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활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에 조성된 학교숲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는 수목 140여 그루와 야생화 30여 종이 우거져 있다.

2003년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
뜻 모아 ‘학교 숲 가꾸기 운동’ 시작
22종 140그루·야생화 30종 서식
삭막한 공단지역 녹지공간 탈바꿈

숲 활용 환경교육 진로수업과 연계
교육부·환경부 주최 교육상 휩쓸어

'지내공단의 허파' 김해활천초등학교(교장 예성수)가 김해를 넘어 경남과 전국을 대표하는 환경교육 학교로 명성을 얻고 있다.
 
활천초는 지난달 17일 환경부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4회 조선일보 환경대상'에서 환경교육 부문 대상을 수상 했다. 활천초가 환경 관련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는 환경 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경남도교육청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꿈길 품은 활천 학교숲 체험 프로그램'이 학교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환경부장관 인증을 받았다.
 
활천초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아름다운 학교 숲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이 숲을 이용해 다양한 환경 교육을 꾸준히 실천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활천초는 학교 숲 덕분에 2011년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활천초가 학교 숲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었다. 지내공단 한가운데에 위치한 탓에 자연과 동떨어져 있는 학교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지역주민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자는 목적에서 주민, 학부모들과 힘을 모았다.
 
학교숲 조성사업은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5년 유한킴벌리와 산림청이 후원하는 '학교 숲 가꾸기 운동'에 선정되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지금 활천초 학교 숲에는 총 22종 140여 그루의 나무와 야생화 30여 종이 초록빛을 자랑하고 있다. 활천초의 숲은 삭막한 공단지역에서 작지만 울창한 도시 숲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활천초는 이후 '학교숲 활용 환경교육'을 학교의 특색 교육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진로환경 통합프로그램인 '꿈길 품은 활천 학교숲 체험프로그램'은 전국 최초로 환경부장관 인증을 받았다. 학생들은 학교 숲에서 직접 꽃과 나무를 보며 바른 인성과 꿈을 키워 가고 있다. 1~2학년은 인성 가치, 3~4학년은 생태학습, 5~6학년은 진로교육 등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을 실시한다. 1~2학년들은 남을 괴롭히지 않고 다정하게 자라는 나무를 바라보며 자연의 미덕을 배운다. 5~6학년은 '꿈카드'를 작성한다. 카드에는 '커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을 적는 게 아니다. '살구나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베푸는 삶을 실천하는 직업에는 소방관,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이 있습니다'라고 기록한다.
 
학교특색교육 담당 하호용 교사는 "일반적인 진로교육에서는 특정 직업을 정하게 한다. 우리는 직업의 가치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특정 직업인이 되지 않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가치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최근 6학년 4반 교실에서 환경실천 프로그램으로 열린 '아나바다 장터'.

할천초는 또 1~5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6시간씩 '환경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업시간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환경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과학, 도덕, 국어 등과 연계해 자연에서 나타나는 광합성 작용, 도덕 과목에 나타나는 생명 존중, 자연 관련 글쓰기 등의 내용을 다룬다.
 
학생들은 학교 숲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잎을 주워 자신만의 작은 숲을 만들기도 한다. 대나무 수로로 흘러가는 물을 보며 물 순환을 배우기도 한다. 특수 거울을 통해 앞이 아닌 위를 바라보는 뱀의 시각, 곁눈인 곤충의 시각에서 학교 숲을 돌아보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6학년들은 5년 동안 배운 환경숲 체험 프로그램의 심화과정으로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실천법을 배우는 '환경 실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경남기후변화교육센터의 전문강사가 6학년 교실을 직접 찾아가 매년 14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한다.
 
최근 6학년 4반 교실에서는 환경 실천 프로그램의 하나로 아나바다 장터 수업이 열렸다. 학생들이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다른 학생들과 교환하는 행사였다. 반짝이는 스머프인형을 가져온 이은정(12) 양은 "어릴 때 놀러갔다가 산 인형이다. 이제는 너무 커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스머프인형을 고른 학생은 "인형을 집에 가져가 장식하면 예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아이돌 가수 '방탄소년단'의 열혈 팬인 오지현(12) 양은 "집에 포스터를 너무 많이 붙여 더 이상 붙일 공간이 없다"며 방탄소년단 포스터를 내놓았다. 역시 방탄소년단의 팬인 차예림(12) 양은 포스터와 분홍 편지지를 교환했다. 수업을 진행한 경남기후변화교육센터의 김효남 팀장은 "우리가 쓰는 물건은 자원-물건-쓰레기라는 3단계의 여정을 거친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면 쓰레기지만, 이렇게 다른 친구가 쓰게 되면 계속 물건이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과학탐구 동아리가 생겼다. 학생들은 인제대학교 환경공학과 박종길 교수의 지도에 따라 학교 숲에서 실험을 하고, 교수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실험 결과를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학교 숲 나뭇잎에 쌓인 먼지를 채집해 나무가 먼지 성분을 얼마나 막아주는지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학교 숲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환경에 대해 배울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도 배우고 있다. 하호용 교사는 "어린이들은 1학년 때부터 자연과 어울리며 나무와 함께 성장했다. 자신이 큰 만큼 나무도 자라는 것을 보면서 환경을 더욱 아끼게 됐다. 어린이들이 나무와 꽃의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자연에 대한 이해가 높다. 각 자원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성수 교장은 "도시 학교, 특히 공단 안에 있는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 환경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이 쌓인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학교 숲과 함께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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