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투쟁이 거세다. 1년에 천만원 가까이 되어, 등록금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이것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의 문제이자 전 국민의 문제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주장에 공감하여 함께 투쟁하고 싶어하는 국민도 대단히 많다.
 
그러면 '반값 등록금'은 실시해야 하고, 또 실시할 수 있을까?

실시하려면 실시할 수는 있다. 대학을 구조조정하면서 재단적립금 등을 활용하여 등록금을 상당 정도 인하할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국민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서 등록금의 반을 국가가 지급하면 된다. 심지어 등록금을 없앨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조차 대학에 진학해서 대학생이 너무 많고, 또 부실대학이 즐비한 상태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서 대학생을 더 늘리고 부실대학을 존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대학생이 더 늘어난다면 고학력실업자가 양산되어 국가 자원의 엄청난 낭비가 초래될 것이다.
 
결국 '반값 등록금'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왜 이럴까? 사회구조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도 어렵고, 설사 취업하더라도 보수와 승진 등에서 대학졸업생과 비교해 엄청난 차별을 받으니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국가가 모든 국민의 교육을 책임지면서 보육원부터 대학까지 등록금이 없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30%만 대학에 진학하는 데다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는 학생만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해서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 대학에 진학하는 터라 등록금을 없애서 더 많은 대학생이 생기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높을까?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온갖 푸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직업학교를 나온 사람이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 적성과 능력으로 보아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는 학생만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직업학교로 가게 되니 대학 진학생이 적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공부할 자유도 보장돼야 하지만, 공부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어떻게 해서 이럴까?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의식주와 의료 및 교육을 걱정함이 없이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굳이 대학에 진학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결국 '반값 등록금' 문제는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적성과 능력에 따라 공부할 필요가 있는 사람만 대학에 진학하게 하면서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려면 사회민주주의를 국가운영의 기본이념으로 채택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이 말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할 수 없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나와야 그렇게 할 수 있다.
 
"등록금 반값문제 풀기가 어렵구나
현재의 사회구조 바꿔야 풀린다네
그러니 세상 바꾸어 등록금을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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