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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깡통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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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2.17 09:21
  • 호수 260
  • 13면
  • 이정현 구봉초등학교 교사(report@gimhaenews.co.kr)

   
 
<깡통소년>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 글·프란츠 비트감프 그림
유혜자 옮김·아이세움·198쪽

‘엄친아·엄친딸’ 추구하는 세상
 아이다움도 사랑할 줄 알아야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지 제법 되었다. 공부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소름이 돋으면서 세상이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바라는지 되묻게 된다.
 
이번에 소개할 어린이 책 <깡통소년>을 통해 이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을 듯하다.
 
세상에 '완벽한' 어른이 없듯이 '완벽한' 아이도 없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숱한 어른들은 내 아이가 '완벽'하기를 바란다. '차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씩씩하지만 때에 따라 진지할 줄 알고, 어른이 말하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자신의 일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도록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요구한다.
 
그렇다면 한번 상상해보자. 만약 모든 아이들이 이처럼 완벽하다면 과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같은 모습, 같은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의 아이다운 아이들은 다들 '문제아'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제각각 자신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어른들이 그러하듯….  
 
<깡통소년>의 이야기는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는 외로운 바톨로티 부인에게 공장에서 만든 인스턴트 소년이 잘못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깡통에서 나온 인스턴트 소년 콘라트는 부모가 원하는 모든 조건에 맞추어 만들어져 품질을 인정받은 완벽한 아이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며 어른에게 순종적인데다 편식도 하지 않고 나아가 TV를 보는 것도 싫어한다.
 
'세상에 완벽하잖아. 이 정도면 부모가 진짜 좋아하겠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깡통소년>들로 채워진 교실을 바라지 않았나 돌이켜 보았다.
 
"숙제도 운동도 글쓰기도 책읽기도 열심히 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예의 바르게 어른이 힘들지 않게 알아서 잘 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하다면 나처럼 숨어 있던 속마음을 보게 되어서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깡통소년과 바톨로티 부인의 대비되는 모습이다. 제멋대로에 육아 경험이 없는 바톨로티 부인은 서툰 아이 같다. 공장에서 모든 결점을 제거한 깡통소년은 오히려 어른스럽다. 뇌스틀링거는 인스턴트 소년이라는 과장된 상황 설정을 통해 부모 또는 교사가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가 역설적으로 매우 비인간적이며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희 회사는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자 자녀분이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부모님 차례입니다. 다행히 저희가 생산한 제품이 관리하기 까다롭지 않고, 저희 회사의 기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결정을 제거한 고도의 생산 과정을 거친 완제품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으실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일상적인 관심 이상의 애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 점을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략) -콘라트(깡통소년)의 제품설명서 중-'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나 교사의 마음이 사실은 아이를 위한 것인지 어른들 자신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제품 설명서의 '일상적인 관심 이상의 애정'이란 부분도 마음에 쿡 박힌다. 완벽한 아이인데도 끊임없이 어른들의 애정을 갈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완벽함의 목적이 자신이 아닌 어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말미에 잘못 배달되어 온 깡통소년을 회수하기 위해 공장에서 직원들이 찾아온다. 베톨로티 부인과 콘라트는 계속 가족으로 남기 위해 공장 직원들의 눈을 속이기로 한다. 콘라트는 깡통소년으로서의 완벽함을 버리고 아이답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짓궂고 말썽도 피우는 콘라트가 되면서 바톨로티 부인 역시 어머니로 보이기 시작한다.     
 
방학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어린이 서점을 찾는다. 구석 책장에 조용히 숨어 있는 책들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들을 고른다. <깡통소년>은 그렇게 찾은 책이다. 읽을수록 아이들보다는 동료 교사, 부모 들과 함께 읽고 싶어진다.
 
직업이 교사인 이상 여전히 마주 선 아이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지만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않음' 역시 사랑할 줄 아는 더 어른다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을 한 폭 더 넓혀 주는 책이다. 한편으로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스스로 깡통소년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김해뉴스

이정현
구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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