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사투리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한 참가팀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수협, ‘영남 이색 가요제’
대중가요 고쳐 재미있게 열창
생소한 이색행사에 박수갈채


"보이소~ 반갑습니데이. 지가 노래할 사투리 트로트 단디 들어봐 주이소."
 
지난 16일 김해YMCA 1층 카페 티모르에서 ㈔대한가수협회 김해시지부(지부장 표복민)가 주최한 제1회 영남이색가요제가 열렸다. 행사 부제는 '경상도 사투리 트로트 경연대회'였다.
 
카페 티모르는 행사 30분 전부터 참가자와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트로트 가사를 구수한 사투리로 개사해 불러야 하는 고난도(?) 가요제였지만 참가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여럿 있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날 가요제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8명이 참가했다.
 
심사는 대한가수협회 김해시지부 박경용 고문과 김인철 감사, 가수 나훈아의 노래 '붉은입술'을 작사·작곡한 윤음동 씨가 맡았다.
 
박경용 고문은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교양 없는 사람이 아니다. 사투리에는 지역의 정서와 문화, 역사가 녹아 있다. 이번 가요제가 표준어의 균일성과 획일성을 타파해 지방색을 살리고 문화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참가자는 이준향(68·동상동) 씨였다. 그는 가수 홍세민의 노래 '흙에 살리라'를 '흙에 살끼다'로 개사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얼라 염새이 동무 삼아(아기 염소 벗을 삼아)… 흙에 살끼다 오매 아배 모시고 흙에 살끼다(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흙에 살리라)♬"
 
관객들은 열창하는 이 씨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한 소절 한 소절 개사된 사투리를 제대로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며 "사투리로 바꾼 노래가 입에 익지 않아 힘들었다. 나흘 동안 열심히 연습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강대현(50·내동) 씨는 "안녕하싱교~ 짐해(김해) 강대현입니더~"라며 씩씩하게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김해 출신 가수 김영춘의 노래 '홍도야 우지마라'를 '홍도야 울지마래이'로 바꿔 불렀다. 있는 가사와 뛰어난 노래 솜씨에 청중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사랑을 팔아 묵고(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 니혼자 지킬라꼬 순정에 호롱불(너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홍도야 울지마래이(울지마라) 오래비가 안있나(오빠가 있다)♪"
 
트로트를 부르기에는 어려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가수 박상철의 인기곡 '자옥아'를 부른 조성민(17·동상동) 군은 '자옥아' 대신 여자친구 이름을 넣어 불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수 한혜진의 노래 '갈색추억'을 부른 곽지영(18·삼방동) 양은 "인터넷에서 사투리를 검색해 개사했다. 처음 불러서 생소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영남이색가요제의 대상은 강대현 씨가 차지했다. 표복민 지부장은 "표준어와 사투리를 접목시킬 수 있는 행사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지역 사투리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인 만큼 내실을 더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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