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시마 씨, 회현동 15통 통장 임명장
20년 전 결혼하면서 한국 건너와 생활
통역 등 봉사활동 하면서 낯선 땅 정착
"외국인-김해시 가교 역할 잘 하고파"



경남에서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은 김해에서 사상 처음 외국인 통장이 탄생했다.
 
김해시는 23일 "김해의 원도심 지역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회현동의 15통 통장으로 일본인인 오오시마 기요미(51·여) 씨가 선출돼 임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현동 15통은 150여 가구에 240여 명이 사는 작은 동네다.

▲ 김해의 첫 외국인 통장으로 선출된 일본인 오오시마 기요미 씨.

 
오오시마 씨는 199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회현동에서 살게 됐다. 낯선 땅에 건너 온 그는 참가정실천운동본부, 세계평화여성연합, 김해시통역봉사단 등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오오시마 씨가 통장이 된 것은 40년 동안 회현동 15통 통장이었던 박학봉 씨가 지난 7월 세상을 떠나면서다. 그는 박 씨 집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박 씨의 빈자리가 컸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오오시마 씨도 통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통장 자리가 계속 비게 되자 주변 사람들이 평소 봉사활동을 많이 하던 오오시마 씨를 추천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주변의 연이은 설득에 용기를 냈다. 회현동주민센터에 일본인도 통장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 확인을 받은 뒤 지원했다.
 
오오시마 씨는 "사실 회현동 15통의 범위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잘 모른다. 통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도와줄 테니 해 보라고 했다. 이웃을 살펴보고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에 통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오오시마 씨는 기왕에 통장직을 맡은 만큼 마을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통장으로서 회현동에서 흔히 만나는 외국인들과 김해시 사이에서 연결다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통장은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들었다. 최대한 마을을 많이 돌면서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겠다. 제가 외국인이라서 친근감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통장의 장점을 살려 외국인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통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현재 김해의 외국인 수는 1만 8000천여 명으로 경남 각 시군 중에서 가장 많다. 방값이 싸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회현동에서는 김해 거주 이주노동자, 국제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이 참여하는 아시아문화축제 등 각종 외국인 관련 행사가 매년 열린다.

회현동은 또 지난 1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도시재생사업 공모에서 봉황동·부원동과 함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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