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숙 ‘생의한가운데’ 강연회
경험·작품이야기로 서로 소통

지난달 26일 늦은 일곱시, 외동 인문공간 '생의 한가운데' (박태남 대표)는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 제19회 '달달인문학' 주제인 '소설가와 소설읽기'에 조명숙 작가를 초청하여 독자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열다섯 명 남짓 모인 이 날의 행사는 강연이 아닌 질문하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김해에서 태어난 조명숙 작가는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와 부산에서 지역작가로 활발하게 글을 써 왔다. 소설, 에세이, 동화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글을 써 온 그는 <댄싱 맘>으로 2012년 이주홍문학상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2006년 MBC창작동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김해 도요마을에서 남편인 최영철 시인과 함께 도서출판 '도요'의 편집활동에 참여 중이다.
 
이 날, 지난해 출간된 네 번째 소설창작집 <조금씩 도둑>을 가지고 온 조 작가는 친근한 미소로 "바이러스 때문에 열심히 작업했던 글들을 다 날릴 뻔 했다"며 아찔했던 경험을 자연스레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달달인문학' 강연 장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맏며느리며 시인 남편을 둔 주부이기도 하다. 부지런한 성격이라 집안일을 꼼꼼하게 잘 해내는 편이다. 1980년대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시부모를 모시느라 글을 쓰기 힘들었다. 10년 동안 홀로 독학하면서 나만의 새로운 문체와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관찰력과 성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 와중에 <조금씩 도둑>을 깊이 있게 읽어 본 몇몇 독자는 감동을 주었던 일부 구절을 낭독하기도 했다. 조 작가는 "<조금씩 도둑>에는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그 중 동성애를 소재로 한 '조금씩 도둑'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문장들도 많다. 좋은 문장을 건지기 위해 수십 번을 고치고 쓰기를 반복하는 편이다. 급하게 써서 미흡한 문장도 있지만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마지막 문장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점심의 종류'는 세월호 사건을 겪은 한 여성의 10년 후 이야기다. 그 글을 쓰면서 나도 많이 아팠고 지금도 힘들다. '러닝 맨'은 개인적인 삶이 많이 들어가 있는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에도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 특정작가와 특정장르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하다.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글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독자의 수준이 높아졌으면 한다.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산에서 온 한 참석자는 "사실 작가의 한 작품만 읽고 왔다. 깊이 있게 읽어 온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반성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름을 왜 이렇게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이해가 간다. 순수하게 독자로서 작가를 만난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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