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용, 정정구 씨가 분성산에서 단감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박경용·정정구·진영숙·전일하 씨
분성산에 5년째 야생화·나무 씨앗
매일 가지치기 등 돌보기에 매진


김해에 아주 특별한 네 사람이 있다. 박경용(78·김해문인협회 고문), 정정구(72), 진영숙(82), 전일하(63) 씨다. 이들은 5년 전 분성산 서재골 약수터에서 만나 분성산에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일을 해 왔다. 산행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네 사람이 산에 씨를 심는 일을 하게 된 것은, 분성산 화재 이후 숲을 가꾸고 보살피는 일의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시께 시간이 있는 사람들끼리 약수터에 자연스럽게 모여 씨를 뿌리거나 자신들이 심은 나무들을 가꾼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산에서 감나무를 보살피고 있는 박 고문과 정 씨를 만났다. 이들은 감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들을 뜯어내고, 필요 없는 가지를 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덩굴을 쳐내던 정 씨는 "씨를 뿌리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심은 화초·나무 들을 가꾸고 보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산에 올 때마다 화초·나무 들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그동안 할미꽃, 나리꽃, 달맞이꽃 같은 야생화에서부터 감나무, 석류나무, 비파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을 심었다. 정 씨는 심은 지 4년 된 감나무에 처음 감이 달렸다며 자랑했다. 나무 안쪽을 들여다 보니 조그마한 감이 열 개 정도 앙증맞게 매달려 있었다.
 
박 고문은 "처음에는 씨를 뿌릴 때 제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씨들이 발아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랫동안 씨를 뿌리다 보니 이제는 어디에 뿌려야 할지 눈에 보인다"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은 대개 산에 오면 산에서 무엇이든지 채취해서 가져가려고 한다. 생각을 바꿔서 무엇이라도 심겠다는 마음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산을 채취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가꾸면서 공존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네 사람은 5년 전에는 산에 토끼 30마리를 방사했다고 한다. 토끼는 경계심이 많아 눈에 잘 안 띄지만, 여기저기 떨어진 배설물을 보면 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요즘에는 고급 나무를 심기 위해 산에 모종밭을 만들었다. 함께 가 보니 단삼과 더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가끔 나무를 파 가는 등산객들이 있어 아쉽다고 한다.
 
정 씨는 "산에 다니기 전에는 몸이 아파 약을 많이 먹고 늘 누워 지냈다. 산에 다니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산이 나를 살렸으니 보답하는 의미로 씨 뿌리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고문은 "어린이들이 숲속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숲을 보면서 느끼는 것을 넘어 씨를 뿌리고 나무를 가꾸는 체험도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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