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우리동네사람들 시민학교 교장
지난 7일 전남 순천에서 전국 최초의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인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 준공식이 열렸다. 한달음에 달려갔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획일화된 놀이터에 반대하고, 옛날 나무를 올라타고 배수관 위를 뛰어 다니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땅따먹기와 구슬치기 판을 펼쳤던 그런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놀이터는 생각보다 작았다. 평범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였다. 첫 인상은 조금의 실망감과 '왜? 여길?'이라는 의구심이었다.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놀이터를 보려고 달려왔음에도 여전히 마음 속에는 화려하고 그럴듯한 놀이터를 그렸던 모양이었다.
 
이곳을 고른 이유는 뒷산과 언덕이 조화를 이루고,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놀이터를 이용할 아이들이 많아서라고 했다. 부지 선정부터 놀이터 설계까지 1년 넘게 진행된 모든 과정에 어린이와 동네 주민들이 함께 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름표였다. 전면의 나무울타리 중앙에 '기적의놀이터-엉뚱발뚱'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엉뚱발뚱은 율산초등학교 학생이 직접 지은 것이란다. 역시 엉뚱하고 발랄하고 생기가 넘쳤다.
 
기적의놀이터에는 그 흔한 놀이기구가 없었다. 중앙에 크게 자리 잡은 모래놀이터도 특이했다. 으레 한구석에 있을까 말까한 좁은 모래놀이터가 아니었다. 놀이터 자체가 모래 놀이를 위해 존재하듯 놀이터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멀리 강원도에서 공수한 깨끗한 모래를 1m 정도의 깊이로 묻었다고 했다.
 
두 번째 특징은 잔디언덕이었다. 아직은 잔디가 다 자라지 않아 비닐을 깔고 물을 뿌린 워터 슬라이드를 만들었지만, 곧 아이들 스스로 잔디언덕을 신나게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엉뚱발뚱 놀이터에만 있는 세 번째 것은 땅 속에 묻혀 있어 타는 재미가 솔솔한 미끄럼틀이었다. 완전히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해 전체 공사비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했다.
 
이 날, 나무가 있는 놀이터 한쪽에는 특별히 밧줄협회에서 엮어준 밧줄로 그물 놀이터가 매달렸다. 인기가 많은 코스였다. 기적의놀이터 2호부터는 그물 놀이터를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놀이터 전체 주변에는 작고 맑은 개천이 흘렀다. 시작과 끝에는 옛날식 펌프가 2대씩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힘껏 물을 퍼 올리는 재미도 만만찮을 듯했다.
 
기적의 놀이터는 순천시의 의지로 시작해 2년간 시 관계자와 전문가,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의논한 끝에 만들어지게 됐다고 했다. 사업을 접으려고 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고 했다. 역시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처음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산고가 따르는 법인 모양이었다. 준공식에 참석한 많은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표정에는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비쳤다.
 
순천은 전국 최초로 새로운 놀이터를 보여줬다. 앞으로 5년 안에 10호까지 만들 계획이라니 그 포부 또한 남달랐다. 자, 이제 김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진작부터 김해에서도 '기적의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놀이터가 펼쳐지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김해기적의도서관 앞마당에서 100여 명의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논다. 햇수로 4년째이니 내공 또한 만만찮다. 하지만, 이 곳은 사람들과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율하천 만남교 앞 인도이다. 늘 자전거나 인라인과 부딪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김해는 결단만 하면 된다. 정신이 있으니 몸만 만들면 된다.
 
김해의 놀이터는 이런 특성도 담아내면 좋겠다. 김해에는 외국인 이주민들과 원주민의 갈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 그 해결책으로 평화의 공간인 놀이터를 제안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에서는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경계 없이 '부모의 마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젊은 사람과 노인들이 구분 없이 '어른'으로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젊은 도시' 김해에서 아이를 건강하고 조화롭게 길러내며 오랫동안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놀이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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