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진영 봉하마을에서 열린 모심기 행사 참가자들이 열심히 모를 심고 있다.

‘노짱 캐릭터논 손 모심기’ 행사
‘깨어있는 시민…’ 문구 모로 표현
 경기, 강원 등서 사업 확대 예정

지난 12일 오전 5시 진영 봉하마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비닐장화를 신고 손에는 종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깨어, 있는, 시민, 행동, 하는, 양심, 이렇게 6개 분야로 나눠 조를 짜자"고 말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조를 나눈 뒤 논으로 들어갔다.
 
이날 봉하마을에서는 '2016 노짱 캐릭터논 손 모심기 및 오리 입식' 행사가 열렸다. 봉하마을의 논에 다른 색의 모를 심는 방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구와 모습 등을 새기는 행사였다. 행사는 2010년에 처음 열렸으며, 올해로 일곱 번째였다. 노무현재단 조진광 캠페인 팀장은 "올해 새긴 문구 가운데 '깨어있는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에는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글씨 '사람 사는 세상', 2011년에는 서예가 연각제 씨의 글씨 '내 마음 속 대통령'과 밀짚모자를 쓴 노 전 대통령 얼굴, 2012년에는 배우 명계남 씨의 글씨 '그대 잘 계시나요'와 노 전 대통령 전신, 2013년에는 이철수 판화가가 새긴 노 전 대통령 어록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2014년에는 노 전 대통령 친필 '사람 사는 세상'과 밀짚모자를 쓴 노 전 대통령 얼굴, 지난해에는 신 전 교수의 글씨 '국민이 대통령입니다'와 노 전 대통령 얼굴을 새겼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자원봉사자 35명과 봉하마을 부녀회 회원, 노무현재단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모는 이미 1주일 전 이양기로 심어놓은 상태였다. 캐릭터모 바탕도 전날 틀을 잡아놓았다. 이날은 캐릭터모 바탕의 속을 채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원래는 자색 벼를 이용하려 했지만 양이 모자라 흑미로 대체했다.
 
새벽 5시부터 진행된 작업은 이른 시간에 마무리됐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훔치면서도 쉬지 않고 모심기를 진행했다. 마지막 조가 "완성"이라고 환호하자, 참가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박수를 쳤다.
 
대구에서 온 오말임(54·여) 씨는 "직접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을 새겨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에서 온 이해련(46·여) 씨는 "실수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마을 주민들도 함께 참여해 일찍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흑미가 자라기 전에는 색이 돋보이지 않아 당장 성과를 확인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서 봉하방앗간을 운영하는 윤경호(52) 씨는 "올해 문구인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은 동서화합을 의미한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올해 노 전 대통령 탄생 70주년, 재단 창립 7주년 등의 의미를 담아 노무현재단 광주전남지역위원회와 함께 호남 들녘에서도 '노짱 캐릭터'를 제작하기로 했다. 호남지역 모내기는 광주지역위원회 주관으로 오는 19일 오전 전남 장성의 구재상 씨 논에서 진행된다. 봉하마을과 같은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노무현재단과 봉하마을은 내년부터는 경기도, 충청, 강원도 등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오전 11시에는 오리 입식 행사가 이어졌다. 사전에 신청한 어린이 70명이 참가해 새끼오리 130마리를 논에 풀었다. 어린이들은 논 앞에 모인 뒤 노무현재단 측이 나눠 준 오리피리를 목에 걸거나 입에 물고 연신 삑삑거렸다. 이어 노 전 대통령에게 친환경농업을 지도했던 주형로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의 구호에 맞춰 오리를 논 안으로 던져 넣었다. 오리들은 처음에는 균형을 잡지 못해 논 위에서 뒤뚱거렸지만 곧바로 일어나 논을 헤엄쳐 다녔다.
 
김정호 봉하영농재단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와 친환경생태농업을 시작한 지 벌써 9년째다. 어린이들이 오리피리를 부는 모습을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오리피리를 처음 받은 날 하루종일 불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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