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오른쪽) - 박효순 씨 부부가 파란풍차제과점 안에서 자신들이 만든 빵을 소개하고 있다.

‘파란풍차’ 이주영 - 박효순 씨
경남 최초 부부 제과기능장
빵 덕분 사랑 결실 ‘천생연분’
개점 20년만 지역대표 제과점


김해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부부가 경남에서는 최초로 '부부 제과기능장'이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해를 대표하는 빵집인 부원동 '파란풍차'의 이주영(51)-박효순(46) 대표다. 남편 이 대표는 2013년 제과기능장에 합격했다. 부인 박 대표는 제59회 정기 기능장 시험에 도전해 지난달 10일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제과기능장은 현장에서 9년 이상, 제과기능사 취득 후 7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합격률이 20%를 넘지 않을 만큼 까다로운 시험이다. 경남지역 제과기능장이 박 대표를 포함해 49명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제과 분야에서 각자 최고 분야까지 오른 이 대표 부부의 첫 만남은 역시 빵이 인연이었다. 20여 년 전 회사원이었던 박 대표는 유난히 빵을 좋아했다. 이를 알고 있던 회사 동료가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이 대표를 소개했다. 둘은 첫 눈에 사랑에 빠졌고, 6개월 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근무하던 울산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당시 울산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제과점인 '파란풍차'가 있었다. 박 대표는 "울산의 '파란풍차'는 신혼부부였던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언젠가는 저런 제과점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부부는 제과점을 차리기 위해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었던 1996년 김해에 오게 됐다. 내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폐업한 제과점을 발견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제과점의 이름은 '파란풍차'였다. 점포는 6.7평으로 작았지만 제과점이었던 덕에 빵을 만들 수 있는 공간과 판매대가 잘 갖춰져 있었다. 박 대표는 "누가 운영했던 곳인지 모르지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꼭 이 곳에 제과점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우리가 꿈꿨던 파란풍차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과점 문을 열자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이 대표의 정성에 반한 단골이 늘어났다. 이 대표 부부는 장사가 너무 잘 된 덕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점포의 주인이 부부를 쫓아내 버린 것이었다. 주인은 이후 '파란풍차'라는 이름을 달고 그 자리에 다시 제과점을 열었다.
 
이 대표 부부는 내외동을 떠나 2000년 부원동에서 점포를 열었다. 9년 정도 영업을 하며 안정을 찾을 무렵 거기서도 다시 쫓겨났다. 결국 두 사람은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세 번째 '파란풍차' 간판을 달았다. 지난해에는 내동 연지공원 옆에 연면적 약 60평 규모의 1~2층 건물에 '파란풍차' 2호점을 열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남편을 도와 제품 판매와 관리를 담당했다. 2000년 부원동으로 가게를 옮긴 뒤 밤새 빵을 만드는 남편과 직원들을 돕다가 조금씩 기술을 익히게 됐다. 그때 남편은 평소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해 아쉬워했던 박 대표에게 전문대학교에 들어가라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36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박 대표는 대학교에서 제과제빵 이론을 배웠다. 그는 전문대에 다니던 도중 인제대학교 식품생명과학과에 편입했다.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제과기능장 공부는 박 대표가 먼저 시작했다. 남편이 공부에 푹 빠진 아내에게 먼저 제과기능장 도전을 해 보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어려운 시험이지만 아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제과학원에 다니며 기능장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온 날에는 남편에게 모두 보여주곤 했다. 실전 경험이 많았던 남편은 금세 이해했다. 박 대표는 남편에게 함께 제과기능장에 도전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부부는 서로 스승 겸 제자가 됐다. 이론적인 부분은 부인이 남편에게, 제과제빵 기술은 남편이 부인에게 가르쳐 줬다. 두 사람은 매년 두 번 치르는 제과기능장 시험에 지속적으로 응시했다. 그러다 이 대표가 2013년 먼저 시험에 합격했다.
 
반면 박 대표는 건강이 나빠져 큰 위기를 맞았다. 2014년 골반뼈가 뒤틀려 걷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다. 큰 시련을 만났지만 남편의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 가족들의 응원 덕에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조리대에 섰다.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조금씩 절뚝이면서도 목발을 뗀 지 3주만에 7시간이나 걸리는 제과기능장 실기시험에 도전했다. 결국 11전 12기 끝에 합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저보고 '인간승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늦은 나이에도 노력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