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행노인복지센터 문순옥 센터장이 연잎밥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잎밥 14가지 찬에 주인 정성 가득
잡곡 섞은 찰밥 톡 씹히는 식감 독특

빨간 국물 오리전골 얼큰하면서 고소
친환경농사 봉하마을서 음식재료 공수

목욕봉사 활동하다 노인복지센터 세워
요양원 설립해 어르신들 돕는 게 꿈


효행노인복지센터 문순옥(46) 센터장을 처음 만난 건 지난 6월 집수리 봉사단체를 취재하기 위해 생림면에 있는 한 어르신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였다. 봉사활동을 하던 내내 어르신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식당은 진례면에 위치한 오리고기전문점 '금화정'이었다.
 

▲ 금화정 이인숙 사장.

식당 안에 들어가자 이인숙(58)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문 센터장은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친분도 있거니와 진례면에서 소문난 맛집이어서 더러 온다"고 소개했다.
 
한림면에 있는 효행노인복지센터는 노인재가복지시설이다. 혼자 생활하기 힘든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청소, 식사준비, 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을 진행한다. 도움을 제공하는 어르신만 120명이 넘는다고 한다.
 
문 센터장은 어렸을 때부터 노인복지사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르신 대상의 목욕봉사를 한 게 계기가 돼 진영읍의 요양원에서 직원으로 일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일주일도 안 돼 그만둘 생각을 했다. 남편의 격려 덕분에 '힘을 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랬더니 쳐다보기도 싫었던 요양원이 어느새 집같이 편안해졌다. 힘들었던 어르신 용변 처리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게 됐다.
 
문 센터장이 요양원을 그만두고 효행노인복지센터를 차린 건 2010년 6월이었다. 그는 "요양사로서 평소 생각하던 노인복지를 실천하기엔 제약이 많았다. 지금은 마음껏 꿈을 펼치고 있다"며 웃었다.
 
문 센터장과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밑반찬이 나왔다. 구운 갈치, 장조림, 계란찜, 데친 낙지, 애호박전, 잡채,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등 14가지 반찬이 상을 가득 채웠다. 연잎밥을 주문하면 상에 오르는 기본반찬들이다.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반찬들이었는데, 매우 정갈했다. 통통한 갈치는 한 사람에 한 토막씩 따로 내놓아 눈치를 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돼 있었다. 묵처럼 보드라운 계란찜으로 빈속을 달래고, 심심하면서도 달큰한 애호박전을 먹으며 연잎밥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상에 놓인 반찬을 하나씩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 10가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오리전골, 진례면 금화정 전경(사진 위에서부터).

반찬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문 센터장은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워 요양보호사들과 어르신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창문도 제대로 없는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반찬과 국을 만들 때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장도 어르신들의 집에 밑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참 고마운 사람"이라며 방긋 웃었다.
 
연잎으로 꽁꽁 감싼 연잎밥이 나왔다. 생일선물 포장을 푸는 설렘으로 연잎을 펼쳤다. 따끈한 김을 내뿜는 찰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찹쌀과 흑미, 검정콩 등이 섞인 잡곡 위에 밤과 대추, 은행, 강낭콩이 섞여 있었다. 찜통에서 쪄낸 덕에 연잎향이 은은히 배어 있었다. 찰밥을 한술 떠 먹었다. 찰기와 함께 톡톡 씹히는 고소한 잡곡이 재미있는 식감을 선사했다. 적당히 소금간이 돼 있어서 반찬 없이 연잎밥만 먹어도 될 정도였다.
 
이 사장은 "연잎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봉하마을에서 가져온다. 연잎밥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 위장도 튼튼하게 해주고 피부를 맑게 해 미용에도 으뜸"이라고 설명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오리전골이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며 상 가운데에 놓였다. 이 사장은 채소 소쿠리와 빨간 양념장도 상에 올렸다. 문 센터장은 "이곳 오리전골은 다른 집과 다르다. 쑥갓, 엉겅퀴, 청경채, 당귀, 민들레 등 10여 가지 채소를 원하는 만큼 넣어 먹을 수 있다.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리전골은 빨간 국물에 들깨가루가 들어간 덕에 얼큰하면서도 고소했다. 오리고기와 채소들을 건져 양념장에 푹 찍어 먹었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워줬다. 채소들은 쌉싸름했다. 오리전골이지만 채소전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채소를 여러 번 넣어 졸인 국물은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문 센터장은 "이곳에 오면 한 달 동안 먹을 채소를 한 번에 다 먹고 간다. 다른 식당에서는 채소를 세 번 이상 추가하면 안 된다고 한다. 금화정에서는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추가할 수 있어 좋다. 오리전골을 먹고 가면 다음날 속이 편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사장은 "민들레나 엉겅퀴는 들에 가서 직접 뜯기도 한다. 채소는 원하는 만큼 무한으로 제공한다. 양념장은 과일과 감식초를 넣어 일주일동안 숙성시킨다"고 밝혔다.
 
금화정의 특이점은 메뉴에 없는 음식도 모두 요리해 준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음식점은 말 그대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아구찜, 보쌈, 수육 등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하루 전에 미리 말을 하면 된다"며 웃어보였다.
 
식사 내내 음식의 맛에 감탄하다 보니 전골냄비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문 센터장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해졌다.
 
"노인복지사는 어르신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드리는 직업입니다. 돈 주고도 못 배울 '인생'이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효행원이라는 요양원을 차려 평생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금화정 / 고모로 363번길 28(진례면 담안리 641번지). 055-345-8889. 연잎밥 1만 5000원, 오리전골(1인분) 1만 원, 오리불고기 3만 5000원, 옻오리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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