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지용의 권연경(오른쪽) 변호사와 정진욱 사무장이 마주보며 웃고 있다.

계약한 오리농장, 사료까지 꼼꼼히 점검
각종 쌈, 아삭한 양파장아찌 등 정갈
10여 가지 재료 넣은 양념장 일품

다진 양념, 밥 비벼 먹으면 스트레스 확
정 사무장 “얼큰한 오리탕엔 소주 한 잔 ”

법무법인 지용 김해사무소의 권연경(43) 변호사와 남편인 정진욱(47) 사무장은 지난해 12월 함께 김해 땅을 밟았다. 점점 더 발전해가는 김해에 확실한 터전을 잡고 싶었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들 부부와 식사자리를 가진 것은 벚꽃 잎이 눈처럼 날리던 어느 봄날이었다. 김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김해의 맛집'은 하나밖에 모른다던 이들 부부가 안내한 곳은 장유계곡 옆에 위치한 오리집 '즐거운산장'이었다. 정 사무장은 '즐거운산장'의 조래욱(51) 사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김해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분이 바로 조래욱 사장이었습니다. 조 사장은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김해시지회의 회장이기도 하죠.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를 단체에 포함시키고 이곳 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도움을 줬습니다. 늘 감사했죠. '즐거운산장'의 오리고기처럼 구수한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즐거운산장'에 도착하자 졸졸졸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들렸다. '즐거운산장'은 식당 내부 외에도 야외에 단상이 마련되어 물놀이와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가게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 선홍빛깔을 띈 오리고기, 미나리와 얼큰하고 시원한 오리탕(위로부터).
'즐거운산장'의 주 메뉴는 오리요리다. 식당에 들어서자 고소한 오리고기 냄새가 났다. 항간에 떠도는 얘기가 있다. "소고기는 절대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어라." 오리고기가 그만큼 몸에 좋다는 얘기가 되겠다. 우리는 '즐거운산장'의 조래욱 사장의 추천으로 오리고기와 오리탕을 시켰다.
 
권 변호사와 정 사무장은 식당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부부. 둘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묻자 권 변호사가 "공부하러 서울 갔다가 눈이 맞았다"며 웃음 지었다. 이들 부부의 첫 만남은 2001년, 서울 신림동 인근의 사법고시 스터디 모임에서였다. 권 변호사는 6명이 모인 스터디 모임의 홍일점이었다고 한다. 다른 청년들 중에서도 권 변호사의 눈에 정 사무장이 유독 들어온 것은 그의 상냥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정 사무장을 바라보면서 지난날을 추억했다. "진욱 씨는 스터디 멤버들 중에서 가장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번거로운 일들을 도맡아 했는데 그런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거기다 진욱 씨 눈이 웃는 눈이다 보니 인상도 참 선해 보였구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눈에 반한 것 같네요."
 
고시준비라는 힘든 시기에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은 단기간에 불타올라 2003년에 식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큰 아이도 가졌다. 정 사무장은 가족을 위해 고시공부를 포기했지만 권 변호사는 가족이라는 큰 동기가 생겼다. 아기를 업고 다니며 공부하던 그녀는 3년 만에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권 변호사와 정 사무장의 러브스토리에 흠뻑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식사준비가 끝났다. 선홍빛 통통한 오리고기, 각종 쌈과 아삭한 양파 장아찌, 김치, 부추, 미나리, 양념장 등이 차려졌다. 정갈했다. 조래욱(51) 사장과 그의 아내인 이정윤(49) 씨가 방에 들어왔다.
 
화목해 보이는 부부들 사이에서 기자는 노릇노릇 익어가는 오리고기를 바라보았다. 이 씨가 고기를 굽자 조 사장이 식당자랑인지 아내자랑인지 모를 얘기를 시작했다. "일반 오리고기 집에서는 오리를 냉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심하다고들 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오리농장과 계약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계약 후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주와 전라도 등지의 농장과 계약을 했는데, 가끔 찾아가 제대로 된 사료를 쓰는지 살펴봅니다. 일반 잔반을 먹이는지, 유황 등 면역성분이 포함된 사료를 먹이는지는 오리고기의 비린내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농장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오리고기에서 냄새가 나는데 아내가 코가 예민해서 이를 늘 바로 잡아냅니다."
 
오리고기가 다 익었다. 노릇노릇한 고기를 한 점 집어 올렸다. 미나리로 고기를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리고기 고유의 고소한 향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향긋한 미나리는 끝 맛을 잡아주었다. 누린내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더 고기를 집었다. 이번에는 고기만 집어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고기와 양념장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고기만 있으면 사뭇 심심해졌을 혀 안을 달콤한 양념장이 난입해 균형을 맞추어 주었다. 그런데, 이 집의 양념장은 다른 집과는 다른 맛이었다. 간장, 식초, 설탕으로 이뤄진 단순한 맛이 아니었다. 이 씨는 "우리는 10여 가지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단맛을 위해 과일을 이용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남은 고기 한 점 없이 불판을 비워내자 이어서 오리탕이 나왔다. 정 사무장이 소주와 곁들이기 좋아한다는 메뉴였다. 정 사무장이 그릇에 탕을 퍼 담고는 한입에 들이켰다. "캬~"하는 감탄사에 보는 사람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정 사무장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즐거운산장'의 오리탕은 담백하기 보다는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오리탕과 함께 상에 올라온 고추 다데기를 밥에 비벼서 함께 먹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 '즐거운 산장' 전경.
한국인들이 가진 특유의 정서가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정'이고 다른 하나는 '한'이다. 마음 속 단단한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탕은 '한'이 많은 한국인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음식이다. 권 변호사가 지향하는 변호사로서의 삶도 이와 비슷한 듯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대의 꿈이었고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그를 이루고자 했다. "억울하고 답답한 사람들, 희망을 찾는 사람들. 가슴에 멍울진 아픔을 이 오리탕처럼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권 변호사는 몇 년 전, 한 장유 주민에게 도움을 줬던 일을 떠올렸다. "장유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민사소송을 한 상태에서 형사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 그분은 그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모든 것을 함께 해 주기를 원하셨고 저 또한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민사소송 진행과는 별도로 경찰서 동행, 의견개진 등의 도움을 드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분은 그 후에도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 찹쌀이며, 팥이며 좋은 것이 생기면 수시로 가져다줬습니다. 힘든 분에게 도움을 주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말을 끝내더니 탕을 마저 들이켰다. "하~"하면서 그릇을 내려놓은 권 변호사의 입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권연경 변호사, 그녀를 보좌해주는 가장 든든한 아군 정진욱 사무국장.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좋은 모습이 기대됐다. 

▶즐거운산장/김해시 대청계곡길 176(김해시 대청동 794-6). 예약제로 운영된다. 055)314-7797. 유황오리불고기·유황오리생고기·유황오리훈제 각 3만 9천 원. 한방백숙 토종닭·한방백숙 유황오리 각 4만 5천 원. 옻 토종닭·옻 유황오리 5만 원. 오리탕 대 4만 원. 메기탕 소 3만 원. 흑염소불고기 2만 6천 원. 흑염소(마리) 시가. 도토리묵 1만 원.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