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자금을 빌리는 경우 일정 기간 후에 빌린 원금에 돈을 덧붙여 갚아야 한다. 이때 덧붙여 주어야 하는 돈이 이자다. 이자의 원금에 대한 비율을 금리 또는 이자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금리는 왜 발생할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당장 자신의 수중에 있는 현금을 포기함으로써 빌려준 돈을 회수할 때까지 지금 구입하고 싶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에 대한 대가 즉, 기회비용이 이자가 되는 셈이다.
 
일찍이 서구 경제학에서는 이자를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연기한 대가로 보고 시간의 가치를 이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돈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면서 이자를 불로소득으로 간주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슬람권은 이자를 죄악시하는 금융부문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덕분에 피해가 가장 적었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은행에 보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빚을 내면 돈을 받고, 예금을 하면 돈을 떼이는 기상천외한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개인·기업과 시중은행 사이의 거래 및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로 예치금이 아니라 대출에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로존 회원국 19개국의 시중은행들은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 돈의 30%까지는 ECB로부터 기준금리 0%인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 30%를 초과하여 빌릴 때는 마이너스 금리(연 -0.4%)로 빌릴 수 있다. 일본 기업들도 기업어음을 발행해 50억 엔의 돈을 빌리면서 2만 엔 정도의 이자를 받는다. 빌린 돈의 원금이 저절로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금융거래가 벌어지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데에는 목적이 있다. 시중은행들이 보유 자금을 중앙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맡기기보다는 가계나 기업에 풀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시키자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제를 도입하는 국가는 지난 3월 시작한 일본을 비롯해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와 유로존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주면서 부실대출이 증가하고,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은행주식의 주가 폭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은행들은 돈을 풀어 자국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자국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해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의 엔화와 유로존의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바람에 그래도 안전자산이라 여기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ECB는 현금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액권을 폐지하고 전자화폐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또 다른 목적은 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노조까지 앞장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수요가 자극되지 않아 물가상승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일으켰다. 미국은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달러를 찍어내 돈을 푸는 이른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미국은 어느 정도 위기를 벗어나면서 금리를 인상했다. 일본과 유로국가들은 미국의 뒤를 따라 양적완화를 실시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역효과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데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물론 금리인상을 한 차례 단행했던 미국의 중앙은행조차도 의회 청문회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양적완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마이너스 금리가 본격화되지 않아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비정상적인 세상이 도래해 정상적인 생활마저 왜곡될까 두렵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교수
글로병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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