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채소 속 탄수화물 섭취로
혈당 낮추고 체중도 조절하고

'단맛을 줄이세요 인생이 달콤해집니다.' 지난 7일 제44회 보건의 날 행사 때 등장한 국민 실천 메시지이다. 또한 이날은 세계보건기구(WHO) 창립일이기도 했다.
 
WHO에서도 2016년을 당뇨의 해로 정한 바 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당류 제한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인의 먹거리에 당류가 넘쳐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류의 식탁은 어떠했을까?
 


선조들은 아마도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늦여름 말고는 탄수화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냥하는 인류는 지난 2백만 년 동안 고지방식을 했다. 탄수화물의 공급이 풍부해진 것은 농업이 출현하기 시작한 약 1만년 전 이후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인류는 식량이 풍부한 시기에 체내에 지방을 비축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일명 '절약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기후와 환경, 농업기술, 저장 기법 등의 열악함으로 인해 기근 기간이 불가피하게 길었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는 음식의 섭취가 가능할 때 재빨리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비축했다. 현대에 와서 식량이 풍부해짐에 따라 저장하는 유전자는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당류를 지방으로 버꾸어 저장하고 있다. 다시는 결코 오지 않을 기근에 대비해서 말이다. 오늘날 우리 몸은 1년 365일 지방을 몸에 저장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방을 비축'하라는 지시를 무시하도록 되는 데 4만 년에서 7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당류의 풍요 속에서의 슬기로운 식생활은 무엇일까?
 
먼저, 포도당, 과당, 설탕, 액상과당의 차이부터 알아보자. 과당은 과일과 꿀에 든 천연 과당의 유형으로, 포도당과 똑같은 단당류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의 결합체로, 이당류(두 개의 분자가 함께 연결된)가 된다. 탄산음료, 주스, 많은 가공식품에서 발견되는 액상과당은 과당이 지배적인 분자의 또 다른 화합물이다. 액상과당은 과당 55%, 포도당 42%, 다른 탄수화물 3%로 구성된다. 액상과당은 음료와 식품에 들어가는 설탕의 저렴한 대체품으로 1978년에 도입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인공 재료가 비만, 고지혈, 당뇨의 근원이라는 언론의 공격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액상과당이 가장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당류들 또한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는 탄수화물이기에 과량 섭취 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탄수화물은 소화과정 중에 당으로 분해되어 혈류로 들어간다. 이때 췌장은 포도당이 세포를 투과할 수 있도록 인슐린의 분비를 늘린다. 혈당을 급등시키는 탄수화물은 이런 이유로 가장 살을 많이 찌운다.
 
여기에는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모든 식품(빵, 면, 과자 등), 쌀, 감자, 옥수수에 든 전분, 그리고 탄산음료, 맥주와 과일주스 같은 액상 탄수화물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혈류를 포도당으로 채워 인슐린의 급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모두 빠르게 소화되고, 그런 뒤 남은 칼로리는 지방으로 저장된다.
 
채소에 든 탄수화물은 어떨까? 배추,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에 든 탄수화물은 소화가 잘 안 되는 섬유질과 결합되어 있어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섬유질은 근본적으로 분해과정의 속도를 늦춰 포도당이 혈류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채소는 무게에 비해 전분보다 많은 수분이 들어 있어 혈당 급등을 약화시킨다. 당연히 과일은 천연 과당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 단맛의 정도에 비해 과당을 적게 갖고 있고, 통째로 먹으면 수분과 섬유질 또한 혈당 상승 효과를 희석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정제되고 가공된 탄수화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채소와 과일로 우리의 혈당을 채워야 하겠다.
 
미국의 한 의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화론적으로, 옛 선조들은 과일이나 벌꿀을 통해 1년에 몇 달 동안만 당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가므로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연은 당을 얻기 어렵게 했고, 인간은 당을 얻기 쉽게 만들었다.'






조병제 한의·식품영양학 박사·동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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