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영 김해시여성센터·동부여성새일센터장.

끔찍하게 뜨거웠던 한여름 무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풀벌레 소리도 바뀌었다. 귀가 찢어지게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분성산과 맞닿은 아파트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필자는 계절마다 바뀌는 새소리, 벌레소리, 꽃향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봄이 깊어지면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짙은 아카시아 꽃내음, 밤꽃향기, 조용한 밤에 울어대는 소쩍새, 수풀사이를 비집고 찾아드는 박새, 아침마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까치소리가 정겹다. 여름만 되면 방충망에 붙어서 울어대는 매미를 보아왔는데 올해는 전에 보지 못했던 붉은빛을 띤 이상한 점박이 벌레가 열 마리도 넘게 붙어서 매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중국매미 또는 꽃매미라고 되어 있었다.
 
외래종인 중국매미는 1979년 우리나라에서 목격된 이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매미는 몸통에 검은 점들이 있고 날개를 펼치면 안쪽에 주홍색 곁날개가 있어서 주홍날개꽃매미로 불리기도 한다. 이 매미는 포도나 배, 복숭아나무에 그을음 병을 일으켜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가죽나무, 참죽나무, 소태나무 등 30여 종 식물의 수액을 빨아먹어서 성장을 저해하고 나무를 죽이는 해충이다. 현재는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특정 곤충이라는 의미의 돌발해충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번식력 때문인지 요즘은 토종매미의 울음소리를 도심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7월 말 더위를 피해 배냇골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계곡에 앉아 있었더니 조용하고 점잖게 '맴, 맴, 맴, 맴, 메~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에게 저게 토종 매미소리라고 알려주니 깜짝 놀라며 "그래, 어릴 때 듣던 그 소리구나!"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찢어질 듯 끊임없이 울어대는 외래종과 토종 매미소리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니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해충 연구자들은 꽃매미의 천적으로 꽃매미벼룩좀벌을 찾았다고 한다. 생물자원관 동물자원 연구팀이 가죽나무에 산란한 꽃매미의 알에 꽃매미벼룩좀벌이 알을 낳아 꽃매미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해충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천적 중에서 우리나라에 사는 생물종을 토착천적이라고 하는데 꽃매미벼룩좀벌이 꽃매미의 토착천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무서운 외래종으로 가시박이 있다. 가시박은 주로 하천 주변에 서식하며 하루에 40㎝씩 자라나 보통 5m까지 뻗어나가며 주변의 식물을 감아서 고사시키는 생태교란 식물이다. 오이, 참외 등 박과식물의 접목을 위해 북미쪽에서 들여왔는데 왕성한 번식력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일년생 생물인 가시박은 씨앗이 맺히기 전에 제거하면 없앨 수 있지만,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30년 후까지 싹을 틔울 수 있는 생명력을 지녔다고 한다.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그 식물의 특성이나 폐해 등을 미리 살펴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시박과 마찬가지로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수입한 블루길, 배스도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으로 토종어종을 먹어치우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이밖에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등도 생태교란생물로 지정되어 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1100여 종의 외래종이 유입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의도적으로 수입되거나 곡물 수입과정, 혹은 여행자들에 의해 유입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국외여행자들의 반입물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백두산 여행을 갔을 때 대부분의 여행객이 참깨를 사왔는데 한 사람도 검역에서 걸리지 않는 것이 의아했었다. 자연환경보호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호주는 오래전부터 여행객의 반입품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다. 30년 전 필자가 호주에 있을 때 친정부모님께서 오신 적이 있다. 막내 먹이려고 손수 농사지은 단감을 가지고 왔는데, 공항에서 압수당해 눈앞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지금도 가끔 얘기하신다. 2003년도에 지인을 만나러 호주에 갔을 때는 더 엄격해져서 과일, 음식뿐만 아니라 목각인형까지 신고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가방을 다 뒤지고 미신고한 반입품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벌금을 매겼다. 가히 자연환경을 상품화한 관광대국다운 면모였다.
 
우리나라도 소득수준 향상으로 외국여행이 잦아지고 있다. 입국시 동식물 유입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식용, 연구용, 자원조성용 등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외래종을 국내에 유입할 때는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제발 사후에 약처방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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