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공장 신축공사장 옹벽 무너져
인부 3명 매몰·2명 죽고 1명 뇌사

급경사 산 깎아 계단식 공장 조성
무리한 입지·졸속 공사 등 화근
쉽게 무너지는 마사토도 문제


생림면의 한 산업단지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옹벽이 아래로 꺼지는 사고가 발생, 작업하던 인부 3명이 매몰됐다. 이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뇌사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사 대상 지역이 경사가 급하고 토질이 약한 곳이란 게 이유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21분 생림면 나전리 나전1일반산업단지 A공장 신축공사장에서 15m 높이의 옹벽이 아래로 주저앉았다. 나전1일반산업단지는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었다. A공장에서 계단식으로 한 칸 아래에 B공장이 있었다. 옹벽은 A공장과 B공장 사이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

옹벽이 꺼지면서 옹벽 위에서 일하던 공사업체 대표 이 모(56·외동) 씨와 직원 류 모(49·전하동), 장 모(48·율하동) 씨가 추락해 흙더미에 묻혔다. 대표 이 씨는 오전 10시 30분께 현장에서 구조돼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상태 판정을 받았다. 류 씨와 장 씨는 오전 11시 10분과 11시 35분에 매몰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김해동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9일 나전1산단 공장 신축공사장 옹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A공장 측은 옹벽 공사를 하던 중 옹벽에서 균열이 발견돼 재시공을 하기 위해 옹벽 철거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대표 이 씨 등은 옹벽 위에서 마감재를 제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가 발생하자 김해동부소방서·김해중부경찰서·김해시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출동, 굴삭기 3대를 동원해 흙을 퍼내는 등 구조작업을 벌였다. 매몰자들의 신체가 드러나자 소방대원들은 추가 옹벽 붕괴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작업으로 흙을 퍼내 대표 이 씨 등을 끌어냈다.

소방당국과 경찰서, 시 관계자 등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무리한 입지, 졸속 공사, 부실 관리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경사도가 높은 산을 깎아 계단식으로 공장을 조성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해시는 2011년에 공장 설립 허가 경사도를 21~25도 미만에서 11도 미만으로 강화했지만, 산업단지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김해에서 개발 중인 산업단지들 중 상당수가 경사도가 높은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내는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박재우 사무국장은 "김해는 땅이 없어서 산에 산업단지를 만드는 게 아니다. 땅은 많지만, 산이 더 싸기 때문에 산에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는 경사도와 관계없이 조성할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이번의 옹벽 붕괴 같은 안전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김해시의회가 공장 설립 경사도를 11도에서 25도로 완화하려는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전1일반산업단지의 토질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나전1일반산업단지가 있는 생림면 나전리 일대에는 마사토라 불리는 화강풍화토가 많이 분포돼 있다. 물을 흡수하면 무너지기 쉬운 흙이다. 이로 인해 우수기에는 토사 유실 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김명학 교수는 "나전1일반산업단지 지대에는 마사토가 많다. 공사를 할 때 다른 지역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이 지역에 토사 유실이 많았던 사실을 알고 시공을 했는지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가 심한 지대를 받쳐 주는 '보강토 옹벽'에 관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흙과의 결속력이 강한 보강재를 삽입한 뒤 흙과 보강재의 마찰을 이용해 흙을 보강하는 공법이다. 콘크리트 옹벽보다 훨씬 비용이 적고 공사 기간이 짧아 효율적이지만, 설치하기는 훨씬 까다롭다. 김 교수는 "보강토 옹벽에는 장점이 많다. 잘 조성하면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고 물도 잘 빠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문제는 설계와 시공이 콘크리트 옹벽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 자재도 검증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강토 옹벽의 높이가 13~15m에 이르는 점도 해명돼야 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김해시 조례에는 옹벽의 높이가 10m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 산업단지의 경우 경남도산업단지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강토 옹벽의 경우 5m를 세운 뒤 1m를 뒤로 물리는 방식으로 계단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고현장에서는 이를 어겨 위험도가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고가 일어난 보강토 옹벽은 계단식이 아니라 15m 수직으로 조성돼 있었다.

한편, 김해시는 한국토목학회와 연계해 공사현장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추가로 일어날지 모르는 붕괴를 막기 위해 붕괴 위험도를 예측하는 장치인 현장계측기를 설치했다. 국민안전처 재난현장조사팀도 현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재난현장조사팀은 정밀 진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어태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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