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청소구역 세분화' 정책에 근거로 제시된 용역보고서가 표절 등 총체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6시 30분께 김해시 삼계동 모 아파트에서 청소대행업체 직원이 소각용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모습. 김병찬 기자 kbc@


최근 김해시가 진행하고 있는 '청소구역 세분화' 정책의 기초가 된 용역보고서가 표절과 자의적 수치 조정, 논리 비약 등으로 점철된 부실 보고서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실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소구역 세분화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8월 800여만 원의 예산을 책정, 부산 소재 D연구원에 '김해시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체 적정 규모'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D연구원은 두 달 뒤 '인구 50만 명을 돌파한 김해시에 적정한 쓰레기 용역 업체 수는 4.58개'라는 결론을 낸 최종 보고서를 김해시에 제출했다. 김해시는 이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존 3개이던 청소구역을 5개로 늘려 구역을 세분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업체들과 환경미화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김해뉴스>의 심층분석 결과 이 용역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의 적정영업규모 연구'를 인용 표시도 없이 대거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보고서의 핵심에 해당하는 4장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적정규모'에 사용된 다수 도표들과 단락 대부분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큰 문제는 김해시의 적정 쓰레기 용역업체 수를 산정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월 쓰레기 처리 적정량'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종로구 사례를 차용해 사용한 점이다. D연구원 측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계산한 종로구의 월 쓰레기 처리 적정량(월 2천400t)을 인용한 후 구체적 근거 제시도 하지 않은 채 10%(240t)를 빼 김해시 월 쓰레기 처리 적정량(2천160t)을 도출해냈다.
 
이에 대해 한 광역자치단체의 연구원 관계자는 "김해시와 종로구는 쓰레기 발생량부터 처리업체의 장비 및 인력, 처리비용 등 상황이 상당히 다른데 무비판적으로 차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정확한 적정 업체 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실사를 통해 적정 쓰레기 처리량을 계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 연구원 관계자도 "종로구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온 것도 문제지만 치밀한 근거없이 작위적으로 10%를 감해 김해시의 월 쓰레기 처리 적정량을 계산한 것은 전체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과실이다"고 말했다.
 
용역보고서가 작위적 계산과 논리비약으로 얼룩져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 청소업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 청소업체 관계자는 "김해시는 애초에 청소구역을 세분화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번 용역은 김해시의 의중을 뒷받침해주는 '청부용역'에 불과하다"면서 "시장이 청소용역업체를 늘려 몇몇 유력인사를 챙겨주려 한다는 소문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청소과 임영철 청소행정 담당은 "용역비가 적고 용역 기간도 짧다 보니 연구의 상당 부분을 실사없이 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우리는 D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할 뿐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D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김해시와 비밀유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본보 취재진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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