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김대중 씨가 휠체어를 탄 채 대청천 공원의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입구 경사도 급해 진입 어려워
곳곳에 생태블럭 등 장애물 애로
시 “하천 목적은 치수가 우선”

"공원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입니다. 그 '시민'의 범주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해에서 지체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공원은 많지 않습니다."
 
장유2동에 사는 김대중(47) 씨는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다. 그는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대청천 공원에 자주 간다. 그럴 때마다 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지체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만든 공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와 함께 대청2교 아래에 있는 대청천 진입로부터 계동교 인근까지 800여m를 걸었다. 진입로 바로 앞에는 운동기구들이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는 생태블럭이 깔려 있었다. 간격을 넓게 만들어 그 사이에 풀이 자랄 수 있도록 만든 블럭이었다. 생태블럭은 친환경이라는 좋은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장애인, 어르신 등에게는 불편을 주는 시설이라고 힌다. 장애인, 어르신 등이 틈새에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청천 진입로는 휠체어가 내려가거나 올라가기에는 정말 어려운 구간이다. 경사도가 40도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운동을 많이 해 팔 힘이 세지만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올라가거나 내려가기가 정말 힘들다. 다른 장애인들은 어떻게 이용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장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증섭 소장은 "2015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은 건물 계단 경사도를 규정하고 있지만, 공원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김해에는 경사도가 급해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공원이 많다. 토지 절삭을 통해 내리막을 S자로 설계하는 게 일반적 추세다. 김해에는 그런 곳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힘들게 경사로를 내려와 한 숨을 돌린 뒤 앞으로 나아가던 김 씨 앞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났다. 높은 턱이었다. 이런 곳은 산책로 800m 구간 중 여섯 군데나 있었다. 김 씨가 몸을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하다 손으로 바닥을 짚은 경우도 두 차례나 됐다. 그는 "이런 높은 턱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아내는 위험해서 오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군데군데 설치된 전망대도 문턱이 높아 김 씨는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 씨는 "원래 경기도에 살다 결혼한 뒤 장유로 왔다. 경기도 분당·동탄신도시에도 하천공원이 있다. 모두 진입로 경사도가 완만하고, 보도블럭 등도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편리하도록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장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증섭 소장은 "대성동고분군, 수릉원, 연지공원 등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다. 그러나 다른 공원들에서 장애인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곳은 산책길이 아니라 고행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건설과 관계자는 "하천의 목적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치수'를 우선한다. 공원이나 산책로는 부가적인 서비스다. 경사도를 깎거나 시설물을 세우면 치수의 수용면적을 좁게 만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경사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타깝지만 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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