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 나와 맛집
싱싱한 바지락과 탱탱한 칼국수 호로록 삼키면 입 안 가득 바다내음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한준 이사장과 ‘홍두깨’
  • 수정 0000.00.00 00:00
  • 게재 2016.06.29 09:12
  • 호수 279
  • 12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이한준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칼국수를 그릇에 옮겨 담고 있다.


멸치·밴댕이 좋은 재료로 끓인 육수 담백
고창서 잡은 바지락과 즉석 면발 쫄깃쫄깃
얇고 바삭한 땡초바지락전 식욕 돋우고
김·무생채, 양념장 밥에 비벼 먹으면 꿀맛

지휘공부 중 어머니 숙원사업 유지 받들어
올해 초부터 진주 '깔깔 유아숲학교' 운영
“아이들 원하는 행복한 세상 만들고 싶다”


뜨거운 햇볕이 아스팔트를 달구던 날, 삼계동의 '홍두깨'에서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한준(42) 이사장을 만났다. '홍두깨에서 보자'는 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음식점 상호만으로는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인지 도무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입구에 '즉석 칼국수 전문점'이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전라북도 고창에서 잡은 바지락으로 만듭니다'라는 안내문구가 걸려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이 이사장이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더운 날씨 탓에 뜨거운 칼국수를 찾는 사람이 드물었는지 식당 안은 한산했다. 그러나 우리 식탁에서는 벌써 칼국수 육수가 끓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이 이사장의 근황을 묻는데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결례를 무릅쓰고 대학 때 그의 전공을 물었다. '숲 교육'을 한다고 해서 교육학을 전공했나 싶어서였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관현악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원은 지휘학과를 다녔어요."
 
부산이 고향인 이 이사장은 어릴 적 꿈이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다. 사직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화학과목을 좋아한 이과생이었다. 고교 1학년에는 카이스트에서 개최한 진로캠프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두 손에 관현악기를 들게 된 건 우연히 접한 플루트 연주 때문이었다.
 

 

   
▲ 바지락이 담긴 칼국수(위)와 고소한 땡초바지락전.

이 이사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다니던 교회에서 플루트 연주를 들었다. 바이올린 외에는 처음 본 관현악기이었다. 연주를 듣자마자 플루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신학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으로 기독교 교리를 전하는 목회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따지고 보면,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악기를 익히게 마련이다. 음악학과에 가기 위해 대학교수한테서 레슨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에 관한한 초보자였던 그는 동네의 음악학원에서 악기를 익혔다. 대학 진학 당시에는 운 좋게도(!) 한 대학 음악학과에서 비리가 터지는 바람에 실기 비중이 낮아졌고, 그 덕에 이 이사장은 단국대학교 관현악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1년 재수를 해서 한양대학교 관현악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문제는 10년 이상 플루트를 연주해온 학과 동기들과 실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이사장은 "악기를 다룬 기간이 다르다보니 학과 동기들과 연주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대학 4학년 때 지휘공부에 매력을 느껴 한양대학교 대학원 지휘학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휘의 매력에 젖어들고 있을 때 어머니의 부고를 접했다. 어머니가 그에게 남긴 유언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이사장은 "어머니가 '좋은 유치원'을 만들라는 유언을 남겼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내동에서 빛누리 유치원을 경영했다. 어머니의 유언을 듣자마자 지휘공부를 접고 서울에서 김해로 내려와 유치원 일을 도우며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그때 나이가 서른 둘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땡초바지락전이 식탁에 올랐다. 이어 칼국수와 바지락이 등장했다. 이 이사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에 칼국수와 바지락을 아낌없이 부어넣었다. 칼국수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동안 땡초바지락전을 젓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었다. 이 이사장은 "이곳에 오면 칼국수와 함께 땡초바지락전을 꼭 시킨다. 철판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따뜻한 전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은 얇고 바삭했고, 바지락과 부추가 들어 있었는데 맛이 고소했다. 전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청양고추(땡초)는 입 안을 알싸하게 만들면서 감칠맛을 더했다. 전에 자꾸만 손이 갔다.
 
주인장은 김과 무생채, 밥 한 공기를 더 가져왔다. 이 이사장이 테이블 위에 놓인 양념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먹으면 된다면서 시범을 보였다. 면만 먹었으면 허전할 수도 있었던 배가 든든하게 채워졌다.
 

 

   
▲ 칼국수전문점 '홍두깨' 전경.

그는 '행복'은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감정과 감각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어릴 때 행복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을수록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 오늘의 우리는 아이들의 교육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게끔 한다.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라 게임, 술 같은 쾌락에 쉽게 빠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숲교육협동조합은 이런 이 이사장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그는 시간적, 물리적 투자를 적게 하고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아교육에 있다고 결론내린 뒤, 숲생태지도자 자격증을 땄고 2014년에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어느새 바지락과 칼국수를 품은 냄비가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냄비뚜껑이 달그락 거리자 이 이사장이 뚜껑을 열고 잘 익은 바지락과 칼국수를 접시에 담아냈다. 칼국수 맛을 보느라 이야기는 잠깐 중단됐다.
 
칼국수 맛의 절반은 육수가 차지한다는 생각에 육수를 한 숟갈 떠 맛을 봤다. 달큰한 맛이 돌았고, 한 마디로 깔끔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육수를 만들 때 멸치를 많이 쓰는데, 멸치의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멸치 비린내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홍두깨의 정경현(45·여) 사장도 육수를 낼 때 멸치를 쓴다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멸치에다 밴댕이, 북어대가리, 다시마, 무 등을 더 넣어 매일 2~3시간 끓인 뒤 손님상에 낸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아내가 칼국수를 좋아해 김해 지역에서 맛있게 한다는 칼국수집은 다 다녀봤다. 대부분 양념이 자극적이어서 먹고 난 뒤에 양념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이곳의 칼국수 육수는 담백하고 수수하다. 자극적지 않아서 좋다"며 접시에 담긴 육수를 쭉 들이켰다.
 
육수 안에 든 바지락 하나를 꺼내 면과 함께 먹어보았다. 쫄깃한 바지락과 탱탱한 면발이 어우러져 좋은 식감을 자아냈다.
 
바지락은 해감이 잘 되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때 인상이 찌푸려지곤 한다. 홍두깨의 바지락은 전북 고창에서 바닷물로 해감 한 바지락을 쓰기 때문에 모래가 씹힐 걱정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마지막 말을 건넸다. 그는 "유럽의 대안교육 중 하나였던 숲 유치원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특별활동의 일부가 됐다. 정부에서는 숲 유치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숲 유치원은 원래 건물 없이 숲에서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는 법, 스스로 즐거워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보육교사는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다. 올해 초부터 진주 대곡면에서 '깔깔 유아숲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홍두깨/해반천로 130번길(삼계동 1503-7), 055-332-6688, 즉석칼국수 6천 원, 땡초바지락전 1만 원, 수제돈까스 5천500원, 두부김치전 8천 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예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재미로 보는 주간 운세 2019년 10월 셋째 주재미로 보는 주간 운세 2019년 10월 셋째 주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