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식 시의원이 밝은 표정으로 삼계탕을 즐기고 있다.

 마·들깨가루 등 18가지 재료로 우려낸 국물
 고소하고 쫄깃한 닭고기 맛 비결
 사장이 직접 담가 잘 익은 김치 맛도 일품

 동상동 토박이 김 의원 소문난 ‘축구광’
 당선·낙선 거듭하며 정치적 성숙
“시의회, 시민 - 시 중재 역할중요”

김해시의회 김명식(53·새누리당) 의원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축구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매우 좋아했으며, 지금도 매주 일요일에 고교동문회 축구클럽에 나가 공을 찬다고 했다. 김해시축구연합회 회장을 맡았었다고도 했다. 골프도 치지만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운동장에서 축구나 같이 하자며 웃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날두'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이 웨스트 브로미치와 1-1로 비겨 사실상 올 시즌 우승 다툼에서 탈락한 지난 26일 김 의원과 함께 삼계동에 있는 '효정 삼계탕'을 찾았다.
 

▲ 효정삼계탕 전경.
효정 삼계탕은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예가 추어탕'에서 삼계로 방향으로 두 블럭 정도 위쪽에 있다.
 
김 의원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다는 손순경(54) 사장이 10여 년 전부터 꾸려온 식당이다. 김 의원은 축구만큼이나 삼계탕을 좋아한다고 했다. 한 달에 3~4번이나 찾을 정도인데, 효정 삼계탕도 한 달에 1~2번 방문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평소 삼계탕을 즐겨 먹는다. 특히 입맛이 떨어지면 삼계탕을 찾곤 한다. 아내도 좋아해 같이 즐긴다"고 말했다. 단골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러 온 손 사장에게 김 의원은 이곳의 대표 메뉴인 전복 삼계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동상동에서 태어나 줄곧 동상동에서 자랐다. 동광초등학교-김해중학교-김해고등학교-인제대학교를 나왔다. 그가 6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동상동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그를 포함해 4남 2녀를 힘들게 키웠다. 그는 지금은 아주 '온순하고 점잖은' 시의원이지만, 고교 시절에는 제법 어머니의 속을 썩인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생하는 어머니를 챙긴 효자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늘 오후 9시쯤에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도 9시가 가까워 오면 늘 어머니에게 달려갔죠. 점포를 정리하고 가게 문을 닫는 걸 도와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때로는 같이 놀던 친구들도 함께 가서 어머니를 돕곤 했습니다."
 
1970년대 인기 청춘영화였던 '고교얄개'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삼계탕에 앞서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밑반찬이래야 김치, 깍두기, 무절임, 닭똥집 등이 전부였다. 원래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삼계탕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간단하기 마련이다. 입맛을 다시면서 제법 매워 보이는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김치는 제대로 잘 익어서 맛이 일품이었다. 대량으로 주문한 게 아니라 손 사장이 집에서 직접 담근 것이라고 했다. 정성이 담긴 손맛이 느껴졌다. 식당 부엌 뒤쪽에서 직접 삶는다는 닭똥집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제법이었다.
 
▲ 단촐한 밑반찬과 손질을 앞둔 삼계용 닭(위에서부터)
김 의원은 20여 년 전부터 고교 선배인 김정권 전 국회의원의선거 운동을 도와주면서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 평소에는 사업에 신경을 쓰다가 선거 운동 기간 중에만 김 전 의원 사무실에서 일을 도왔다고 했다. 도의원, 국회의원 선거 등 모두 4번의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을 지원했지만, 정작 자신은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친구들이 "선거에 나가 보라"고 권유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에게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했더니 처음에는 펄쩍 뛰면서 "너는 정치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극구 만류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출마를 결심했고, 북부동 부영1차아파트로 이사까지 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그는 5천248표를 얻어 제1선거구 전체 후보 11명 가운데 2위로 당선했다.
 
김 의원이 옛 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손 사장이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삼계탕 두 그릇을 들고 왔다. 그런데, 한눈에 보기에도 국물이 특이했다. 대개 삼계탕이라면 국물이 뽀얗고 맑은데, 효정 삼계탕의 국물은 걸쭉한데다 상아색을 띠고 있었다.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했는데, 한약이 들어간 것 같은 냄새도 났다. 들깨가루도 포함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휘 젓자 잘게 썬 대파가 떠올랐다. 삼계탕에 대파?
 
손 사장이 웃으며 국물에 대해 설명했다. 효정 삼계탕의 국물에는 18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했다. 마 가루, 들깨 가루, 닭발, 소뼈 등등이라고 했다. 이 재료들을 모두 넣은 뒤 8시간 정도 푹 고면 상아색을 띤 걸쭉한 국물이 완성된다고 했다. 손 사장은 "대파는 삼계탕과 궁합이 맞다. 냄새를 잡아주고, 국물을 시원하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삼계탕의 닭고기를 건져 올려 뜯어 먹었다. 고기 맛이 신선했다. 짙은 국물이 배인 덕분인지 고소하고 쫄깃했다. 손 사장은 이전에는 부산에서 닭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김해의 업체에서 납품받는다고 했다. 손질을 하기 위해 부엌에 잔뜩 쌓여 있는 닭들을 보니 갓 잡아 온 것처럼 매우 싱싱해 보였다.
 
삼계탕을 다 비운 김 의원이 이번에는 아픈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낙선했다. 그는 "초선의원 때 너무 거만했다. 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태클'을 많이 걸었다. 젊었던 탓에 세상 무서운 줄 몰랐다. 그러다 당에서 '라' 기호를 받았다. 결국 보기 좋게 떨어졌다"며 껄껄 웃었다. 낙선의 아픔은 그를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2년 전 지방선거 때는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해시의회는 올 하반기에 의장을 새로 뽑는다. 김 의원은 뜻이 있어 보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다 합쳐 재선의원 5~6명 정도가 의장 자리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오후에 간담회 일정이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새 의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새 시장과 뜻을 맞춰 김해를 화합의 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했던 갈등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합니다. 김해시의회는 김해시를 견제하면서도, 시민과 김해시를 중재하는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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