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주민들 줄줄이 떠나
현재 316명… 26%가 65세 이상
낡은 슬레이트 집·빈 집 수두룩
경전철·국도·고속도 마을 관통
주거환경 개선 사업 ‘발등의 불’

김해의 관문인 불암동의 양장골마을이 열악한 주거환경과 마을을 둘러싼 도로를 오가는 차량, 인근 김해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 정부 차원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장골마을은 부산 강서구에서 김해교를 건너 서낙동강을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마을이다. 불암동의 자연마을인 선암마을과 분도마을 사이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불암동 11통에 해당한다. 양장골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살아서 마을이 시끌시끌했다. 이제는 다 나갔다. 늙은 사람들만 남았고 마을도 늙었다"고 토로했다.

▲ 양장골마을의 한 주민이 마을 인근을 지나는 고가도로를 가리키고 있다.

어르신들의 말대로 양장골마을은 과거에는 사람이 많아 두 개의 통으로 나뉘어 질 정도였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주민들이 많이 빠져나가 지금은 주민이 316명에 불과하다. 이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82명으로 전체의 25.9%다. 김해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많은 대동면과 비슷하다.

주민 연령만 높은 게 아니다. 마을 곳곳에서는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지은 지 30년은 훌쩍 넘은 것으로 보이는 슬레이트지붕 집이 10여 채 있다.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빈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세를 주려고 내놓았지만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비어 있는 집도 있다. 주민 이 모(48·여) 씨는 "원래는 세를 줬다.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방이 비었다.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양장골마을은 또 마을을 관통하는 여러 도로들로 얼키설키 얽혀 있다. 양장골을 지나는 도로로는 먼저 지면에 있는 김해대로가 있다. 공중(?)에 지어진 경전철 철로와 남해고속도로, 냉정~부산 간 고속도로, 국지도69호선도 있다. 2012년 확장공사를 시작한 냉정~부산 간 고속국도는 양장골마을의 한 주택과 1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추진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양장골마을 위를 날아가는 항공기 소음도 주민들의 불편을 더한다. 양장골마을은 고지대에 있어 항공기 소음이 다른 곳보다 더 심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양장골마을과 맞닿아 있는 분도마을은 공항소음대책지역으로 분류돼 소음피해 지원을 받지만, 양장골마을은 소음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80대 어르신은 양장골마을을 층층이 둘러싼 도로를 가리키며 "마을 옆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도로가 4층이다. 비행기 길까지 더하면 5층이다. 마을 옆으로 이렇게 도로가 많이 지나다니는데 막상 우리가 이용할 도로는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은 "마을 앞 남해고속도로만 지나면 분도마을이다. 이렇게 가까운데도 분도는 소음피해지역으로 보상을 받고, 우리는 못 받는다. 이해를 할 수 없다. 집에 손님이 오면 귀를 막을 정도로 소음 피해가 심하다. 도대체 소음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양장골마을 현남호 통장은 "우리 마을에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환경 개선이다. 도로와 비행기로 환경이 열악한 만큼 지원을 더 늘려 젊은이들이 다시 마을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불암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양장골마을이 다른 곳에 비해 노인 인구가 많고 낙후된 지역인 것은 맞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김해시에서 행정자치부에 주거개선사업을 신청했다. 최종 단계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규모 환경개선은 당장 어렵지만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개별적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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