠."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웃으며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미 한번 가본 터라 눈에 익은 '탕탕탕' 식당 2층에는 이미 기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이광민 사장이 큰 냄비를 들고 들어왔다. 오리탕이라고 했다. "전복오리탕입니다." 이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음식 이름을 밝혔다. 탕탕탕의 대표 음식이라고 했다.
 
색깔만 봐서는 오리탕 같지 않았다. 일반적인 오리탕 국물은 다소 붉은색을 띤다. 탕탕탕의 전복오리탕은 맑은 색이어서 마치 다른 종류의 국 같았다. 전복오리탕에는 이름 그대로 전복과 오리고기가 들어간다. 육수는 대파, 양파, 생선껍질, 매실 등을 넣어 6시간 정도 끓여서 만든다고 한다. 이 사장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생선껍데기와 매실이 조미료 역할을 한다. 매실은 오리의 잡냄새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인은 경남 합천 출신이다. 공구, 주방용품 등을 만드는 ㈜세신과 해운회사인 삼호해운에서 근무하다 김해버스로 직장을 옮겼다. 삼오해운은 2010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 드림호'로 유명한 회사다.
 
그는 "삼호해운은 건실한 회사였다. 삼호 드림호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배였다. 그 큰 배를 수개월 동안 운용하지도 못하고, 1천만 달러가 넘는 합의금까지 줬다. 지금도 삼호해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탕탕탕'의 대표음식인 전복오리탕.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버스회사 대표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깊은 슬픔>,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핀다> 등 시집을 8권이나 펴낸 시인이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시 전문 무크지 <지평>에서 작품 활동을 본격화했다. 1990년 월간문학지 <심상>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1997년에는 부산시인협회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주로 트위터에 시를 올린다. 대개 이틀에 한 편씩 게재한다. 팔로워는 무려 18만 8천 명, 독자는 1천2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시를 올리면 쪽지 등을 통해 즉각 반응이 온다.
 
이 시인은 "트위터 덕을 톡톡히 본다"며 웃었다. 시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트위터에 올리면 책을 사겠다는 주문이 몰린다고 한다. 트위터 및 개인 주문을 합쳐 대개 6천 부 정도를 판다. "요즘은 시집을 200~300권 만 팔아도 많이 파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시를 안 읽기 때문이지요. 시가 너무 난해해서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게 원인입니다. 제 시집이 수천 부가 팔리면 출판사에서 깜짝 놀랍니다."
 
이 시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전복오리탕이 보글보글 끓었다. 이 사장이 작은 그릇에 국물을 담아 주었다. 맛을 보았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느낌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고소한 맛도 느껴졌다. 일반적인 오리탕 국물은 시원하기는 하지만 가끔 느끼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탕탕탕의 전복오리탕 국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 '탕탕탕'의 이광민 사장
이 사장은 부산 출신이다. 해운대에서 횟집도 운영한 적이 있다. 오리탕에 전복을 넣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더니, 시험 삼아 넣었는데 반응이 생각 외로 좋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상 오리탕 국물은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딱인데, 전복오리탕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기름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속풀이를 하는 데 제격으로 보였다. 이 사장은 "지금의 국물 맛을 내기까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거나 빼거나 하면서 시도를 많이 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내년에 다시 시집을 두 권 발간할 예정이다. '마음 경영', '감성 경영'을 소재로 한 시집들이다. 열정, 시련 없이는 성공을 할 수 없다는 주제의 시들을 담았다고 한다. 그는 "38세 때 회사 임원이 됐다. 벌써 14~15년이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회사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시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이 시인은 "경영자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웃으며 서둘러 차를 몰았다. 신문사로 돌아와 그의 시집 <꽃은 미쳐야 핀다>를 꺼내 들었다. '미쳐라'라는 시가 눈에 띄었다. 찬찬히 시를 음미하며 그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풀씨도/ 햇살에 미쳐야 싹이 돋고/ 잎새도 바람에 미쳐야 꽃잎이 된다/ 꿈에 미치고/ 일에 미쳐라/ 오늘 일 다 못하면/ 내일은 없다…세상이 다 미쳤다/ 햇볕을 바라보고 피는 꽃이 미쳤고/ 꽃잎 속의 꿀벌이 미쳤다/ 미치지 않고/ 살 수가 없다' 

▶탕탕탕/삼문로 59번길 6(삼문동 467-6), 르노삼성자동차정비센터 장유점 앞. 055-324-1156. 전복오리백숙·전복오리탕 5만 원, 오리낙지양념·훈제 4만 원, 오리양념 3만 5천 원, 점심특선-전복오리탕 1만 원, 오리탕 7천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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