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메주콩 등 넣어 끓인 육수에
돼지 생족을 두 시간 넘게 푹 삶아
한약재·조미료 넣지 않아 뒷맛도 깔끔
채썬 파·양파에 특제소스 양념 ‘마파족’
족발의 느끼함 싹… 술안주로 제격
무한 리필 구수한 ‘시락국’도 별미
이 회장 11년 전 우연히 테니스에 입문
“유소년들 테니스 접할 기회 늘리겠다”
"'족발박사'에서 만납시다."
1977년에 창단된 김해시테니스협회는 현재 회원수가 1천500명을 헤아린다. 김해시테니스협회 이두희(50) 신임회장에게 밥 한 끼를 하자고 했더니, 구산동 '족발박사'에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음식점 이름에 '박사'라니?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잔뜩 기대감을 안고 족발박사로 향했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열었다는 족발박사는 삼계동 대우푸르지오2차아파트 맞은편에 있다. 왕복 4차로인 삼계로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양배추 샐러드와 양파 장아찌, 시락국이 식탁에 차려졌다. '족발집에 왠 시락국?' 의아해 하자 족발박사의 심영호(50) 사장이 "시락국은 무한 제공이다. 진주 대곡면에 계신 부모님이 시골에서 보내온 시래기와 들깨가루로 만든 것이다.
맛이 좋아 손님들이 시락국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말아 드신다"고 말했다. 가스버너 위에서 설설 끓고 있는 시락국을 한 국자 떠서 후루룩 마셔보았다. 시래기는 부드러웠고, 국은 구수했다. 따뜻한 시락국 한 숟갈이 몸을 녹여주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18일 김해테니스협회 제2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오는 2017년까지다. 그의 고향은 경남 의령이다. 이 회장은 삼계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두희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6년 당시 법무사사무소 사무장이었던 이 회장은 법무사무소가 부산에서 김해로 옮겨오면서 김해와 인연을 맺었다. 김해에 자리 잡은 지는 20년.
이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김해로 이사 오기 전에는 부산에서 조기축구회에서 축구를 했다. 김해로 온 뒤 어느 조기축구회에 가입해야할 지를 몰랐다. 11년 전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열심히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해 무작정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했다."
이 회장이 처음 가입한 곳은 우암테니스클럽이었다. 지금은 해체되고 없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실력이 안 돼 따로 강습을 받았지만 점차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우암테니스클럽이 해체된 뒤부터는 김해명문클럽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에는 협회 부회장을, 2013년에는 상임부회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마파족'과 '박사 족발'이 나왔다. 마파족은 채썬 파와 양파 위에 족발을 올리고, 간 마늘과 특제 소스로 양념을 한 족발 박사만의 특별 메뉴다. 박사 족발은 돼지의 앞발을 2시간 30분 동안 푹 삶은 것이다.
심 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주촌면 부경축산물공판장을 오가며 고기유통업을 했다. 그래서 고기 보는 눈은 누구보다도 정확하다고 자부한다. 안 얼린 돼지의 생족을 구입한 뒤 이를 대추, 메주콩 등으로 끓인 육수에 넣어 삶는다. 지난해 4월부터는 전국의 족발 맛집을 다 찾아다니며 비법을 연구했다. 음식점 문을 열기 2개월 전부터는 매일 지인들을 데리고 와 족발 품평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마파족에 손을 뻗었다. 얇게 채 썬 파와 양파에 족발을 얹어 한 입 먹었다. 파와 양파 덕분(?)인지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느낄 수 없었다.
이 회장은 "마파족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족발은 특유의 향과 기름기 때문에 많이 먹질 못한다. 하지만 마파족은 파와 양파가 족발의 향과 느끼함을 잡아줘 안 질리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사 족발도 먹어봤다. 보통의 족발 집들은 한약재를 넣고 삶기 때문에 족발에 한약냄새가 배어 있다. 이곳의 족발에서는 한약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족발의 식감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이 회장은 "족발은 너무 오래 삶으면 식감이 물러진다. 예전에 남포동의 한 유명 족발 집에서 40분을 기다려 족발을 먹은 적이 있다.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면서 "우리 집은 족발을 삶을 때 한약재와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는데도 맛이 좋다"고 말했다.
심 사장은 족발에다 무생채 무침을 곁들이라고 권했다. 아삭하고 달짝지근한 무생채 무침이 족발 맛을 한층 높여주었다. 심 사장은 "전라도에서 30년 간 무생채를 판매해온 사람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았다. 무생채를 무친 뒤 하루를 숙성시켜서 손님 상에 낸다. 모든 음식은 내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이 회장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이 회장은 "테니스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3~5년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테니스를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소년 때부터 테니스 라켓 잡을 기회를 많이 제공해 테니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테니스의 매력을 만끽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포만감을 안고 밖으로 나서는데 이 회장이 "족발박사는 '치즈불족'도 별미다. 다음에는 치즈불족에다 소주를 한 잔 하자"고 말했다.
▶족발박사/삼계로 52(구산동 1050-2. 055-311-8982. 모든 족발 대 3만 5천 원, 중 3만 원, 소 2만 5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