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민첩해 지혜와 영리함을 가진 동물로 인간의 사랑을 받아 왔다. <서유기>에서는 현장법사를 도와 불경을 구해오는 손오공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과학기술과 법을 주관하는 지혜와 정의의 신 토트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는 동물이라는 다소 부정적 의미도 없지 않았다. 아침에 원숭이 이야기 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원숭이 띠를 잔나비 띠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원숭이들에 대해 조삼모사라는 굴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원숭이를 사육했던 송나라의 저공은 먹이가 부족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은 잔뜩 화를 냈다.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좋다고 반색했다.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도토리의 단순 합은 7개로 똑같다.
 
이 고사성어는 똑똑한 사람이 간교한 꾀로 어리석은 자를 속여 희롱하는 짓으로 익히 알려져 왔다. 눈 앞의 작은 이익만 좇는 원숭이는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인간으로부터 잔머리와 우둔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불명예를 감수해 왔다.
 
금융론 강의에서는 중국발 조삼모사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시간의 가치를 도입하면 현재의 400만 원과 미래의 300만 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낮에 활동하기 위해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저녁에는 위의 부담을 덜어 주는 건강 식사법까지 고려하면 원숭이의 행동은 매우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정당하게 입을 모아 자신들의 주장을 할 줄 아는 것도 요즈음 태국 코코넛 농장의 후손 원숭이들이 본받을 만하다. 
 
태국 농장 원숭이들의 수명은 약 35년 정도다. 원숭이 조련학교를 졸업하면 하루 8시간 정도 높은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 따는 일을 한다. 20세 전후에 코코넛 농장에서 은퇴하면 쓸쓸한 노후를 맞는다. 사람이 하루 100~200개씩 따는 코코넛을 원숭이는 600~1천 개를 딴다. 그러면서도 한 마디 불평이 없고 임금 인상이나 노후연금도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과도한 노동으로 나무에서 떨어져 혼절하기도 하지만 손해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원숭이는 종류가 수십 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지능은 3~4세 어린이 정도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며 감성이 풍부하고 가족끼리 화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탁자 위 고정된 플래스틱 빈병 속에 도토리를 넣어 두고 원숭이와 아이들에게 도토리를 꺼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아이들은 목이 좁은 병 속에 손만 넣으려다가 실패한 반면 원숭이는 수돗가에 가서 물을 한 바가지 떠 와서 병에 부어 넣어 도토리를 떠 오르게 해 꺼내는 데 성공했다. 어지간한 성인보다 순발력이 뛰어났다.
 
야생의 황금원숭이들은 겨울의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서로 껴안고 황제 펭귄처럼 체온을 나누면서 추위를 극복한다. 공동체를 위해 배려할 줄도 아는 것이다.
 
병신년의 병(丙)은 씨앗이 줄기를 뻗는 모습으로 붉은 색을 의미한다고 한다. 붉은 색은 적극적이고 활기차며 새로운 도전과 창조를 의미한다. 신(申)은 뻗치고 편다는 의미로, 새로운 개혁을 의미한다. 올해는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붉은 원숭이의 해다. 원숭이의 지혜로운 점을 본 받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이다. 
 
세계경제는 연초부터 한 치도 예측키 어려운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전쟁에다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의 경제 타격으로 수출은 급격하게 감소할지 모른다. 25년 만에 막을 내린 중국의 7% 고성장 시대 종말과 증시 폭락 등 위기가 산적해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의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엄청난 건설 시장 확대라는 희망도 없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첨예한 갈등을 빚는 노동개혁법 외에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소위 '좀비기업'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잠재적 한계기업은 73%를 넘는다.
 
중국처럼 다출산 붐이 일고, 하루 40명에 가까운 자살자들을 껴안아 황금원숭이들처럼 사랑의 체온을 나누고 배려의 포옹으로 감싸 주는 한 해가 될 수는 없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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