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맛에 대해 다양한 감성을 넣어 표현한다. 하지만 혀에서 느끼는 맛에 대한 결론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5가지가 모두이다. 흔히 말하는 딸기 맛, 바나나 맛, 밥 맛이란 것은 맛이 아니라 향일 뿐이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 철학자인 플라톤은 맛의 차이가 나는 것은 원자들이 혀의 미세한 혈관들 사이로 들어가면서 발생하고 그 혈관들은 심장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영혼론'에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 4가지 맛이 기본이라 말했으며 이후 천년 이상의 세월동안 이 이론에 도전하는 이는 없었다. 1908년에 와서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가 '우마미(감칠맛)'라는 제5의 맛을 찾아냄으로써 세상에는 현재 5가지의 맛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운맛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리학적으로는 통각(痛覺)과 온도감각이 복합된 피부감각에 속한다. 향신료에 들어있는 이 매운맛은 구강 점막을 자극하여 타는 듯한 또는 아픈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맛이라기 보단 일종의 자극이라 하겠다. 피부가 가려울 때 손으로 긁어주면 시원하게 느끼듯이, 음주 후나 스트레스로 위장벽이 벌겋게 될 때 얼큰한 것을 찾고 또한 먹으면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매운맛이 손으로 긁을 수 없는 속 점막을 긁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캡사이신이 대표적 매운맛을 느끼게 하는 주요 성분이다. 이 캡사이신이 다이어트는 물론 각종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를 많이 접한다. 미국 와이오밍 대학교 약학대학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에너지 연소를 촉발하는 수용체를 자극해 고지방 섭취에 의한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때 향신료 섭취가 많은 더운 나라 사람들의 비만이 적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매운 식품을 섭취하여 열량을 소비하는 '캡사이신 다이어트' 열풍이 일기도 했었다. 인도의 공과대 연구진은 유전자 수정을 통해 인간의 전립선 암세포를 갖도록 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캡사이신이 어떻게 암세포의 자살을 유발하는지 그 과정을 밝혀냈다. 다량의 캡사이신이 주입되면 캡사이신 분자가 암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막을 파괴해 결국 암세포가 스스로 소멸되게 한다는 것이다. 캡사이신이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등 소화기관과 관련한 암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이란 연구도 다수 있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과 미국의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내용을 보면 캡사이신이 처음에는 체내에서 통증을 완화하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진통효과를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완화 단백질 대신 암 단백질과 반응하여 피부암 등 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한다. 매운맛이 과량 투여되면 암세포도 죽이지만 지속적인 매운맛은 정상세포에 손상을 주어 암 발생을 촉진하는 가능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비만에 대한 연구에서도 매운맛이 식욕을 촉진시키고 소화효소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비만을 더욱 초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매운맛이 점막을 자극하고 소화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평소 소화력이 왕성하고 위산이 많은 사람이라면 매운맛은 그 기능을 더욱 항진시켜 질병을 일으킬 것이고, 반면 소화기능이 떨어져 영양의 흡수가 적은 사람에게는 매운맛이 치료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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