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교수평의회가 지난 11일 인제대 본관에서 총장 선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인제대서 공청회 개최
사립대 총장 선출 법인 고유 권한
68곳 중 22곳만 상세절차 명시
선출제도 개선·방안 등 열띤 토론

교수, 교직원, 학생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민주적으로 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인제대학교(총장 차인준)에서 열렸다.
 
인제대 교수평의회(의장 이행)는 지난 11일 학교 본관에서 '민주적 총장 선출제도 확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인제대 교수, 교직원, 학생 외에도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 관계자, 다른 학교 교수들이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 총장 선출은 법인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상세한 절차와 학교 구성원들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방법 등은 사립학교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총장 선출 절차를 제각각 규정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해 총장을 선출하지만, 다른 일부 사립대에서는 법인이 직접 총장을 고른다. 이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인제대도 법인의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수시로 학내 갈등에 시달렸다. 2006년에는 교수, 직원, 학생, 동창회 등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통해 총장을 선출키로 합의했다. 2014년에는 이사회 임명 방식을 공모제로 바꿨다. 차인준 총장은 추천위원회 추천과 공청회 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됐다.
 
이날 공청회는 민주적 총장 선출제도를 명문화·제도화하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다른 대학 총장 선출제도 사례 비교분석', '인제대 총장 선출제도 개선 방안' 발표와 지정토론, 자유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이행 의장은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를 논의하게 된 게 꿈만 같다. 사립대의 학내 민주화는 먼길을 걸어야 한다. 이 자리가 먼길의 첫 발걸음을 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법학과 박지현 교수는 "총장 선출제는 직선제와 간선제로 나뉜다.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국립대 중 부산대, 사립대 중 신라대·대구대다. 대부분 대학은 간선제 중에서 추천위원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68곳 중 22곳이 홈페이지에 총장 선출 절차를 명시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고려대는 단과대별로 비밀투표를 실시해 추천위원회 대표를 선출한다. 추천위원회는 총장 최종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그 중 한 명을 고른다. 서울대는 추천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며 "추천위원회를 상향식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총장 선출은 아래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제대 법학과 성정엽 교수는 '인제대 총장 선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다른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인제대에서도 재단의 일방적 총장 임명에 대한 이의가 계속 제기됐다. 2006년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 골격에 따라 총장을 선출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다시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임명했다. 현재 총장은 추천위원회와 공청회를 거쳤지만,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단 임명권을 존중하되 대학 구성원들의 생각을 고려하는 게 추천위원회 방식이다. 2006년 제도를 규정화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여러 사립대 교수들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이 나왔다. 동아대 교수협의회 한명석 교수는 "외부 출신 인사가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대학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면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다. 추천위원회 제도를 명문화해서 학칙에 넣는 게 인제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대 교수협의회 이상주 의장은 "직선제에는 선거 과열 등의 문제가 있다. 신라대에서는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교황식 선거로 진행한다. 교수들이 예비후보 5명을 먼저 추천한다. 예비후보들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이를 토대로 본선거를 실시한다. 본선거 결과에 따라 최다 득표자 2명을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임명한다. 지금까지는 이사회가 선거 결과대로 총장을 임명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 이철세 교권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총장이 되면 출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정말 힘든 자리라고 여긴다. 매번 평가를 받고 재임명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인식이 우리나라에도 정착돼야 한다. 군림하는 총장이 아니라 섬기는 총장이 돼야 한다. 이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 박순준 이사장은 "우리나라 사립대 가운데 80%는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출한다. 주요 대학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도 내홍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제도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 준다. 총장을 구성원의 뜻에 따라 선출하자는 것은 통치가 아니라 협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행 의장은 "대학은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공동체의 보루'다. 시장 논리 속에서 공동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소통과 리더십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첫 걸음이 민주적 총장 선출제도 도입이다. 교수들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제도 도입에 동력을 얻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